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밀알 서부지단 연합 사랑의캠프'가 지난 26~28일 캘스테이트 롱비치 캠퍼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 사랑의캠프에는 남가주와 북가주, 캐나다 밴쿠버 밀알 가족들과 더불어 ANC온누리교회 GM과 청년 트랙팀 등에서 약 370명의 장애인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 스태프들이 참석했다. [남가주 밀알선교단 제공]밀알 사랑 밀알 사랑의캠프 남가주 밀알선교단 밀알 서부지단
2025.06.29. 20:34
사랑, 연인이라는 통상적 단어가 이들 사이에서는 금기어가 된다.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에서 만난 두 남자의 원초적 시선이 그 사랑의 시작이었다. 2005년 대만 출신의 거장 이안 감독이 애니 프루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 영화화한 ‘브로크백 마운틴’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06년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최다 8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해 작품상이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닌, ‘크래쉬(Crash)’로 선정된 것은 역대 아카데미상 최대 오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영화가 발표된 2005년 당시,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서 동성애를 주된 서사로 다룬다는 것은 금기에 가까운 파격적인 시도였다. 특히 ‘서부극’이라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상징하는 장르에 동성애 코드를 접목한 것은 보수적 성향의 대중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를 특정 소수자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의 사랑과 상실, 그에 따른 고뇌 등 비극적인 감정으로 접근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촉발했고 관객들을 동성애 커플의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게 하여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허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60년대 와이오밍은 매우 보수적인 사회였고, 동성애 행위가 발각되면 폭력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었다.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통해 두 주인공의 사랑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정이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960년대 와이오밍의 브로크백 마운틴의 양 떼 방목을 위해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이 채용된다. 이들은 낮에는 초원으로 양들을 몰아 풀을 먹이고 밤에는 방목지 근처 텐트에서 잠을 자며 양을 돌본다. 부족한 음식을 보충하기 위해 사슴을 사냥해서 먹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 지면서 잭과 에니스는 조금씩 서로에게 이끌린다. 이들은 식사를 같이하는 등 하루 종일 함께 지내지만 서로 맡은 일이 달라 밤에는 각자의 텐트에서 따로 잠을 잔다. 둘은 어느 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취해버린다. 양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 에니스는 몸을 가눌 수 없어 땅 바닥에 담요를 덮고 누워 동이 트길 기다린다. 모닥불이 꺼지고 추위에 떠는 에니스를 잭은 텐트 안으로 들어오라 한다. 옆자리에 누운 에니스를 뒤에서 포옹하는 잭의 돌발행동에 놀란 에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관계를 맺는다. 잠시 동안의 어색한 시간이 지나가고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며 더욱 친밀해져 간다. 사랑에 빠진 두 남자는 예상보다 일찍 철수하게 되면서 기약 없이 헤어진다. 에니스는 알마(미셸 윌리암스)와, 잭은 루린(앤 해서웨이)과 결혼해 자녀를 낳고 살아간다. 에니스를 잊지 못하는 잭이 4년 만에 찾아온다. 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후미진 곳으로 들어가 키스로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알마는 충격에 휩싸이고 두 남자의 관계가 지속하는 것에 절망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에니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알마는 에니스와 이혼한다. 20년 동안 이어진 잭과 에니스의 만남은 잭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끝맺음을 맺는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끔찍한 최후를 맞은 잭의 본가를 찾아가는 에니스, 가고 없는 잭의 방에 앉아 그를 그리워한다. 평생 자신을 감추고 억압하고 부인하며 살아왔던 에니스의 애처로운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출, 두 주연 배우를 포함한 전체 캐스팅의 뛰어난 앙상블 연기,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이 조화를 이룬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이안 감독은 와이오밍의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두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으로 그리기보다, 인간의 외로움, 갈망,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성을 서정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퀴어 영화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며 주류 영화계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영화로 영화사적 가치를 지닌다. 동성애라는 민감한 주제를 인간적 감정으로 승화시켜 대중에게 다가섰고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퀴어 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영화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동성애 영화가 특정 커뮤니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주제임을 증명하며 이후 퀴어 영화들이 더 넓은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문라이트’ 등 다양한 퀴어 영화들이 발표되어 아카데미상을 받는 등, 퀴어 영화의 위상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흥행 성공은 사회적 변화와 함께 진화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동기가 되었다. 최근 동성애 영화는 LGBTQ+ 스펙트럼 전반을 아우르며, 성을 남녀로 구분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지정받은 성을 스스로 정체화하는 ‘트랜스젠더’, 무성애자를 뜻하는 ‘에이섹슈얼(Asexual)’ 등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특정 정체성이나 경험에 초점을 맞춘 세분된 이야기도 증가하고 있으며, 아시아 등 비서구권 영화에서도 활발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의 강렬하고 몰입 적인 연기는 영화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레저는 과묵하고 감정을 억누르는 에니스의 고뇌하는 내면을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 완벽하게 표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레저는 2008년 1월 뉴욕의 자택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데 다음 해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 사후에 남우조연상을 받은 최초의 배우가 된다. 제이크 질렌할 역시 에니스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좌절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가는 불운한 남자 잭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미셸 윌리엄스와 앤 해서웨이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드넓은 와이오밍의 웅장한 자연 풍광, 그 속에 묻혀 있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고독함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 고독함이 없었던 들, 애초에 두 남자의 사랑은 싹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영화사 사랑 브로크백 마운틴 동성애 행위 동성애 코드
