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다듬고자 한다. 우리 대다수는 이 지상에서 그 마침표를 맞이할 것이다. 그때 나는 과연 무엇을 손에 쥐고 하나님 앞에 설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최선을 준비하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열렬히 살아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선을 행하고 미움을 거두며 용서를 실천하려 애쓴다. 사랑과 인내, 화평과 자비, 그리고 절제의 결실을 맺고자 마음을 쏟는다. 그 과정에서 겸손이라는 덕목 역시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수많은 결실의 진짜 이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이들의 참이름은 바로 ‘성령의 열매’다. 성령께서 맺게 하신 결실이자, 성령의 소유라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그 주인이자 주체는 엄연히 성령 하나님이다. 자신이 맺은 열매를 들고 하나님 앞에 서려 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허탈한 사실일지 모른다. 우리가 손에 쥔 것은 결국 내 것이 아닌 성령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온전히 내 것인 양 내놓는다면 도둑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정녕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찬송가 ‘양 떼를 떠나서’의 작시자로 잘 알려진 호레이셔스 보나(Horatius Bonar)는 이렇게 읊조렸다. “우리는 우리의 죄를 안고 하나님께 나아간다. 진정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참된 내 것이란 결국 상처와 눈물, 아픔과 욕망이라는 무거운 짐뿐이다. 그 짐 속에는 양심을 짓누르는 족쇄와 욕심이 짊어지운 채무가 가득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열매가 아닌, 그 묵직한 짐을 진 우리를 부르신다. 그뿐인가. 그분은 우리의 상처와 욕망을 당신의 살에 담으시고, 우리의 죄를 당신의 뼈로 삼으셨다. 성경은 이를 두고 ‘신랑의 사랑’이라 칭한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세속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 만큼 한없는 이 신랑은 신부의 모든 것을 자신의 뼈와 살로 끌어안는다. 그 무시무시한 부채는 물론, 이자와 벌금, 차디찬 감옥의 굴레까지 대신 짊어지는 것이다. 예수께서 우리를 ‘내 것’이라 부르실 때, 그분은 참으로 그리하셨다. 스스로를 죄로 삼으셨고(고후 5:21), 우리의 짐을 당신의 짐이라 선언하셨다. 신부에 향한 신랑의 사랑은 아름다운 열매를 가져온 신부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진 신부에게 쏟아졌다. 그렇기에 신부는 단장을 한다. 무엇으로 빛날 것인가. 오직 신랑으로 빛난다. 이제 나의 수고는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랑의 영원한 기쁨이 된다. 나의 친절과 사랑은 소멸하지 않고 신랑의 영원한 영광으로 승화한다. 이 땅에서 흘린 눈물과 기도는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고 영원한 신랑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그러니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기뻐하자. 우리는 영원한 신랑의 영원한 사랑이다.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사랑 성령 하나님 눈물 아픔 인내 화평과
2026.08.31. 18:07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건반의 여제’로 불리는 서혜경 피아니스트가 ‘연모(In Love)’라는 부제로 10월 3일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지난 21일 뉴욕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서혜경 피아니스트는 “파트 1, 2로 나눠 세상 모든 사랑의 감정들을 피아노 연주에 녹여 내겠다”고 밝히면서,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을 음악으로 펼쳐내는 동시에 관객에게 감동의 시간을 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주곡은 파트 1에서 브람스 작곡의 ‘두 개의 랩소디 Op.79(Two Rhapsodies, Op.79)’와 ‘Op.118 중 인터메조 A장조 발라드 G 단조(Intermezzo in A major, Ballade in G minor, from Op. 118)’,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2권(Variations on a Theme by Paganini, Book II, Op. 35)’, 파트 2에서 류재준의 신작 ‘왈츠(Valse)’,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0번 F단조’(Transcendental Etude No. 10 in F minor)‘와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Sonetto 104 del Petrarca), ‘스페인 광시곡 S. 254’(Rhapsodie espagnole, S. 254)이다. 피아노 연주의 주제는 겉으로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연모하는 내용과 새로 싹이 트는 사랑을 두 개의 파트로 나눈 것으로, 서혜경 피아니스트는 “어릴 때부터 시작한 피아노 연주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자서전적 흐름으로 전개된다”면서, “그간 인생의 역정에서 아픔을 어루만지고, 희망의 메시지를 관객과 공감하기 위한 연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피아니스트의 카네기홀 연주는 1988년 스타인웨이 창립 135주년 갈라로 처음 선 이후 다시 독주회로 돌아오는 것이다. 서 피아니스트는 1980년 부조니국제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길을 열어준 1세대 연주자다. 그의 연주는 그의 삶과 같이 고난, 역경을 극복한 후 더욱 성숙한 피아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 각박한 현대인의 일상이 그의 연주를 통해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서 피아니스트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나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와 같은 거장처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면서, “이번 카네기홀 연주를 통해 건재함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최호상 기자연주 사랑 피아노 연주 카네기홀 연주 서혜경 피아니스트
2026.08.23. 16:38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려가던 경기를 TV로 보고 있었다. 푸른 유니폼으로 물든 화면과 함성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기억은 어느새 2017년 가을로 돌아갔다.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관중 속에 나도 한 사람이었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을 며칠 앞두고 다저스의 열혈 팬인 아들이 함께 가자고 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에 깜짝 놀랐다.“엄마 표도 이미 샀어.” “얼마인데?” “2000달러.” 순간 말을 잃었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 LA에서 열리는 다저스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그래서 엄마랑 꼭 같이 가고 싶었어. 엄마한테 주는 선물이야.” 그 한마디에 더는 사양할 수 없었다. 아들은 내게 평생 한 번뿐인 하루를 선물해 주었다. 경기 당일. 오래전부터 갖추어 둔 다저스 티셔츠와 재킷, 모자를 쓰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푸른 물결로 뒤덮인 거대한 구장. 수많은 관중 사이에 앉아 그 자리에 나를 데려와 준 아들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나는 참 행복한 엄마구나.’ 이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아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화답이라 생각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목이 쉬도록 응원했다. 사람들의 환호에 맞춰 일어나고, 손뼉 치고, 두 손을 흔들며 힘껏 소리쳤다. 나의 함성은 선수들을 향한 응원이기도 했지만, 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외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내 오른손등을 ‘툭’ 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던졌다. 홈런공이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허리를 숙여 손을 뻗었지만 이미 공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순식간에 수많은 손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고, 결국 공은 바로 옆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조금만 빨랐더라면. 