전출 순손실 뉴욕의 2배 높은 물가·소득세 장애물 대기업들에 ‘적대적’ 지적 기술·콘텐트 환경은 우수
서부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체인 인앤아웃(In-N-Out)의 억만장자 오너 린지 스나이더가 지난달 가주를 떠나 테네시로 이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녀의 가족 양육과 사업 운영 모두에 있어 가주의 환경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여기는 좋은 점도 많지만, 아이를 키우기도, 사업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 스나이더의 발언은 최근 탈가주에 나선 대기업과 억만장자 CEO들의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 테슬라는 2021년 본사를 팔로알토에서 텍사스로 이전했으며, 석유 대기업 셰브론도 같은 해 145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본사를 텍사스로 옮겼다. 스페이스X, X(구 트위터) 등 일론 머스크의 다른 기업들 역시 잇따라 가주를 떠났다.
인앤아웃은 본사 자체는 가주에 남지만, 테네시 프랭클린에 새로운 지역 본부를 세우고 사업 일부를 이전할 계획이다.
실제 탈가주 바람은 수치상으로도 역력하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가주는 지속적으로 기업 순유출을 겪고 있으며, 2022년에는 들어온 기업보다 741개 기업이 더 많이 빠져나갔다. 2023년에도 533개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뉴욕(278개), 일리노이(218개)보다도 큰 수치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가주 경제가 기업에 적대적이며 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복합적인 배경을 강조한다.
크리스토퍼 손버그 비컨 이코노믹스 선임 연구원은 “대기업의 이동은 가주 4.1조 달러 경제의 조정일 뿐”이라며, “탈출(exodus) 프레임은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대 윌리엄 릭스 교수도 “가주는 여전히 기술, 생명과학, 녹색에너지, 콘텐츠 산업의 중심지”라며 “혁신을 위한 글로벌 중심지로서의 위상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 붐으로 인해 실리콘밸리에는 신규 기업이 다시 몰려들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임대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불만을 제기하는 요소는 분명 존재한다. 가주는 고소득자에게 최대 13.3%의 세율을 부과하며, 자본 이득에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규제, 노동법, 건축 허가 절차 등이 복잡하고 느려, 일부 기업은 새 매장을 여는 데만 다른 주보다 5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불평도 적지 않다.
게다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거주도 높은 물가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밀켄연구소의 케빈 클로든 연구원은 “복잡한 규제와 높은 비용은 부담이 되지만, 가주가 가진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혁신 생태계는 여전히 강력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