2025.06.25. 19:00
워싱턴통합노인연합회(회장 우태창)와 버지니아한인회(VSOK)는 공동으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워싱턴지역 6.25참전 유공자와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쌀을 23일 전달했다. 이날 정오 H마트 버크점에서 가진 전달식에는 대한민국 6.25참전 유공자회 워싱턴지회 신진균 회장 대행을 비롯해 김용하 메릴랜드 몽고메리 한인회장, 김영태 H마트 버크점장 등 주요 인사들과 노인아파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신진균 회장 대행은 “노인연합회가 제75주년 6.25를 맞아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잊지 않고 예우를 해준데 대해 깊이 감사를 드린다”며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마음이 한인사회 전체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태창 노인회장은 “호국보훈의 달과 6.25를 맞이하여 국가와 한인커뮤니티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봉사하신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쌀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5파운드짜리 100포대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를 포함 에버그린, 앰우드, 락우드, 타이슨타워, 알렉산드리아 노인아파트 등에 있는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워싱턴통합노인연합회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등 단체로서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성한 기자 [email protected]호국보훈 사랑 25참전 유공자회 한인회장 김영태 한국전쟁 참전
2025.06.23. 12:08
이른 아침, 어둠을 밀어내는 이슬을 밟는다. 담벼락을 따라 번져가는 햇살이 눈 부시다. 그 사이로 커피잔을 든 채 전화를 받으며 자동차로 향하는 사람이 보이고, 신문을 든 채 뛰어가는 이, 시동을 걸어 놓고 물건을 찾느라 소리치는 이도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가 시작된다. 분주한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내릴 즈음, 나직이 되뇌어 본다. “그래도 하나님은 나를 잊지 않으시지.” 나는 잊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약속을 지키시며 나와 동행해 주셨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그 하나님과 함께 걷는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내 일, 내 감정, 내 필요에만 얼마나 매달려 있었던가. 하나님은 그저 아플 때는 의사가 되어 주시고, 속상하면 위로자가 되어 주시며, 부족하면 채워 주는 분이라고만 믿었다. 어릴 적, 붐비는 장터에는 늘 어묵 가게가 있었다. 좁은 가게 틈에 어깨를 밀어 넣고는 10원어치 어묵을 참 맛있게도 먹었다. 찌그러진 양은 사발에 담겨 나온 어묵 두 개를 다 먹고 나면 대나무 꼬치만 남았고, 가게 바닥에는 어묵 없는 꼬치들이 한가득 널려 있었다. 문득 그 꼬치들 속에서 하나님이 겹쳐 보인다. 나는 하나님을 그렇게 대해 온 것이 아닐까. 정작 가장 어리석은 것은, 그런 대접을 받으시면서도 여전히 나와 함께하시는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토록 내 곁에 있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어묵 없이 팽개쳐진 꼬치가 되더라도, 사랑하는 이의 배를 채우려는 그 마음을 외면했던 것이다. 나는 보지 못했다. 하나뿐인 아들의 목숨을 나에게 주셨을 때조차 그 사랑을 깨닫지 못했다. 어찌 이리 어리석고 무딜 수 있는가. 그런데도 하나님은 오늘도 나와 함께 걸으신다. 내가 좋아서, 나를 보고 싶으셔서 그러하신다. 나와 말하고 싶으셔서 내 안에 오신다. 함께 숨 쉬고, 함께 고통받고, 함께 눈물 흘리신다. 이 바쁜 세상에서, 아무도 나를 생각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생각하신다. 그 사랑 앞에서 나는 오늘도 질문을 받는다. 너는 그 사랑을 사랑하고 있느냐고. 그 사랑에, 너의 심장은 어떻게 뛰고 있느냐고.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오뎅 사랑 어묵 가게 대나무 꼬치 어치 오뎅
2025.06.02. 17:47
최근에 영성가 헨리 나우엔 신부님의 책 ‘예수의 길’을 읽으면서 유카리스티어란 단어에 대한 묵상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다. 감사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감사를 감정이나 태도로 이해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감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성경 속 헬라어 유카리스티어, 곧 ‘감사’는 훨씬 더 깊고 실천적인 개념이다. 이 단어는 헬라어에서 ‘eu(좋은)’와 ‘charis“(은혜, 은총)’가 합쳐져 ‘선한 은혜에 대한 응답’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말로 표현되는 감사가 아니라, 받은 은혜에 대한 전인격적이고 능동적인 응답이다.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나눠주신 장면은 유카리스티어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 감사는 단순한 감사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세상을 위한 생명의 떡으로 내어주는 행위로 이어지는 감사였다. 즉, 진정한 감사는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으로 나타난다. 유카리스티어는 세상을 위한 축제다. 유카리스티어는 성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성찬은 단순한 교회 안의 의식이 아니다. 세상을 위한 축제요, 공동체가 다시 세상으로 파송되는 출발점이다. 성찬을 통해 우리는 ‘이것은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라는 예수의 선언을 기억하며, 동시에 ‘이제 너희가 세상을 위해 나의 몸이 되라’는 부르심을 함께 듣는다. 감사하는 공동체는 더 이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은혜를 받았기에, 그 은혜를 흘려보내야 한다. 성찬의 떡을 나누는 손은 세상의 고통 속에 있는 자들을 향해 뻗어져야 하며, 포도주의 잔은 위로와 소망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유카리스티어는 세상을 섬기는 삶의 시작점이며, 섬김은 감사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감사는 정의와 평화의 씨앗이다. 오늘날 세상은 고통과 분열, 무관심과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유카리스티어적 삶은 그 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것은 은혜에 감사하며, 받은 것을 움켜쥐기보다 나누고, 세상과의 연대를 선택하는 삶이다. 참된 감사는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카리스티어는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심는 혁명적 행위이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은 결국 이웃에게 책임지는 사람이다. 감사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발로, 시간과 재정으로, 친절과 봉사로 드러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예배다. 유카리스티어, 감사는 단지 말이나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받은 은혜에 대한 삶 전체의 응답이며, 그 응답은 세상을 향한 사랑과 섬김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유카리스티어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와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세상을 위한 떡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인들이 이 미국땅에서 받은 은혜를 갚을 시기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감사 사랑 유카리스티어 감사 헬라어 유카리스티어 은혜 은총