아쉬움이 스쳤다. 그러나 이내 웃음이 번졌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하필 내 손을 찾아온 홈런공이라니. 공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지만, 먼저 내 손등에 인사를 남기고 다녀간 셈이었다. 나는 아들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브라보! 홈런공이 엄마 손을 맞추고 갔네. 이것도 엄마 평생 자랑거리다. 고마워, 아들.” 아들은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더 환하게 웃었다. 순간 내 눈에 가장 빛난 것은 홈런공이 아니라 아들의 미소였다. 그날 다저스는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는 패배한 경기로 남아 있지 않다. 수만 명이 한마음으로 일어나 응원하고, 낯선 사람들과도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누던 광경.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도 야구를 보고 있으면 관중의 함성 사이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엄마, 다시 이런 경기를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그날의 티켓은 경기장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아들이 건네준 사랑의 입장권은 지금도 내 마음의 문을 열어 준다. 이영신 / 수필가이아침에 입장권 사랑 다저스 플레이오프 다저스 티셔츠 엄마 평생
2026.08.16. 18:30
끝났는데도 끝나지 않는 영화가 있다. 이야기가 미완이어서가 아니라,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 관객 자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가 그렇다. 2016년, 엘에이 어느 겨울의 오후. 스크린 위에 마법처럼 번져 나가던 보랏빛 황혼을 기억하는가. LA 110번 고속도로 교통 정체 위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차 지붕을 박차고 일어나 일제히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직감했다. 이 영화가 현실의 바깥, 꿈이 아직 살아 있는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가리라는 것을.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된 ‘라라랜드’는 1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꿈과 사랑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과연 옳았는가. 미아(엠마 스톤)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내 카페에서 일하며 오디션을 전전하는 배우 지망생이다. 세바스티안(라이언 고슬링)은 정통 재즈의 가치를 믿지만, 생계를 위해 레스토랑 피아노 연주자 자리를 전전하는 음악가다. 두 사람은 LA 파티장과 도로 위에서 거듭 엇갈리다 결국 서로에게 끌리고, 그리피스 공원 천문대 계단 아래에서 황혼과 별빛을 배경으로 첫 춤을 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사랑도 깊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북돋운다. 세바스티안은 미아에게 재즈의 역사를 가르쳐 주고, 미아는 세바스티안이 자신만의 클럽을 꿈꾸도록 용기를 준다. 미아는 1인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세바스티안은 자신만의 재즈 클럽 개업을 목표로 삼는다. 미아는 세바스티안 덕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을 용기를 얻고, 세바스티안은 미아 덕분에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건 재즈 클럽을 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미래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나 꿈의 실현을 위해 둘은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하고, 그로 인해 연인들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세바스티안은 생계를 위해 자신이 경멸하던 팝 재즈 밴드에 들어가고, 잦은 투어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멀어진다. 미아의 연극은 참담한 흥행 실패로 끝나고, 그녀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려 한다. 결별 직전, 파리의 영화사로부터 오디션 연락을 받은 미아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결국 LA를 떠난다. 그리고 5년 후. 성공한 배우가 된 미아는 남편과 함께 재즈 클럽 ‘세브스(Seb’s, 세바스티안의 줄임말)’ 앞에 멈춰 선다. 세바스티안의 눈과 미아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영화는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을 가정하는 눈부신 몽타주를 펼쳐 보인다.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은 그들의 삶을. 그리고 두 사람은 미소를 나눈 채 각자의 현실로 돌아간다. 배우를 꿈꾸는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티안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오디션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배우 지망생,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연주를 해야 하는 음악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로맨스는 영화가 오래 기대 온 소재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는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 이야기를 끝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이 두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에 더 큰 관심을 둔다. 두 남녀는 우연히 만나 서로의 재능에 매료되고,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 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미래는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2016년 개봉 후 ‘라라랜드’는 화려한 뮤지컬과 로맨스로 기억됐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이 영화를 꿈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는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라기보다 인생의 선택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한 영화로 다가온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영화가 끝내 말하고자 한 것은 꿈보다 ’선택‘에 가깝다. 인생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 영화는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선택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라라랜드’의 이별은 비극이 아니다. 누군가의 잘못도, 극적인 사건도 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기에 각자의 가능성을 응원했고, 그 응원은 결국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했다. 이 역설이야말로 영화가 10년이 지나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는 비극의 주인공들과 만난다. 꿈을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위해 꿈을 미루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삶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지만, 선택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시간은 영화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을 바꾼다. 스무 살의 관객은 미아와 세바스티안의 사랑을 응원하지만, 서른과 마흔의 관객은 그들이 결국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라라랜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는 영화다. 젊을 때는 로맨스였던 작품이 어느새 성장담이 되고, 다시 세월이 흐르면 삶의 회고록처럼 읽힌다. 그때는 ‘낭만적인 이별’로 받아들였던 엔딩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꿈을 향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그 시절과, 선택의 무게와 돌이킬 수 없음을 몸으로 알게 된 지금 사이에서 ‘라라랜드’는 전혀 다른 영화로 읽힌다. 엠마 스톤은 취약함과 의지가 공존하는 미아를 섬세하게 구현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기력보다 내면이 먼저 느껴지는 드문 연기였다. 라이언 고슬링은 감정을 절제한 채 풍성한 내면을 지닌 세바스티안을 통해 ‘꿈에 사로잡힌 남자’의 또 다른 초상을 훌륭히 구현해 냈다. ‘꿈쟁이들의 도시(La La Land)’라는 제목에는 현실과 분리된 곳, 즉 허망한 도시라는 냉소적 의미도 담겨 있다. 셔젤은 그 두 의미를 동시에 껴안으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꿈을 좇는 일과 사랑을 지키는 일이 언제나 함께일 수는 없다는 사실까지도. 영화 말미, 두 사람이 ‘함께였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약 3분간의 몽타주 시퀀스는 오늘 다시 봐도 가슴 깊이 저며 온다. 그 장면들은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속 어딘가에 접어 보관하고 있던 ‘선택하지 않은 삶’이었기 때문이다. 황혼빛 LA 하늘 아래, 별들이 춤을 추는 시간만큼은 우리도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사랑 미소 세바스티안 덕분 순간 영화 미아 덕분
