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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생의 밧줄 움켜 잡고

Chicago

2025.08.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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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늘 일등하다가 2등 하면 잔소리 듣는다. 꼴찌는 중간만 해도 칭찬 받는다. 요즘 요리 실력 자랑하는라 때 빼고 광 내고 스스로 침이 마른다. 그동안 사업에 매달려 고군분투, 부엌 살림은 어머니 몫이였다. 한식은 먹기만 잘 하지 요리는 젬병이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어머니는 근동에 사는 한식 요리 맛깔나게 하는 분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시키고 굶어 죽지 않게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궁하면 통한다. 얻어먹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남에게 빌 붙어 사는 건 치욕(?)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검색란에 요리 이름만 입력하면 가지각색 레시피가 등장한다. 요리 못하는 바보는 ‘바보 중의 왕바보’이거나 게으르고 미련한 인간(?)이다.
 
배울수록, 할수록 재미 있고 기분 좋은 게 요리다. 먹거리가 넉넉하면 행복하다.
 
우서방 왈 ‘음식은 즐겨먹기라도 하지만 그림은 먹지도 못한다’며 은근히 애들에게 미식가에 식도락가인 자신을 부추기며 나의 미술적 취향을 성토했다.
 
요리책 보고 연구하고 연습해서 어르신들 집 배달 가서 스스로 홍보한 덕분에 격려 받는 지경에 도달했다. 왕년에 요리로 한가락 하던 어른 앞에서 문자 깔고 자랑하면 콧방귀도 안 뀐다. 노력은 성공의 아버지, 동정표 받으면 칭찬 받는다.
 
인생에 역전은 없다. 반전이 있을 뿐이다. 반전(Reverse)의 매력은 전혀 예기치 못한 줄거리로 비틀고(Plot Twist) 복선을 깔아 흥미를 증폭시킨다.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iionaire)’는 빈민가 한 소년의 특별한 여정을 조명하며, 운명, 희망, 인간 정신의 힘에 대한 주제를 탐구한다. 엄청난 찬사를 받아 8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슬럼독(Slumdog)은 빈곤(Slum)이라는 단어와 개(Dog)를 합성한 단어로 빈민가 거지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할렘, 한국에서는 달동네쯤이다.
 
빈민가 삶의 엄혹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지식과 재치가 더 나은 삶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제말의 여정은 인간 정신의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어려움과 역경에 직면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배웠고, 자신의 재능을 개발했으며, 결국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다.” 퇴사 후 실패를 경험하지만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는 끝이 아니다’라고 토로한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실패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의 반전 스토리는 불행을 극복하는 끈질긴 용기다.
 
완전히 망하고 나면 바닥에서 다시 배운다. 앞이 캄캄하지만 별 수 없이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 길을 잘못 들어 캄캄한 구멍에 빠지면 한바퀴 헤매다 보면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줄 가운데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프리드리히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반전의 반전은 인생역전이다. 역전의 용사는 움켜 쥔 생의 밧줄을 놓지 않는다. 초인의 허울 벗고 한계를 극복하며 천길 낭떠러지 다리를 혼자 건넌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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