2025.05.26. 14:27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 불리지만, 그 중심에 있는 날을 꼽으라면 단연 어머니날입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이날은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과 기억을 자극합니다. 이 시기마다 저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의 한 구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하면 죽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 惡之欲其死).’ 공자는 이 말을 통해 인간 감정의 간사함, 그리고 애정이 증오로 뒤바뀌는 마음의 허약함을 경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에서 앞 부분만을 떼어내어 곱씹고 싶습니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저는 그 사랑의 가장 높은 형태가 ‘효(孝)’라고 믿습니다. 효는 단순히 부모를 공경하는 윤리적 행위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이 세상에 건강히 살아 계시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정성입니다. 효(孝)라는 글자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집니다. 일반적으로는 ‘늙을 로(老)’와 ‘아들 자(子)’의 합자로 알려져 있지만,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합니다. 생명을 잇는 행위 자체가 효이며, 그것은 곧 ‘살기를 바라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진료를 기다리시는 어머님께서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거십니다. “어~ 에미냐? 잘 지내니? 그냥 한번 걸어봤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짧은 통화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깊은 마음을 담고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의 일상에 방해가 될까 염려되어 “그냥”이라는 말을 덧붙이시는 것이지요. 그 안부는 결코 심심해서 걸린 전화가 아닙니다. “네가 괜찮은지만 확인하고 싶다”는, 말 없는 사랑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소리없이 전해지는 사랑이기에 더욱 묵직하고 따뜻합니다. 그 전화 한 통, “그냥 한번 걸어봤다”는 그 말 속에는 “그저 너는 걱정없이 잘 살아만 있어다오”라는 간절함이 스며 있는 것입니다. 어릴 적, 어버이날이면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고,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는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의 구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감내하는 열 가지 은혜를 노래한 이 경전은 종교를 떠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새겨볼 만한 귀한 가르침입니다. 이즈음 저는 ‘고황(膏?)’이라는 혈자리를 떠올립니다. 고황혈은 등 뒤 견갑골 아래쪽, 방광경 위에 위치하며 목과 어깨, 등 주변의 근육들과 연관된 자리입니다. 근육의 긴장이나 만성적인 통증 치료에 자주 활용됩니다. 이 혈자리의 의미는 매우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이 자리는 누구나 스스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없이는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는 사실, 이 고황혈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고황은 단순한 치료점이 아니라, ‘타인의 정성과 관심이 꼭 필요한 곳’입니다. 어머니날 즈음, 멀리 계신 부모님께 “그냥 한번 걸어봤다”고 전화가 오시기 전에 먼저 전화 한 통 드려보시고, 가까이 계시다면 직접 찾아뵙고 고황혈 부위를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드려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말씀드려보시지요. “엄마, 폭삭 속았수다.” 제주도 사투리로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라는 뜻으로 요즘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드라마 제목입니다. 평소에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이, 이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소원했던 마음이 다 담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날, 그저 꽃 한 송이와 형식적인 선물로 지나치셨다면 이제라도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니의 고황에 닿는 손끝이 곧 여러분의 사랑이고, 효(孝)입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어머니 사랑 윤리적 행위 불교 경전 견갑골 아래쪽
2025.05.12. 18:52
매달 한인 시니어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사랑의 점심' 행사가 8일 방주교회(담임 목사 김영규) 주관으로 루터란 교회에서 열렸다. 이번달에는 미주복음방송, LCMS의 후원으로 도시락과 선물을 전달했다. LA유니파이드 라이온즈 클럽 봉사자들이 이영선 미주복음방송 사장 부부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김상진 기자사랑 점심 점심 행사 이영선 미주복음방송 라이온즈 클럽
2025.05.08. 22:57
GIFT 전인코칭전문학교(원장 리디아 전 박사)가 내달 17일(토) 오전 9시~오후 5시30분까지 부에나파크 교실(6551 Western Ave)에서 ‘사랑도 과학이다!’란 주제의 세미나를 연다. 세미나는 사랑과 관계를 심리학과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건강한 소통을 배우는 체험형 교육으로 구성됐다. 임상심리학 박사인 리디아 전 원장과 의사인 전달훈 박사 부부가 실습 중심의 강의를 진행한다. 부부는 물론 개인, 단체, 교회 소그룹 등 관심 있는 이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전 원장은 “부모와 자녀 간 대화에도 도움이 되고 가족과 공동체 내 건강한 관계 회복에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사랑과 소통의 본질을 배우고 더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한 첫걸음을 떼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등록비를 포함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giftcoachinginstitute.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의와 신청은 전화(714-298-1115) 또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하면 된다.세미나 사랑 세미나 개최 신경과학적 관점 전달훈 박사
2025.04.20. 20:00
‘대통령 파면’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끝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이 정해질 때까지는 상당한 혼란과 대결, 반목, 질시의 거친 소용돌이가 그치지 않고,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는 염려가 매우 크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성장통치고는 너무 크고 아픈 고통이다. 정치적, 법적으로는 일단 결론 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마땅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엉뚱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詩) 정신을 치유약으로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시를 비롯한 예술의 기능이라고 믿는 것이다. 시가 더럽고 살벌한 세상을 정화하는 일에 한몫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물론, 한국 정치판에는 이미 시가 들어와 있다. 실제로, 좋은 시(詩)들이 어지러운 정치판에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소식도 들려온다. 뜬금없이 등장한 “호수에 뜬 달그림자를 쫓는 격”이라는 시 낭송이 화제가 되는가 싶더니, 지난 3.1절에는 정치인의 기념사에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꽃’, 홍준표 대구시장은 ‘절정’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고 한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넘보는 이들의 일이라서 눈길을 끈다.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꽃’의 한 구절 ‘매운 계절(季節)의 챗죽(채찍)에 갈겨 /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절정’의 한 구절 이 시들은 암울한 일본강점기의 절망적이고 극한적인 상황을 끝끝내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이육사 시인의 절창으로 3.1절에는 썩 잘 어울리는 시다. 이 시를 빌려다 쓴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상황을 시에 빗대어 호소하려 한 모양이다. 