2026.07.22. 19:21
사랑은 왜 우리를 파괴하는가? 2000년 칸영화제에서 멕시코의 거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그의 장편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를 발표하며 세상에 던진 질문이다. ‘개 같은 사랑들’이라는 뜻의 영화 제목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얼마나 쉽게 파멸될 수 있는지에 대해 거칠고 불온하게 파고드는 영화임을 암시한다. 멕시코시티의 먼지와 피, 엔진 소음과 개 짖는 소리가 뒤엉킨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도, 멜로드라마도 아니다. 그러나 ‘피 튀기는 영화, 살아 있는 영화’로 개봉 전부터 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범상치 않은 작품이었다. 배급사 MUBI는 25주년 4K 복원판을 다음 주 재개봉한다. 이번 재개봉의 의미는 단순히 한 거장의 화려한 출발점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매끄러움과 정제된 알고리즘 서사가 지배하는 2026년의 영화 환경 속에서, 이 작품은 2000년 칸영화제에서 뿜어냈던 날것 그대로의 피와 타액, 땀 냄새 가득한 셀룰로이드의 육체성이 2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동시에 이 영화가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25년 만에 다시 만난 ‘아모레스 페로스’는 놀라울 정도로 현재적이다. 오늘날 수많은 영화가 우연과 연결의 서사를 소비하지만, 이 작품만큼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폭력을 집요하게 응시한 경우는 드물다. 이냐리투는 하나의 자동차 사고를 중심에 두고 세 인물의 삶을 교차시키지만, 그가 진정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남긴 상처였다. 충돌의 순간보다 그 이후에 드러나는 욕망과 죄책감, 계급의 균열과 고독에 더 깊은 시선을 머무르게 함으로써, 그는 인간이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갈망하는 존재임을 냉혹하면서도 뜨겁게 포착해낸다. 영화는 광란에 가까운 추격전으로 시작한다. 피투성이가 된 개를 태운 자동차가 도심을 질주한다. 뒤쫓는 총성과 비명, 그리고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충돌.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압축본이다. 인간들은 어디론가 도망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 욕망으로부터 달아나지 못한다. 거대 도시 멕시코시티라는 혼돈의 세계 안에서, 결코 만날 일 없던 다른 계급의 인간 군상들이 서로의 살점과 운명을 교환하는 잔인한 서사의 시작이다. 이냐리투는 바로 이 참혹한 교통사고의 순간을 하나의 우주적 기점으로 설정한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옥타비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형수 수사나를 사랑한다. 그의 사랑은 순수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그 순수함은 곧 폭력과 결합한다. 수사나와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그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개싸움에 뛰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싸움 자체가 아니다. 영화는 사랑이 인간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옥타비오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결국 폭력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영화 속 코피라는 이름의 개는 인간의 욕망을 대리한다. 코피는 싸움에서 승리할수록 더 큰 돈을 벌어다 주지만, 동시에 더 깊은 파국으로 인물들을 끌고 간다. 사랑은 행복을 약속하는 감정이지만, ‘아모레스 페로스’에서의 사랑은 언제나 거래와 폭력, 소유욕과 결합한다. 수사나를 얻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기 위해 개가 피를 흘린다. 결국 옥타비오는 사랑도 잃고 미래도 잃는다.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영화의 정서를 한층 비극적으로 확장한다. 유명 모델 발레리아와 유부남 다니엘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들이다. 둘은 새로운 아파트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자동차 사고는 그들의 미래를 산산조각 낸다. 발레리아의 다리는 망가지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사회적 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영화는 여기서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상대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니엘은 발레리아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녀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이 아닐 때 그는 점점 무력해진다. 사랑은 현실 앞에서 균열을 드러낸다. 특히 바닥 아래 갇힌 작은 개의 존재는 이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은유처럼 작동한다. 보이지 않지만 계속 들려오는 짖음. 사라졌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 그것은 어쩌면 두 사람 관계 속에 갇혀 있는 욕망과 후회의 목소리다. 사랑은 시작될 때 자유를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가두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발레리아와 다니엘은 같은 집에 살지만 점점 더 멀어진다. 영화는 사랑이 붕괴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 엘 치보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도덕적 중심이다. 노숙자로 살아가는 그는 과거 혁명가였지만 현재는 청부살인자다. 사회적으로는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인물인 그가 역설적으로 가장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데려온 코피가 자신의 개들을 모두 죽였을 때 그는 분노한다. 하지만 결국 개를 죽이지 못한다. 이 순간 영화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복수와 폭력이 아니라 용서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엘 치보는 코피를 통해 자기 자신을 본다. 가족을 버렸고, 사람을 죽이며 살아왔고, 평생 죄책감 속에 머물렀던 한 인간이던 그가 코피를 용서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을 용서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 그가 마지막 청부살인을 거부하고 의뢰인과 표적이 된 형제를 마주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는 죽음 대신 진실을 전달한다. ‘아모레스 페로스’는 결코 사랑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랑을 구원의 도구로 삼지도 않는다. 이냐리투는 사랑이 오히려 우리를 망칠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 때문에 폭력과 결합하고 사랑 때문에 거짓말을 하며 사랑 때문에 삶이 무너진다. 그러나 영화는 절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 이야기 가운데 가장 어두운 삶을 살아온 엘 치보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화해다. 영화는 인간이 상처 입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상처를 직면하는 순간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영화가 남기는 것은 사랑의 승리가 아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불완전한 모습일 뿐이다. 사랑은 때로 개처럼 잔인하고 통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다시 사랑을 선택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파괴 사랑 영화 환경 영화 제목 영화 전체
