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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조심…'샤가스병' 주의보 발령

Los Angeles

2025.09.0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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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10만 명 감염 추산
곤충 매개로 침투 기생충
그리피스공원 등서 검출
심장마비·뇌졸중 등 초래
가주에서 열대 질환인 샤가스병(Chagas disease)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다.
 
LA타임스는 보건 당국 발표를 인용해 가주 내 샤가스병 감염자가 최소 7~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1일 보도했다. 이는 감염 사실이 확인된 미국 29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문제는 상당수 감염자가 자신이 병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샤가스병은 ‘트리파노소마 크루지(Trypanosoma cruzi)’ 기생충에 의해 발생한다. 주요 매개체는 일명 ‘키싱 버그(kissing bug.사진)’로 불리는 흡혈 곤충이다. 이 곤충의 배설물이 눈, 입, 상처 등에 닿으면서 체내로 침투해 감염된다. 실제로 LA 그리피스 공원에서 채집된 키싱 버그의 3분의 1에서 해당 기생충이 검출됐다. 쥐, 스컹크 등 야생동물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돼 지역 내 토착 전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샤가스병은 초기엔 발열·피로.발진 같은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징후 없이 지나간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급성 감염자의 일부에서만 눈 주위가 붓는 증상이 보일 뿐 대다수는 무증상으로 수년간 잠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잠복기 환자 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과 소화기관에 손상을 입어 심부전·뇌졸중, 식도와 대장의 비정상적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체 감염자의 20~30%가 심장질환이나 소화기 합병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내과 전문의 에르난데스는 “샤가스병은 과소 진단되고 있다”며 “조기 검진과 발견이 이뤄진다면 대부분 환자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샤가스병 감염자는 현재 전국에서 약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질환은 신고 의무가 없어 실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보고 체계가 마련된 곳은 LA 카운티와 샌디에이고 카운티뿐이다. LA 카운티에서 최근 5년간 공식 확인된 사례는 18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곤충학자 가브리엘 헤이머는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표준화된 보고 시스템도 없고 감시 체계도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역학자·연구자·의사 등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CDC에 샤가스병을 미국 내 풍토병으로 공식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공중보건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기대다.

이은영·송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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