하지만, 평소에 시와는 별 관계없이 싸움질만 일삼던 사람이 뜬금없이 멋진 시 구절을 읊어대니, 영 생뚱맞다. 물론, 시나 문학이 정치에 건강하게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문학이 정치 현실과 무관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 옛 벼슬아치들은 기본적인 시적,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선비들이었다. 이방원과 정몽주처럼 시로 정치적 신념을 주고받는 멋을 알았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평화상이 아니라 문학상이다. 한국에서도 실제로 정치 무대에서 활약한 문인이 많다. ‘꽃’의 시인 김춘수, ‘겨울공화국’의 양성우 시인,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김홍신 소설가 등이 금배지를 달았고,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은 의원에 장관을 지냈다. 소설가 김한길은 국회의원, 당 대표, 장관 등 여러 개의 감투를 쓴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식 등단한 수필가로 대접받았다. 결국 문제는, 현란한 미사여구나 겉치레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 문학, 예술의 긍정적 힘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린 것이다. 즉, 절실한 진정성의 문제다. 시심(詩心)을 소중하게 받드는 정치지도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사항이 너무 거창한가. 다 접어두고, 아주 작고 소박한 부탁 하나만 하고 싶다. 제발 막말, 험한 말, 헛소리, 욕지거리, 삿대질… 좀 그만하시라!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마시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정치가 사랑 한국 정치판 정치적 상황 이육사 시인
2025.04.10. 18:44
오렌지카운티 한인라이온스클럽(회장 이승일, 이하 라이온스클럽)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마당 축제를 위해 3000달러를 기부했다. 라이온스클럽 이승일 회장과 전현식 홍보위원장은 26일 가든그로브의 본지 OC사무실을 방문해 본지 산하 비영리기관 해피빌리지 김장호 국장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이로써 라이온스클럽은 사랑의 마당 축제를 위해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총 1만8000달러를 기부했다. 이 회장은 “회원 모두 행사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어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매년 빠지지 않고 돕고 있다. 앞으로도 사랑의 마당 축제는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온스클럽 측은 봉사위원회(위원장 에디 변) 주도로 5월에 열릴 행사 당일 배식 봉사에 나선다. 이 회장은 “회원들이 부부 동반으로 봉사할 것이다. 지난해 16명이 봉사했는데 올해는 그 이상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장호 국장은 “라이온스클럽이 매년 도움을 줘 감사하다. 이 기금으로 축제 참여자들을 위해 불고기 200인분을 제공하고 경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마당 축제는 매년 5월과 12월, 남가주에서 장애 사역 활동을 하는 교회, 단체들이 연합해 치르는 행사로 발달장애인과 가족, 후원자 등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행사다. 오는 5월 17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부에나파크 중학교(6959 Knott Ave, Buena Park)에서 열릴 제41회 축제는 ANC 온누리교회, 밀알선교단, 해피빌리지, 풀무원이 공동 주관한다. 라이온스클럽은 한미은행, 로열 비즈니스 뱅크, 미주복음방송, 캐러밴 캐노피와 함께 특별 후원한다. 김 국장은 “올해 축제에 약 15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여러 교회와 단체가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댄스 파티를 포함한 흥겨운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현식 홍보위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이 모처럼 탁 트인 공간에 모여 축제를 즐기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에 참여한 회원들 모두 기쁨과 뿌듯함을 느꼈다. 올해 축제에서도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마당 축제를 위한 기부를 포함한 문의는 축제 조직위원회(562-229-0001), 해피빌리지(213-368-2630)로 하면 된다. 한편, 올해 창립 48주년을 맞은 라이온스클럽은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토요일 정기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지며 봉사하고 있다. 가입 문의는 이원희 총무(562-355-6676)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발달장애인 사랑 발달장애인과 가족 축제 참여자들 축제 조직위원회
2025.03.26. 20:00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알록달록한 현수막이 눈에 띈다. ‘화이트데이!’ 진열장에 놓여있는 각종 사탕들. 평소 사탕을 먹지 않는 아내지만, 오늘만은 예외일 것이다. 화이트데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원래는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면, 남성이 한 달 뒤 흰 초콜릿, 흰 사탕, 흰 손수건 등 흰색의 물건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답하는 날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고백과 상관없이 남성이 연인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정리된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챙겨야 하는 게 뭐가 이리도 많은지. 사랑도 쉽지 않다. 그런데 원래 사랑은 어렵다. 사랑이 쉽다면, 왜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상처에 괴로워하겠는가? 사랑은 단순히 마음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배려·책임·존경·이해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심리학자인 스턴버그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로 열정·친밀, 그리고 헌신을 꼽았다. 헌신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열정과 친밀의 마음이 있어도 헌신이 없는 사랑은 낭만적 사랑에 그칠 뿐이다. 가장 쉽고 흔한 노력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사실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어찌 알 수 있겠나. 사랑만이 아니다.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존재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반지로 혹은 기념일의 선물로 사랑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길 원한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상처를 줄 만큼 우리는 사랑의 기술에 서툴다. 어색해도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화이트데이의 사탕은 아니더라도,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 한 송이라도, 커피 한잔이라도, 아니면 ‘고마워, 사랑해’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면 좋겠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사랑 노력 낭만적 사랑 평소 사탕 각종 사탕들
2025.03.25. 18:16