2026.06.17. 20:35
2026 FIFA 월드컵 대회가 막을 올렸지만 애틀랜타 지역 이민사회는 축구 축제를 즐기기보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가능성을 걱정하며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애틀랜타 저널(AJC)이 12일 보도했다. 지난 2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토드 라이언스 국장은 ICE가 애틀랜타를 포함한 월드컵 개최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미네소타에서 ICE 관련 사건으로 시민권자 2명이 사망하고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하면서 이민 당국의 발언 수위는 다소 낮아졌지만, 이민자 사회의 불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비영리단체 ‘라티노 커뮤니티 펀드 조지아’의 페드로 빌로리아 지역사회복지 담당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라틴계 주민들이 사실상 사회활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커뮤니티가 공공장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의 두려움을 보여준다”며 “예전처럼 공개적으로 월드컵 축제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병원 진료조차 미루고 있으며, 월드컵 관람이나 축제 참석은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전했다. 현재 애틀랜타 지역의 여러 비영리 단체들은 월드컵 기간 예상되는 ICE 접촉 상황에 대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라티노 커뮤니티 펀드는 월드컵 개막에 앞서 ICE 단속 시 대응 방법, 권리 숙지, 법률 정보 제공 등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 다른 비영리단체인 ‘사커 인 더 스트리츠’도 이민 전문 변호사와 함께 설명회를 열고, ICE 관련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매달 발송하고 있다. 이 단체의 프란시스코 스텐거 지역협력 매니저는 “우리는 축구가 즐거움과 공동체 형성의 장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이민 신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연습에 데려오는 것조차 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철(MARTA) 시설이 일부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점 때문에 가족들에게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월드컵 기간 동안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규모 단속이 자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오히려 월드컵이 끝난 뒤가 더 걱정된다”고 말한다. 김지민 기자축구 사랑 축구 축제 지역사회복지 담당자 월드컵 축제
2026.06.12. 14:48
강제한 사랑이 과연 사랑일까. 사랑이 단순히 상대가 나를 떠나지 않는 것 또는 나를 계속 원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사랑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건 보통 상대가 자유롭게 선택한 감각에서 시작한다. 언제든 떠날 수도 있는데 남아 있다는 사실, 바로 그 불확실성과 자발성이 사랑의 핵심이다. 그래서 사랑을 통제할 수는 없다. 강제한 사랑은 역설적으로 사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제거한다. ‘자유’를 없애는 순간 남는 건 애정의 형태를 한 복종이나 중독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인간이 실제 관계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운 감정만 주고받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늘 어느 정도 인정받고 싶어 하고 버림받기 싫어하고 상대의 마음을 붙잡고 싶어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 ‘옵세션’이 시작한다. 주인공 베어(Bear·마이클 존스턴)는 음반가게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니키(Nikki·인데 나바레트)와 굉장히 가깝다. 주변 친구들조차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허물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를 잘 이해해 주는 사이다. 베어는 니키를 사랑하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내내 고심한다. 극도로 자신감이 없는 베어는 거절당할까 두려워 계속 타이밍만 재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베어는 기묘한 잡화점에서 ‘One Wish Willow’라는 물건을 발견한다. 나뭇가지처럼 생긴 이상한 부적으로 누군가의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는 신비한 물건이다. 처음엔 장난감인 줄 알았지만 베어는 술김 반 좌절감 반으로 소원을 빈다.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그 소원은 진짜 이루어진다. 적어도 처음엔 베어의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니키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베어에게 집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며 항상 함께 있으려 한다. 하지만 곧 그녀의 태도는 이상해진다. 니키는 베어가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공황 상태가 되고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면 극도로 공격적으로 변한다. 밤중에 비정상적으로 웃거나 울고 혼잣말을 하며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며 비명을 지른다. 관계는 점점 사랑이 아니라 집착의 단계로 변해간다. 베어는 점점 니키의 이런 상태에 죄책감을 느낀다.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소원 때문에 정신이 망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완전히 관계를 끊지 못한다. 평생 원하던 감정을 드디어 얻었고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니키의 집착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녀는 베어의 친구들을 적으로 여기고 둘 사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베어는 결국 저주를 풀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죽어야만 ‘One Wish Willow’의 저주가 끝난다는 걸.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순간 니키는 저주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니키의 눈앞에는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사건과 피투성이 현장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영화는 니키가 충격 속에서 마침내 현실을 인식하는 듯한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는 베어를 단순한 피해자나 가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외로운 영혼을 지닌 인물로 표현된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하는 그의 ‘좋은 남자 콤플렉스’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를 이해하고 동정하게 만든다. 문제는 바로 그 용기 없음이다. ‘옵세션’은 그 감정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그리고 그 메타포로 ‘공포’를 선택한다. 영화는 강제로 얻은 감정이 어떻게 점점 본래의 형태를 잃어가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처음에는 꿈처럼 보였던 관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유를 잃은 감정과 불안 집착으로 변질된다. 호러 영화의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옵세션’은 단순히 ‘미친 여자친구’를 소재로 한 자극적인 공포 영화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니키의 광기가 아니라 그 광기를 만들어낸 베어의 욕망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공포는 초자연적 존재나 살인 장면보다도 인간 내면의 결핍과 집착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그 감정을 사회적 공포의 형태로 극단화한다. 누군가를 너무 오래 사랑했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모든 게 완벽해질 거라고 믿는 순간 그 욕망은 결국 ‘무서운 현실’이 되어 버린다. 