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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컨설팅] 팬의 사랑, 어디까지 괜찮을까

Los Angeles

2025.08.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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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미국변호사·KOIPA LA IP CENTER 센터장

지은정 미국변호사·KOIPA LA IP CENTER 센터장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열린 KCON LA 2025는 LA 전역을 K-컬처의 열기로 물들였다.  
 
LA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100여 개 기업 부스는 K-뷰티, K-푸드, K-콘텐츠를 체험하려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는 NCT 127, 몬스타엑스, 에스파, 세븐틴 등 톱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빛냈다. 팬들의 함성과 팬 라이트 물결이 하나 되어 축제의 절정을 이뤘고, 사흘간 무려 12만 5000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또 글로벌 스트리밍을 통해 북미·남미·유럽 팬들까지 함께했다.
 
직업병 때문일까. 환호와 노래로 가득한 공연장 한가운데서도 내 시선은 무대가 아닌 팬들의 손으로 향했다. 슬로건 배너, 아티스트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 커스텀 포토카드 등 그중 상당수는 팬들이 직접 만든 ‘팬메이드 굿즈’였다. 이는 해당 아티스트나 기획사의 등록상표이자 저작권 자산이다.  
 
그런데 만약, 이 굿즈들이 상업적으로 판매된다면? 혹은 대량으로 유통된다면? 그 순간, 팬의 사랑은 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심지어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팬이 만든 굿즈 디자인을 제3자가 상표로 선등록하여 아티스트 본인이 상표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팬이 만든 슬로건이 무단 유통되다가 공식 굿즈 매출에 타격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심코 만든 굿즈가 사랑의 표현을 넘어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사랑’과 ‘침해’의 경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억해야 할 5가지 지식 재산 권리가 있다.
 
첫째, 저작권인 공연과 콘텐츠의 창작물 보호다. 무대, 음악, 안무, 영상, 사진은 모두 창작자의 저작물이다. 무단 녹음·녹화·배포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둘째, 로고, 아티스트 이름, 투어명, 부스 브랜드명은 모두 상표권으로 보호된다. 이를 비공식 굿즈에 무단 사용하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아티스트의 얼굴, 이름, 사인, 음성 등은 퍼블리시티권에 의해 보호된다. 팬이라 하더라도 이를 광고나 상품에 무단으로 사용하면 침해자가 될 수 있다. 팬아트나 팬메이드 굿즈는 비영리 목적으로만 제작하고, 판매는 지양해야 한다.
 
넷째, 위조 상품들은 사랑을 가장한 침해물이다. 행사장 주변이나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짝퉁 굿즈는 품질이 떨어지고 아티스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식 판매처를 이용하고, 인증 스티커로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불법 촬영·생중계의 위험성이다. 추억이 침해로 변하는 순간이다. “나만 보려고 찍었어요”라 해도 공연 영상이나 사진을 온라인에 업로드하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촬영 허용 구역과 시간을 준수하고, SNS에 공유하기 전 권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은 단순한 법률 용어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창작과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이자 K-POP과 K-콘텐츠 산업의 성장 동력이다. 무대와 음악, 로고와 이름, 그리고 아티스트의 얼굴과 목소리는 수많은 기획·제작 인력과 자본, 창의적 노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 권리들이 존중받아야만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창작이 계속 이어지고, K-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팬의 사랑이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면, 그 마음이 권리를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권리를 존중하는 소비와 참여가 쌓일 때, K-컬처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은정 미국변호사·KOIPA LA IP CENTER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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