노년은 저물어가는 인생의 황혼기이다. 매일 다른 색으로 물드는 저녁 노을처럼 다른 빛깔로 물드는 시간이다. 인생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사물이나 장소라도 서있는 위치나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의 모습이 다르듯이 노년의 풍경도 여러 가지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오랜 인생의 경험을 통해 노인들이 갖게 되는 경륜과 지혜는 도서관과 비할 만큼 소중한 보물이다. 그런가 하면 건망증으로 물건을 찾는 시간이 많아지고, 냉장고 문을 열고 “왜 열었지” 하며 제자리로 돌아가야 생각나는 일상의 연속이다. 또 집중력 부족으로 생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상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노인이라면 누구에나 있을 법한 그런 것들이 노년의 풍경이다. 나이 들어 보니, 그것이 곧 현실이요 진실임을 어찌하랴. 얼마 전 남편의 대학 동기들 점심모임에 참석했다. LA 한인타운의 큰 한식당에서 부부 동반으로 모였다. 대부분이 LA에 살고 더러는 멀리 어바인, 샌디에이고에 사는 분들까지 다 모였다. 그런 모임은 일 년에 한번, 혹은 이년에 한번 정도다. 대부분 LA 인근에 사는 네다섯 가정만 모이는데 그날은 남편이 한국에서 오랜만에 왔고, 음력으로 새해도 됐고 해서 전부 모이게 됐다. 머리가 허연 남자들이 소년들처럼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식사가 끝난 후 근처에 있는 대형 한인 마켓에 들렸다. 가방이 거추장스러워 카트에 놔두고 동네 마켓보다 싸고 싱싱한 물건들을 이것 저것 사서 카트에 넣었다. 집으로 가는 중에 큰 도로공사가 있어 차가 많이 정체되었다. 짜증을 달래기 위해 내가 찍은 사진이나 보려고 앉아서 가방을 찾으니 무릎 위가 허전했다. 바닥에 놓았나 찾아봐도 없었다. “어디 갔지?”라며 주변을 둘려봐도 없었다. 신경이 곤두섰다. 남편에게 차를 안전한 골목길에 세워 달라고 한 후 차 안을 샅샅이 뒤져도 없었고, 트렁크를 열고 뒤져봐도 안 보였다. 생각해 보니 마켓에서 시장을 본 후 남편이 카트에서 집어준 물건을 내가 트렁크 안에 정리해서 넣은 기억이 났다. 남편이 장본 물건만 집어주고 내 가방은 카트에 그냥 놔둔 게 분명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방에는 현금도 얼마 들어 있고 그보다 스마트폰과 ID, 각종 카드가 들어 있는데 그게 몽땅 가방과 함께 사라진 거였다. 남편에게 “어떻게 물건만 집어 주고 가방은 그냥 카트에 놔둘 수 있느냐”고 불평을 했다. 남편은 생각 없이 물건만 챙겨 줬다면서 “아니, 자기 가방을 자기가 챙기지 않고 무슨 소리냐. 항상 가방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나를 힐책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자기 잘못을 인정했는지 내 탓, 네 탓할 게 아니라 “빨리 마켓으로 돌아가자”며 차를 돌렸다. 길이 공사로 많이 막히니 남편이 알지도 못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 잘못이었다. 방향이 잘못됐는지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운타운 쪽으로 들어서게 됐다. 잔소리하면 사고까지 날까 봐 “급하면 돌아가라 했는데….” 중얼거리며 화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가는 내내 “제발 가방이 카트 안에 그대로 있기를!” 바라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마켓에 도착해 허둥지둥 주차장, 카트 놓고 온 자리에 가보니 카트는 없어졌다. 매니저에게 달려가 말하니 아직 신고된 게 없으니 연락처를 적어 놓고 가라 했다. 카드 분실신고를 해야 하는 등 뒤처리할 생각에 머리에 쥐가 났다. 차를 타려고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향하다가 카트맨을 만났다. 한 시간 전쯤 카트에 가방을 두고 갔는데 못 봤느냐고 하니 “시큐리티, 시큐리티”라고 했다. 얼른 마켓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시큐리티를 찾으니, 거기 있는 사람이 눈치를 챘는지 가방을 들어 보여줬다. 얼마나 반가웠던 지! 그런데 왜 매니저는 시큐리티에 가보라는 말을 안 했을까. 기진맥진해서 집에 와 “십년 감수했네”라며 쉬고 있는데 남편이 “아, 내 안경!”이라고 해서 보니 남편 얼굴에 안경이 없었다. 점심 먹으며 안경에 김이 서려 모자 차양 위에 얹어 놓았다는 것만 생각난다고 했다. 식당에 전화해 보니 손님이 떠난 후 자기들이 체크를 했는데 보지 못했다고 했다. “LA올 때 비싼 안경을 새로 맞춰 끼고 왔는데….” 라며 남편이 낙심했다. 남편이 걸으러 나간 사이, 차고에서부터 시작해서 온 집안을 뒤졌다. 결국 안경은 이층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위, 안경집에 얌전히 들어 있었다. 최근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란 책이 노인들 사이에 화제다. 노인들의 삶을 아주 짧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은 책자로, 인생과 삶에 대한 풍자시를 모아놓은 시집이다. 예를 들자면,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젊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깨닫다’ 등이다. 나이 들면서 노인들이 격을 수 있는 슬픈 현실을 유머와 위트로 승화시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책 제목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책 내용 중 하나를 그대로 뽑았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 나와 내 주위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가방을 카트에 놓고 온 사실로 자괴감이 들던 중에 이 책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노인들과 비슷한 경험이라는 사실에 힘을 얻었다. 노년의 풍경 속에는 깜빡하는 일도, 그걸 찾고 안도하는 순간도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것도 내 인생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노년에 이르러 우리는 현명해질 수도, 나이 듦을 한탄하며 서러움에 잠길 수도 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노인들의 일부일 것이다. 노년은 어떤 모습으로 채워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노인의 현명함에 자존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건망증에 찌든 모습에 체념한다. 어떤 풍경을 만들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침실 벽에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 액자가 걸려 있다. 주어진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 늘 감사하는 생활, 이런 일상이 내 노년의 행복한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방을 잃고, 안경을 잃고 하는 사태가 또다시 생기면 과연 평정심을 갖고 넘길 수 있을까. 그때는 나의 기도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부정맥 사랑 주차장 카트 남편 얼굴 자기 가방
2025.03.13. 18:11
간신히 얻어가진 밸런타인 장미꽃은 일주일이 넘어가자 시들었다. 거꾸로 매달아 말려볼까 하다가 말린 꽃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듯한 궁색한 짓은, 내 나이엔 하는 게 아니다 싶어 초록색 쓰레기 통에 과감히 던졌다. 안개꽃과 유칼립투스는 아직 쓸만하건만. 신혼부부도 아니고 45년 동안이나 살면서 무슨 사랑 운운할 게 남아있을까? ‘동지애’ 정도겠지. 50대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이를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중계했다. 사랑과 연기와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지 않은가? 본인 말로는 사랑이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부적절한 관계였다. 눈먼 사랑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 같았다. 이목이나 평판이 두렵지 않은지, 오히려 그 사랑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가십거리의 가장 좋은 소재인 남녀상열지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특히 우물가의 중년여인들에겐 더 할 수 없는 수다의 소재였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감춰진 욕망을 자극하기도 하며, 구경꾼인 나는 적어도 도덕적 평가에서 자유롭다는 안도감에 대리만족의 스릴을 즐기는 것이다. 우린 불륜드라마의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열심히 구경을 한 비극의 관람자들이었다. 그녀는 때때로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 들러 그녀의 남편에게 우리 회사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며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보다 못한 내 남편이 “만약 그녀가 우리 사무실의 문턱을 다시 넘으면 당신과 이혼할 것!”이라며 내게 경고했다. 가정에 불성실한 그녀와 내가 친구인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즈음 그녀의 사랑도 오래가지 못하고 깨졌다. 그녀의 행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많이 알고 있던 나는 그녀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내 험담을 하기 시작했고 옆에서 열심히 들어주던 나는 나쁜 여자가 되었다. 그야말로 사고는 자기가 치고 욕은 구경꾼이 먹는 상황이 되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른 사람은 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간혹 글 쓰는 이들 중에 사랑을 경험해 봐야 실감나게 쓸 수 있다며 부도덕을 합리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살인에 대해 쓰려면 살인을 직접 해 봐야 하는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글 소재가 없기로서니 부정과 불륜을 실천해 가면서 까지 글을 써야만 하는지. 그건 문학에 대한 모독이며 독자를 배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케케묵은 불륜을 정죄하려는 것이 아니다. 옳지 않은 이야기는 듣지도 말 것이며 악한 행실과는 멀리 떠나 있어야 안전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현대인의 문제는 더 이상 자기 성찰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죄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할 바에는, 옆에서 열심히 듣기만 해도 악행에 동조하는 것임을 늘 명심하며 살아야겠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사랑 구경 밸런타인 장미꽃 초록색 쓰레기 우리 사무실