영화의 공포는 저주 자체보다 사랑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아주 익숙한 욕망에서 나온다. 우리는 보통 사랑을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늘 버려지기 싫은 마음 선택받고 싶은 욕망 관계를 붙들고 싶은 충동이 뒤섞여 있다. 이 영화는 설정 자체만 보면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다. 소원을 빌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B급 호러의 설정이다. 그런데 배우들이 감정을 현실적으로 잘 연기해 낸 덕분에 관객은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연출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니키를 입체적으로 연기한 인데 나바레트의 연기가 훌륭하다. 중반 이후 니키는 애원하다가 웃다가 분노하고 갑자기 무너진다. 그런데 그 변화가 단순한 연기 과시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신이 붕괴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상반기 공개된 작품들 속 여배우 연기 중 가장 폭발적인 호평을 받은 나바레트는 자칫 ‘광기’에만 머물 수 있었던 니키를 인간적인 캐릭터로 살려낸다. 실제 오래된 친구처럼 보이는 두 배우의 케미 덕분에 관객은 “둘이 잘되면 좋겠는데?”라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품게 된다. 그래서 후반부의 비극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두 배우가 관계의 자연스러움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상대는 나만 바라보지만 그 시선에는 자유가 없다. 떠날 가능성이 사라진 순간 안도감과 함께 관계의 생동감도 죽어버린다. 그래서 이 영화의 질문은 단순히 “사랑은 강제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사랑받고 싶은 걸까 아니면 거절당하지 않을 확신을 원하는 걸까”에 더 가깝다. 강제된 감정이 만들어낼 그 공포를 당신은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사랑 강요 보통 사랑 공포 영화 호러 영화
2026.05.27. 20:23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총회장 조광세)가 주관한 ‘2026 사랑의 나눔 축제’가 9일 중앙루터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통무용 등 공연이 진행됐으며 시니어 200여 명에게 도시락과 생필품이 전달됐다. 김상진 기자대한노인회 사랑 대한노인회 사랑 나눔 축제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
2026.04.10. 0:27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이 만든 환상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라는 이름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신작 ‘더 드라마(The Drama)’는 그 고통의 과정을 지독하리만치 탐미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쫓는다. 2026년 상반기 가장 문제적 걸작 중 하나로 부상한 이 작품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앞둔 한 커플의 균열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근원적인 공포와 위선을 해부한다. 영화 ‘더 드라마’는 우리에게 ‘진실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정보가 넘쳐나고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는 시대에 내 옆에 누운 사람의 머릿속은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기괴한 비애마저 느껴진다. 영화의 시작은 기만적일 만큼 평온하다. 결혼을 앞둔 연인의 일상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따른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중반부, 젠데이아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던지는 어떤 고백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이 지점에서 보글리는 장르의 문법을 과감히 무너뜨린다. 달콤한 연애담의 잔해 위로 스릴러의 긴장과 블랙 코미디의 냉소가 스며들고 카메라는 두 연인의 얼굴을 집요하게 좇으며 그들이 쓴 가면을 벗겨낸다. 성공한 커플 에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결혼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다. 영화의 초반 30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장센 속에서 이들의 견고한 사랑을 보여준다. 세련된 뉴욕의 아파트, 완벽하게 조율된 결혼 준비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우아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흘러간다. 찰리는 자신이 에마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두 사람의 미래에는 어떤 걸림돌도 없어 보인다. 어느 날 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에마가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어느 한 사건을 고백하면서 영화의 톤은 급격히 냉각된다. 그 고백은 충격적이게도, 그녀가 과거에 계획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던 학교 총기테러에 관한 것이다. 에마는 이것을 단순한 농담이나 술주정이 아닌, 자신의 본성 깊은 곳에 자리한 억눌린 욕망이었다고 말한다. 이 시점 이후 찰리의 삶은 산산조각 난다. 그는 사랑했던 연인의 얼굴에서 잠재적 범죄자의 그림자를 보기 시작한다. 에마의 과거 행적을 뒤쫓으며 그녀가 숨겨온 어두운 흔적들을 발견하려 애쓰지만, 에마는 오히려 그런 찰리의 집착을 비웃듯 더욱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 영화는 어느덧 두 사람의 심리 서스펜스로 전환되어 있다. 찰리는 그녀를 신고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과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감정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반면 에마는 자신의 추악한 진실을 공유했다는 사실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더욱 당당하게 행동한다. 결혼식 전야, 찰리는 에마의 고백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정교한 심리 게임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실제 있었던 일이었는지 묻는다. 에마는 끝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채 찰리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던 폭력성과 의심을 끌어내어 그를 더욱 자극한다. 결국 폭발한 찰리는 에마를 공격하게 되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에마의 어두운 본성과 자신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랑이 아닌, 서로의 심연을 확인한 자들만이 공유하는 서늘한 공포를 끌어안고 이 둘은 끝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관객은 이 순간 이들이 결합하는 것이 사랑의 승리인지, 아니면 공멸을 향한 시작인지 질문하게 된다. 젠데이아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모호하고도 강력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혹은 단순한 관찰자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 위에 서 있는 에마가 충격적인 범죄 계획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젠데이아의 눈빛은 서늘한 공포와 기묘한 해방감을 동시에 발산하며 극의 텐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단순히 대본을 수행하는 연기를 넘어, 캐릭터를 관객의 상상력 속으로 이식하는 연기, 서늘하고 입체적인 심리 묘사는 벌써부터 그녀가 2027년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로버트 패틴슨의 존재감 역시 압도적이다. 그는 평범한 남성이 믿음의 근간이 흔들릴 때 겪는 심리적 붕괴를 기괴한 호흡과 뒤틀린 몸짓으로 형상화한다. 젠데이아가 구축한 정적인 미스터리에 동적인 광기를 불어넣는 그는, 두 배우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동력의 주체다. 특히 두 인물이 충돌하는 후반부의 대립 시퀀스는 2027년 오스카 남녀주연상 부문에서 가장 자주 인용될 클립이 될 것이 분명하다. 패틴슨은 자칫 기능적으로 전락할 수 있는 남성 캐릭터에 구체적인 살을 붙여 관객이 그 불쾌한 감정에 끝내 동조하게 만드는 심연의 연기를 펼친다. 