2025.03.10. 19:03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씩 하는 라인댄스를 빠지지 않고 가는 중요한 이유는 수업 후 함께하는 점심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마음이 가니 춤이 안 외워진다. “숙희 씨, 정신 차려요”하고 한 소리 듣는 날이 많다. 토요일이면 여럿이 중국집으로 향하곤 한다. 두셋이 가면 중국 음식 주문하기가 애매하지만 여럿이 몰려가면 종류별로 시켜 나눠 먹을 수 있어 좋다. 오른편 팔에 깁스를 한 R이 갑자기 눈시울을 붉힌다. “짜장면은 항상 남편이 비벼줬다”고, 최근에 남편을 여읜 그녀가 얘기한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충고의 말도 덧붙인다. 나는 나이 들며 부부 사이에 측은지심 외에 다른 감정이 있을까, 하며 의아해 하기 일쑤이다. 댄스 단톡방에 갑자기 여러 개의 카톡이 올라왔다. 시작은 노인 양로병원에 근무하는 R이다. S에게 전화가 왔으나 말없이 거친 숨소리만 들리니 혹시나 응급상황이 아닐까, 걱정된단다. 집에 직접 가서 무슨 일이지 확인해 봐야겠으니, 주소가 필요하다는 요지이다. 항상 노인을 상대하는 그녀의 직업정신도 발동했다. 결론은 S의 피클 볼 강습 중에 전화가 잘못 걸린 거로 상황 종료. 무사하다는 소식에 모두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혼, 사별 등으로 독거노인이 많은 댄스팀이라 서로에게 각별하다. 시니어가 과반수라 질병으로 고생하는 남편 간병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루 종일 거동이 힘든 환자와 함께하니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고 햇볕을 쬐러 밖에 나올 기회를 준다. 혹시 누가 운전이 힘들면 한참을 돌아가더라도 같이 태워 온다. 자매의 정이 부럽지 않다. 한인 마켓에서 누가 내 등을 갑자기 껴안아 뒤돌아보니 샤론이다. 그녀는 모시고 사는 96세 친정어머니 점심을 챙겨드려야 해서 점심 모임에 자주 빠진다. 춤만 잘 추는 줄 알았더니 살림꾼이다. 싱싱한 오이가 할인하니 오이지를 만들라며 골라준다. 파도 굵은 것을 사야 파 향이 짙다면서 동생뻘인 내게 알려준다. 아파서 한동안 결석하다가 나오면 얼싸안고 박수로 환영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소중한 친구들이다. 숟가락 개수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서로의 사정을 아는 경우도 많다. 바쁘고 각박한 이민 생활 속에 보기 힘든 훈훈함이다. 라인 댄스팀을 보며 자연스레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인생도 항상 청명할 수는 없고 때때로 비바람과 천둥이 친다. 그래서 혹자가 젊은 어느 한때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선뜻 언제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안간힘 쓰는 피곤한 상태의 젊은이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젊음의 무게를 버리고 젊어서는 깨닫지 못한 기쁨을 반추하고 음미할 시간이 생겼다. 젊은이들에게 삶의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댄스팀의 언니들과 현재에 충실한 삶을 이어가고 싶다. 영원히. 최숙희 / 수필가이아침에 라인댄스 사랑 라인 댄스팀 친정어머니 점심 남편 간병
2025.03.04. 19:52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는 단순하고 간단히 대답하기에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성 간이나 파트너 사이에 일어나는 ‘아주 뜨겁게 불타오르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이해가 쉬워진다. 우리의 삶에서 인간 사이의 사랑의 정서와 느낌 자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감정이다. 이 열정적이며 심장이 멎을 것 같으면서도 가슴을 마구 뛰게 하는 ‘나와 타자’와의 사랑은 인류를 지속시키는 아름답고 애틋한 감정이다. 오래된 팝송 중에 1979년, 미국의 하드 록 밴드인 KISS가 부른 노래인 〈I Was Made For Lovin’ You〉가 있다. 이 노래에서 반복해서 들리는 주요 후렴구(코러스) 가사는 다음과 같다. I was made for lovin' you, baby / You were made for lovin' me / And I can't get enough of you, baby / Can you get enough of me? 이를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해, 자기 / 너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해 / 그리고 나는 너를 더 원해, 자기 / 너는 (이대로) 만족할 수 있니?” 이처럼 당연히 사랑의 감정은 매우 정열적인, 친밀한 신체적 접촉을 원한다. 사랑의 깊은 ‘늪’에 빠져 서로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워지고, 좋은 것만 골라보게 되고, 쉽게 흥분하며, 재미있게 눈 먼 달콤한 ‘로맨스’를 펼쳐간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지만 결혼하거나 가정을 꾸린 후에도 낭만과 로맨스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부부 간에, 파트너 간에 서로가 이런 ‘낭만적’인 사랑을 보다 더 ‘성숙된’ 사랑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다. 나는 여기서 성숙된 사랑에는 구속과 집착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에 실린 내용인데, ‘성숙한 사랑의 진미’를 잘 담고 있다.(참고로 나는 이 시를 버지니아 사티어의 책인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에서 인용했다.) 함께 있더라도 그 사이에 공간을 두라.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출 수 있도록. 서로를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를 바다가 춤추며 흐르도록. 서로의 잔을 채우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에게 자기 빵을 건네되 한쪽의 덩어리만을 먹지 말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즐거워하되 각자 홀로 오롯하라. 한 가락 음률을 위해 함께 떨리는 류트의 현들조차도 서로 떨어져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건네되 서로의 마음에 가둬두려 하지 말라. 오로지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온전히 품을 수 있으니. 함께 서 있되 서로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신전의 기둥들조차도 서로 떨어져 서 있으며,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하니까. 결국 우리가 사랑과 행복을 유지하려면, 처음에 “우리는 천생연분이다!”라고 강하게 믿었던 감정을 여러 차원으로 차곡차곡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사실 누구나 결혼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안전한 안식처(safe haven)’를 찾아 안주하기를 원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에로스적 사랑에 플라토닉 러브, 그리고 ‘거리두기’가 모두 필요하다! 정도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나친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 서로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설 수 있도록 선과 거리를 지켜주고 인격을 존중해주는 데에 있다. 우리는 좀 더 승화된, 성숙된 “사랑의 진미를 찾아” 노력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여기에 행복한 사랑과 결혼 생활의 참된 열쇠가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사랑 에로스적 사랑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5.02.18. 13:40
LA한국교육원(원장 강전훈)은 정규 중·고등학교 한국어반 학생을 대상으로 ‘2025 내가 사랑하는 한국문화 발표대회’를 개최한다. 한국문화 발표대회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는 한국어반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국교육원은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한국에 친숙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자 행사를 준비했다. 한국문화 발표대회 응모접수는 4월 27일까지다. 지원자가 글쓰기 평가 예선을 통과하면 6월 28일 본선 발표대회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발한다. 발표대회 수상자에게는 장학금을 수여하고, 학생 통역사 및 학생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한국교육원 측은 학생 홍보대사들이 정부기관 행사에서 한국어-영어 통역사 및 한국문화 홍보대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강전훈 원장은 “미국 중고등학생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K팝, K드라마를 넘어 K문화의 애호가이자 전문가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가 많은 학생들의 참여 속에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우정도 다지는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 발표대회 접수 및 일정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웹사이트(www.kecl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발표대회 사랑 한국문화 발표대회 한국문화 홍보대사 한국어반 학생
2025.01.30. 19:47
1977년 사망 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오페라 역사에서 그녀의 위상을 넘어서는 디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마리아 칼라스만큼 앨범 판매가 많은 음악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은 그녀의 변덕스러운 행동, 레나타 테발디과의 숙명의 라이벌 관계,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로맨스를 보도하는데 더 열을 올렸다. 그녀의 위대한 예술가적 면모는 가려져 있었던 경향이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끊임없는 사회공헌으로 현존하는 할리우드 배우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로 꼽힌다. 외모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녀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한다. 졸리는 칼라스를 연기하기 위해 7개월 동안 오페라 발성 훈련을 받았다. 질곡 어린 삶의 절규와 사랑을 노래했던 칼라스와의 ‘동질감’이 그녀의 연기를 돋보이게 했는지 모른다. 칼라스의 예술적 업적은 그녀의 비극적인 삶에 바탕을 둔다. 1923년 뉴욕 맨해튼에서 그리스 이민자의 딸로 세상에 나와,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오페라 최고의 디바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성장기의 칼라스는 아들을 원했던 어머니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13세 딸을 음악학교에 입학시켰고 그녀의 운명적 대성에 밑거름이 됐다. 이탈리아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칼라스는 1950년 2월 꿈의 무대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 처음 서게 된다. ‘아이다’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병이 난 테발디의 대타로서였다. 칼라스의 등장에 위협을 느낀 테발디의 질투와 이탈리아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차별을 받았지만, 굳건히 자신만의 독자적 아성을 구축했다. 칠레 출신의 영화감독 파블로 라라인이 연출한 영화 ‘마리아’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했다. 초연 후 비평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리스를 비롯해 파리, 밀라노 등 전 세계를 돌며 촬영을 마친 ‘마리아’는 마리아 칼라스가 1977년 파리에서 사망하기 전 7일 동안의 삶을 되돌아본다. 2016년 재클린 케네디의 전기영화 ‘재키’, 2021년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의 삶을 영화화한 ‘스펜서’에 이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20세기 주요 여성 전기영화 3부작 중 세 번째 영화로 앞의 두 작품처럼 주인공의 잠재 심리를 쫓는 심리 드라마의 형태로 전개된다. 1977년 9월 16일, 프랑스 파리의 외곽 한 아파트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마리아 칼라스가 그녀의 집사 페루치오(피에르 프란체스코 파비노)와 하녀 브루나(알바 로르바허)에 의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녀 나이 55세. 일주일 전, 건강 악화로 오페라 출연을 중단했던 마리아는 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싶어한다. 페루치오는 마리아에게 의사를 만나 약을 처방받자고 제안한다. 반면, 마리아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수면제 맨드렉스를 과다하게 복용한다. 마리아는 페루치오와 브루나에게 텔레비전 제작진이 자신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한다. ‘맨드렉스’라는 젊은 영화 감독이 이끄는 제작진이 도착한다. 맨드렉스 과다 복용으로 인한 마리아의 환각! 페루치오와 브루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텔레비전 제작진. 마리아는 일주일 동안 지휘자 제프리 테이트와 만나 그녀가 다시 공연할 수 있는지를 타진한다. 마리아의 환상에 나타나는 아리스토틀 오나시스. 1957년 그의 첫 구애를 거절했지만, 곧 그와 사랑에 빠져 남편을 버리고 오나시스와 세기의 사랑 행각을 벌인다. 늘 대중의 눈을 피해 다녀야 했던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러나 마리아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고 그의 임종을 지켜봤다. 지속하는 마리아의 맨드렉스 과다 복용. 환상과 현실을 오간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어머니가 돈을 받고 이탈리아와 독일 장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했던 10대 시절의 기억,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 비관적이기만 했던 그녀가 언니 야킨티를 만나고 두 사람은 어머니가 자신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돌아본다. 마리아는 마침내 의사 퐁텐블로 박사를 만난다. 그러나 자신의 약물 사용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퐁텐블로는 마리아가 더는 노래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마리아는 그녀의 운명적 라이벌 레나타 테발디와도 재회한다. 테발디의 마지막 세션에 참여,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오디오 레코더를 가져간다. 그러나 더는 전성기 시절의 노래를 부를 수 없음을 깨닫고 슬픔에 잠긴다. 한 기자가 세션을 몰래 훔쳐봤다며 무례한 질문을 던지자 페루치오가 그를 밀쳐 낸다. 마리아는 페루치오와 브루나에게 오랫동안 곁에 있어 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페루치오와 브루나는 식료품 쇼핑을 위해 외출한다. 비어있는 아파트에 홀로 있는 마리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녀 삶의 마지막 노래!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마리아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좀 더 가까이 듣기 위해 몰려든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페루치오와 부루나, 멀리서 들려오는 마리아의 노랫소리에 발길을 멈춘다. 잠시 후 아파트로 돌아온 그들은 삶의 마지막 노래를 부르다 바닥에 쓰러진 마리아를 발견한다. 영화의 종반부는 삶을 마감하기 전 오나시스와의 못다 한 사랑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던 마리아의 슬픈 삶에 집중한다. 옛 연인의 사망은 약물과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이어졌고 1977년 9월 16일 심장마비로 55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하기에 이른다. 노래와 사랑에 살았던, 인류사의 영원한 아이콘 마리아 칼라스. 그녀는 가고 없지만, 전설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칼라스는 진정 ‘라 디비나’(오페라의 여신)였다. 그녀의 삶 자체가 드라마였고 오페라였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노래 사랑 영화감독 파블로 소프라노 오페라 오페라 역사