보글리 감독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이 유지하려 애쓰는 정상성이라는 가면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조롱하듯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부조리한 유머들은 관객을 실소하게 하지만 그 웃음의 끝은 언제나 불편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감독은 ‘의도된 불편함’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관객을 영화 속 인물들과 동일한 심리적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다. 잉마르 베리만의 1973년작 ‘결혼의 풍경’(Scenes from a Marriage)이 지녔던 신경질적인 통찰에 현대적인 감각의 스릴러를 덧입힌 듯하다. 특히 뉴욕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활용해 폐쇄적인 실내 구조와 대비, 인물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연출이 탁월하다. 제목 ‘더 드라마(The Drama)’에서 정관사 ‘더(The)’가 지닌 함의는 이 영화의 냉소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가장 결정적인 복선이라 할 수 있다. 보글리 감독이 굳이 이 평범하고도 거대한 단어 ‘드라마’에 ‘더(The)’를 붙여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영화 속 이야기를 ‘단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으로서의 드라마로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나 극적인 사건을 통칭하지만, 정관사 ‘더’(The)가 붙는 순간 ‘그 사건’, 혹은 유일무이한 비극으로 격상된다. 극 중 에마와 찰리가 마주하는 파열음은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뒤바꾸고 정의 내리는 결정적인 파국임을 시사한다. 수많은 일상의 해프닝 중 하나가 아니라, 삶의 모든 진실을 집어삼키는 단 하나의 거대한 사건. 단순한 영화적 체험을 넘어 현대의 모든 관계에 종말을 선언하는 비망록이라 할 수 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사랑 본질 중반부 젠데이아가 결혼식 전야 연기 인생
2026.04.08. 18:23
가든그로브의 OC한미시니어센터(회장 김가등, 이하 센터)가 설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20일 마련한 사랑의 떡국 잔치에 약 200명이 참여,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센터 측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떡국과 전, 오렌지로 점심을 즐기며 명절 분위기를 만끽했다. 센터 측은 참가자들에게 종합 비타민을 선물로 나눠줬다. 센터 측은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행사를 열었다. 센터는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문의는 전화(714-530-6705)로 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시니어센터 사랑 시니어센터 사랑 떡국 잔치 참여 성황
2026.02.23. 19:00
OC한미시니어센터(회장 김가등, 이하 센터)는 오는 20일(금) 한인 시니어를 위한 ‘사랑의 떡국 잔치’ 행사를 개최한다. 떡국 잔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가든그로브의 센터(9884 Garden Grove Blvd) 대강당에서 진행된다. 센터 측은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떡국과 다양한 전통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지역 내 시니어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가등 회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설날과 같은 명절 때면 더 외로움을 느낀다. 어르신들이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고향의 맛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참가자에게 선착순으로 선물도 나눠줄 예정이다. 자세한 문의는 센터 사무국에 전화(714-530-6705)로 하면 된다.어르신 사랑 떡국 잔치 한인 시니어 센터 사무국
2026.02.17. 19:00
한미우호네트워크(총회장 진안순)는 지난 30일 시카고 제시 화이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제시 화이트 센터에서만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번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는 17년째 이어져 온 한미우호네트워크의 대표적인 겨울 나눔 봉사활동이다. 이날 행사에는 제시 화이트 전 일리노이주 총무처장관과 월터 버넷 전 시카고 부시장(현 주 하원의원)을 비롯해 주•시의원 및 경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시카고 중앙일보를 비롯 ABC•FOX•NBC 등 시카고 주요 언론이 현장을 취재해 한인사회의 봉사정신을 조명했다. 특히 이날 체감 기온이 화씨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눈까지 내렸지만 참석자들은 500여 명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방한용 점퍼를 전달하고 시카고 지역사회에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카고 지역 한인 단체들과 한미우호네트워크 회원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가 더해져 큰 호응을 얻었다. 진안순 한미우호네트워크 총회장은 이날 “작은 나눔이지만, 사랑과 배려로 시카고가 더욱 따뜻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며 “추운 날씨 속에서도 서로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우호네트워크는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리는 마지막 행사를 끝으로 올해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미우호네트워크 #사랑의점퍼 #시카고 J 취재팀한미우호네트워크 사랑 진안순 한미우호네트워크 한미우호네트워크 회원들 나눔 행사
2026.02.03. 13:23
1977년 내가 헌팅턴 비치로 이사를 하면서 우연히 현이엄마를 알게됐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수영장에 갈 때마다 그녀도 늘 거기 있었다. 수영장이 그녀 집 가까이에 있어서 아이들이 먼저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수영을 마치면 집으로 데리고 가 핫도그를 만들어 먹이곤 했다. 그녀의 세 자녀와 우리 아이 셋은 또래여서 더욱 정답게 지냈다. 7월의 무더운 어느 날, 현이 엄마가 겨우 남편의 허락을 받아 다 같이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에 갔다.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쓸쓸해 보였다. 우리는 햇볕이 내리쬐는 모래사장에 앉았다. 그녀는 순간 내 손을 잡으며 “처음 만난 날부터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웃고 뛰노는 모습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어요.”라고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삶은 쉽지 않았다. 외동딸로 자란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는 한복을 지어 생계를 유지했다. 홀어머니와 늘 이사해야 했고 학교 공납금을 제때 내본 적이 없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그래도 그녀는 한국무용을 배웠고 힘들게 해외 순방 공연단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공연 중 출장을 온 남자를 만났고 나중에 미국 공연에서 또 만나게 됐다. 남자의 끈질긴 구애와 넘치는 선물 공세가 집요해 망설였지만 결국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녀가 꿈꾸던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편의 의처증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직업도 갖지 못하게 했고 운전도 배우지 못하게 했다. 외출마저 허락을 받아야 했다. 혹시 아이들이 학교 친구와 동네 피자 가게에 가게 되어 같이 다녀오기라도 하면 남편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고 의심했다. 의심은 곧 폭력으로 이어졌고, 폭행 뒤에는 좋은 식당에 가서 외식을 시켜주거나 새 옷과 보석을 사주었다. 수년 동안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온 그녀에게 자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한국 마켓에 가는 일조차 남편이 퇴근한 뒤에야 가능했고, 하루의 대부분을 남편의 통제 아래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이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다. 피아노 선생님이 집으로 와서 레슨도 하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집 옆에 있는 태권도 도장에도 보냈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소망만이 그녀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 소망은 바느질로 이어졌다. 그녀는 틈을 내어 아이들 옷을 직접 만들었다. 남편의 허락을 받아 내가 그녀를 데리고 원단 가게에 가서 예쁜 천을 고를 때면 그녀의 눈빛이 환해졌다. 