2025.01.29. 19:30
워싱턴통합한인노인회(회장 우태창)는 27일, 설을 맞아 버지니아 H마트(버크)에서 '사랑의 쌀' 전달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알링턴, 페어팩스, 맥클린, 애난데일, 비엔나, 버크, 알렉산드리아, 매나사스 등지의 노인 아파트 10곳에 100포대의 쌀을 전달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정신장애,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8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태창 회장은 “요즘 젊은 세대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실버세대 어르신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라며, “이민 1세대 어르신들이 동포사회에 뿌리 역할을 해주고 동양의 미덕을 실천하며 후대를 길러 미국사회에 자리잡도록 도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통합한인노인회는 지역사회의 독거노인과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쌀 전달 행사는 한국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아 어르신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따뜻한 명절의 온정을 나누기 위해 준비돼 왔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맞이 사랑 맞이 사랑 전달 행사 이번 행사
2025.01.27. 13:04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 관계의 질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 (…)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는 자기도취적 행동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타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애정 어린 일이다.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제임스 홀리스 『사랑의 조건』 사랑을 잘하려면, 내가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자신과의 관계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려면 먼저 온전한 자기 자신(개인)이 되어야 한다.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현대인이 애정 관계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의 근본 원인을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환상에서 찾는다. 어딘가에 ‘내게 꼭 맞는, 잃어버린 반쪽’이 있으며 삶은 그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라고 보는 오래된 착각 말이다. 사실 상대는 잃어버린 내 반쪽이 아니라 완전한 타인이며, 대부분은 자신을 상대에 투사해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데 머문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라며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완전한 타자로 존재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무심한 사랑’이라고 썼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도 내게 주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나만 쟁취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애정 관계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찬양할 수 있다.” 양성희 / 한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 애정 관계 제임스 홀리스 초월적 존재
2025.01.21. 21:30
코리아타운은 남가주에서 독보적인 동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LA시내 99개 주민의회 지구중 한인타운을 포함하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WCKNC) 주민의회’ 지구는 비할 데 없는 편의 시설, 전략적 위치, 그리고 활기찬 라이프 스타일 덕분에 LA시내 다른 어느 지역과도 차별화된다. WCKNC 의장으로서 이 지역의 심장인 한인타운이 특별한 이유를 꼽아봤다. 먼저 한인타운은 마켓 천국이다. 타운 내에는 15개의 대형 마켓이 있다. 그중 9개가 한인 마켓이다. 나머지 6개가 미국 마켓과 히스패닉 마켓으로 나뉜다. 도보 또는 짧은 거리 운전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마켓의 존재는 거주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다양한 슈퍼마켓의 존재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편리하게 공급한다. 타운의 위치와 접근성은 LA시 어떤 지역보다 뛰어나다. LA 중심에 전략적으로 위치한 코리아타운은 도시의 주요 교통 동맥인 윌셔 블러바드가 관통하고 있다. 덕분에 다운타운, 할리우드, 베버리힐스, 웨스트우드와 같은 주요 지역과 쉽게 통한다. 스테이플스 센터, 코닥 극장, USC, UCLA, LA콜리세움, 다양한 정부 기관 등 상징적인 명소들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위치적 이점은 코리아타운을 매력적인 허브로 만든다. 한인타운의 무궁무진한 편의 시설로 도시적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코리아타운은 외식, 쇼핑, 여가를 위한 핫스폿으로 자리잡았다. 타운 거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 카페, 소매점, 쇼핑센터가 즐비하다. 전문 서비스, 병원, 엔터테인먼트도 윌셔 블러바드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성 덕분에 현대적인 도시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럭셔리함을 동시에 제공하여 코리아타운을 매력적인 주거 지역으로 만든다. 타운의 대중교통 인프라 역시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대도시 생활의 중요한 요소이며, 코리아타운은 이 부분에서 뛰어난 강점을 보인다. 버몬트 애비뉴, 웨스턴 애비뉴, 올림픽 불러바드, 윌셔 불러바드를 따라 운행되는 버스 노선이 코리아타운을 관통한다. 또한, 퍼플 라인과 레드 라인 지하철이 이 지역의 교통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곧 크렌쇼 라인이 윌셔 블러바드의 퍼플 라인과 연결될 예정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교통 체증을 피하고 소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퍼플 라인이 브렌트우드의 베터런스 병원까지 연장되면 LA의 지하철 노선 중 가장 많은 승객 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리아타운의 주거 및 상업적 매력을 더욱 높일 것이다. 타운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과거에는 교외 생활이 궁극의 목표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 직장인들은 도심 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일상에서 편의시설 접근성, 대중교통의 편리함, 그리고 문화,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과의 근접성이 그 이유다. 이처럼 다양한 자원과 라이프스타일이 제공되는 코리아타운의 매력은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한인타운의 편의성, 접근성, 그리고 문화적 활력의 독특한 조합은 이 지역을 진정 특별한 동네로 만든다.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재개발)이 LA와 대도시를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코리아타운의 매력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편의시설, 대중교통, 활기찬 커뮤니티를 찾는 사람들에게 코리아타운만큼 매력적인 지역은 없을 것이다. 빌 로빈슨 / 윌셔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의장주민공청회 현장 한인타운 사랑 심장인 한인타운 대도시 생활 대중교통 인프라
2025.01.14.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