패턴을 사서 재단하고 한 땀 한 땀 옷을 꿰맸다. 분홍 꽃무늬 원단은 큰딸의 원피스로, 노란색 천은 둘째딸 원피스로, 푸른 줄무늬 천은 아들의 셔츠로 만들었다. 그녀가 만든 옷들은 사는 옷보다 예뻤다. 아이들이 옷을 입고 기뻐할 모습을 떠올리며 밤늦도록 바느질을 했다고 한다. 새 옷을 입고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 그것이 그녀의 삶을 견디게 한 힘이었다. 1993년, 내가 처음으로 가정폭력 쉼터 일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그것이 가정폭력이었음을 깨달았다. 그전까지 나는 남의 집 사정이라 생각하며 지나쳤으니 돌이켜보면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의 무지가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외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따금 그녀가 떠오르면 마음 한편이 아프다. 가까이 살면서도 폭행을 당한 뒤 눈물로 고통을 얘기할 때 전문가에게 안내하여 상담을 받도록 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가 리버사이드로 이사 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가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연락이 와서 병원으로 찾아가 만났다. 손을 꼭 쥐었을 때 그녀는 아무 말도 못했지만, 눈빛은 그동안 라이드를 자주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녀는 그렇게 55세에 내 곁을 떠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그녀는 조용한 숨결처럼 내 마음 한구석에 살아 있다. 나란히 앉아 바느질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그립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사랑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그녀의 자녀들은 훌륭히 성장했다. 큰딸은 디자이너가 되었고, 아들은 큰 무역 회사의 중역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막내딸은 아버지를 돌보며 건축 회사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오늘 SNS에서 그녀의 세 자녀들이 쓴 엄마를 추도하는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녀가 떠오른다. 바늘을 잡고 조용히 미소 짓던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그녀의 삶은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아이들에게 남긴 것은 옷 한 벌이 아니라 깊고 넓은 사랑이었다. 아이들에겐 어쩌면 그 사랑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떠났지만, 어머니의 손길을 기억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그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녀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살아 있다. 엄영아 / 수필가문예마당 바느질 사랑 가정폭력 쉼터 동네 수영장 마음 한구석
2026.01.08. 18:10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오는 1월 10일(토) 오전 11시 ‘새해 오찬기도회’와 함께 제17차 사랑의 쌀 나눔 잔치를 연다. 행사는 새해기도회로 시작해 오찬 친교 후 쌀 나눔 순으로 진행되며, 장소는 LA 한인타운 MBC 건물 2층과 주차장(3400 W. 6th St. #202, LA)이다. 협의회는 올해 미자립 교회 20곳을 선정해 교회당 10포씩을 지원하고, 그 외 어려운 이웃에게는 1포씩 전달할 계획이다. 또 밥 짓기가 어려운 이웃에게는 햇반 1박스(12개입)를 함께 나눈다. 협의회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성탄·신년, 부활절, 어버이날, 추수감사절 등 연중 나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쌀 수령을 원하는 교회는 교회명과 담임목사 이름, 연락처를 적어 문자(213-783-3844)로 신청하면 된다(선착순). 후원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Zelle(CKCSC, 213-550-7377) 등을 이용하면 된다. 강한길 기자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사랑 나눔 잔치 연중 나눔 교회명과 담임목사
2026.01.07. 20:28
400여 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페테르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지난 11월 30일 프랑스의 한 경매에서 약 300만유로(약 352만 달러)에 낙찰됐다는 기사가 성탄절을 앞둔 시기라서 눈길을 끌었다. 루벤스뿐 아니라 서양미술의 거장들은 거의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 특히 십자가에 못 박힌 광경을 그린 명작을 남겼다. 현대미술에서도 루오, 샤갈, 고갱, 달리 등이 그린 유명한 작품이 많다. 우리 한국미술에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한 미술작품이 많다. 예를 들어,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조각가 최종태의 한국적 성상(聖像), 한국화가 김병종의 ‘바보예수’, 서양화가 권순철의 ‘예수님 얼굴’ 등 우리 시대 한국의 종교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작가의 종교관과 예술관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 작가가 서양의 문화와 정신을 어떻게 받아들여 자신의 작품으로 재창조했는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말해준다. 성탄절을 맞아 이런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나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1913~2001) 화백이 그린 ‘예수의 생애’ 연작이다. 운보의 예수의 생애 연작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박해, 공생애, 수난과 부활, 승천 등 예수의 일대기를 한국의 전통 풍속화로 재해석하여 파노라마처럼 화폭에 담아낸 역작으로, 한국 종교미술 토착화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예수님의 삶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하여, 갓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선녀의 모습으로 표현된 천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 마리아, 조선시대 복색을 한 인물들과 초가집 기와집 등 전통 가옥과 자연 등이 마치 조선시대 어느 고을의 이야기를 그린 풍속화를 보는 듯하다. 예수의 생애 연작은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과감한 시각, 기독교의 한국화라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미술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 회화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전쟁 중에 탄생한 성화(聖畵)로 전쟁과 종교그림이라는 대비에서 오는 상징성이 큰 울림을 준다. 운보는 한국전쟁 중인 1952∼53년 아내 박내현의 친정이 있는 군산에서 피난 생활을 할 때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리기 시작하여, 1년여 만에 29점을 완성했다. 그의 나이 40세 때였다. 그 3년 뒤, 부활 그림을 추가해 30점으로 완성했다. “온 국민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예수의 행적을 그려보는 것도 계기가 될 것 같아 성화를 그리는 것으로 암울한 시기를 이겨 나갔다.” 그리스도의 수난이 전쟁 속 우리 민족의 고통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 한국적인 성화를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피난시절의 가난과 엄혹한 환경, 화구도 구하기 힘든 여건에서 모든 일을 전폐하고 오로지 성화를 그리는데 온 힘을 쏟았는데, 이 연작을 그리던 시기에는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대낮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성화 작업에 몰입했다고 고백했다. 이와 같은 아픈 사연이나 시대배경을 알고 작품을 감상하면 새삼 숙연해지고, 왜 한국적 풍속화로 재해석해서 그렸는지도 공감하게 된다. 참고로, 운보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감리교회에 다녔고, 스승의 권유로 장로교회에도 다녔다. 그러다가 막내딸이 ‘수녀회’에 입회한 것을 계기로 일흔 살에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꾸준히 김 추기경과 교유하였으며, 장례미사도 추기경이 집전했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그리스도 사랑 예수 그리스도 한국 종교미술 우리 한국미술
2025.12.25. 18:00
샌피드로 패션협회(회장 폴 계)와 자바선교회가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사랑의 선물함'을 통해 모은 컵라면 175박스를 23일 제퍼슨 시니어 아파트를 찾아 전달했다. 이날 유니파이드 레오클럽 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컵라면을 직접 건네고 있다. 김상진 기자컵라면 사랑 컵라면 175박스 샌피드로 패션협회 제퍼슨 시니어
2025.12.23. 21:47
한인들의 따스한 이웃 사랑이 시카고의 추운 겨울을 녹였다. 한미우호네트워크(총회장 진안순)가 지난 2009년 이후 해마다 시카고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는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가 올해도 시작됐다. 한미우호네트워크는 지난 20일 시카고 북서 서버브 윌링에서 윌링 패트릭 호처 시장, 경찰과 함께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미우호네트워크 회원 및 자원봉사자들과 윌링 시, 경찰 관계자들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500여 명의 지역 내 어려운 이들에게 두툼한 방한용 점퍼를 전달했다.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는 한미우호네트워크 진안순 총회장이 중심이 돼 2009년 이후 17년째 열리고 있다. 이를 통해 미주 한인 동포사회의 위상을 제고하고 미국 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 공존하는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시카고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의 추운 겨울을 보내는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따뜻한 위로를 전해 지역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평소 지역 사회 봉사활동과 장학금 수여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진안순 한미우호네트워크 총회장은 이날도 직접 점퍼를 나눠주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진안순 총회장은 “한미우호네트워크는 앞으로도 한인사회와 미국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적인 봉사와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윌링 시는 이날 진안순 총회장에게 표창장을 전달, 감사를 전했다. 한미우호네트워크의 올해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는 윌링에 이어 인디애나, 미시간, 위스콘신, 켄터키 주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J 취재팀시카고 사랑 시카고 겨울 시카고 북서 한미우호네트워크 진안순
2025.12.23. 14:00
날씨가 추워지는 연말,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기를 전하는 한인들의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졌다. 지난 13일 오전 9시 30분 LA한인타운 인근 맥아더 공원에서 미주중앙일보 산하 비영리단체 해피빌리지가 주최한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가 열렸다. 이날 현장은 전날 밤 추위를 견딘 노숙자들과 따듯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주민들을 돕기 위해 아침부터 발 벗고 나선 한인 자원봉사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자선 모금을 통해 마련한 방한 점퍼 450여 벌을 비롯해 별도로 기부 받은 신발과 커피, 간식 등 각종 기부 물품을 전달했다. 이날 맥아더 공원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이 모여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토런스제일장로교회(담임 고창현 목사) 봉사팀 15명과 밸리 지역 청소년 봉사단체 GUYV(Growing Up Youth Volunteer Group·디렉터 크리스틴 설) 학생 봉사자 20명과 학부모 20여 명 등 약 60명이 행사를 함께했다. 점퍼 나눔에 참여한 크레센트밸리 고교 11학년 장예진(17) 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는 걸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GUYV의 그레이스 설 공동 디렉터는 “매년 아이들이 현장에 나와 직접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봉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돌아보고,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체험으로 배우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례로 점퍼와 신발을 전달받은 노숙자들은 봉사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딜런(45)이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맥아더 공원 인근에서 생활하는데 밤이면 기온이 크게 내려가 점퍼 하나만 있어도 큰 힘이 된다”며 “이런 도움을 받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토런스제일장로교회의 김준식 장로는 “이웃 돕기는 교회 사회봉사부가 오랫동안 이어온 핵심 활동 중 하나”라며 “LA 지역 전체가 함께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피빌리지는 이달 사우스센트럴과 다운타운, 알바라도 등 LA와 리버사이드 일대에서 지역 봉사단체들과 함께 '사랑의 점퍼' 1500여 벌을 추가 배포할 계획이다. 해피빌리지 김장호 국장은 “관세 여파로 물품 가격이 인상돼 어려움이 있었지만, 후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에 올해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올해로 19년째를 맞은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는 매년 자선 모금을 통해 2000벌의 방한 점퍼를 제작해 한인 커뮤니티의 홈리스 사역 단체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올해는 토런스제일장로교회와 터보자선재단, 브라이언&아이리스 나 재단, 한인 음료 제조업체 윈순(Win Soon), 김스전기, 선라이즈재단, 프로클럽재단, 품사모 등 여러 단체와 개인 후원자들이 기금 마련에 동참했다. 우훈식 기자이웃 사랑 점퍼 나눔 방한 점퍼 점퍼 하나
2025.12.14. 20:02
11일 중앙루터교회에서 올해 마지막 '사랑의 점심'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2010년 9월 시작된 '사랑의 점심'은 매달 둘째 주 목요일마다 열리고 있으며, 행사를 주관하는 방주교회의 김영규 목사는 한인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인 시니어들에게 도시락과 함께 두유와 과자 등 푸짐한 선물이 전달됐다. 사진은 이날 특별공연을 펼친 123프리스쿨 원생들과 자원봉사자들. 김상진 기자사랑 점심 점심 행사 한인 커뮤니티 한인 시니어들
2025.12.11. 21:54
“혼자 사는 이들이 서로의 사정을 가장 잘 압니다. 작은 정성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주 전역 한인 250여명이 모여 활동하는 친목단체 ‘품격있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품사모)’이 중앙일보 산하 비영리 기관 해피빌리지가 진행 중인 ‘2025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를 위해 1070달러를 기부했다. 품사모 측은 한 달 전부터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 기부를 위한 자체 포스터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공유했다고 한다. 품사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사랑의 점퍼 나누기 행사에 동참하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꼭 참여하고자 공지를 띄웠고 회원들끼리 참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혼자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이웃이 어려움을 겪고 힘들 때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품사모에서는 한인 싱글과 돌싱들이 모여 친목을 나눈다. 5년 전 팬데믹 기간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건강과 생활 정보를 나누자는 취지로 모임을 시작했다. 지금은 남가주 등을 중심으로 ‘하이킹, 볼링, 골프, 먹거리 탐방, 독서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을 열고 있다. 가입자격은 1963~1983년생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품격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검색하면 된다. 한편 본지가 19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랑의 점퍼 행사는 내달 13일까지 이어진다. 150달러(10벌), 1500달러(100벌), 3000달러(200벌) 등 희망 수량을 선택해 체크·카드·현금 등으로 기부할 수 있다. ▶문의: (213) 368-2630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품격 사랑 점퍼 동참회원들 점퍼 행사 친목단체 품격
2025.12.11.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