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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혼이 드러낸 이상적 결혼의 허상

Los Angeles

2025.09.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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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즈(The Roses)]
‘장미의 전쟁’ 리메이크 작품
부부 관계, 권력 구조로 묘사
부부의 일상에 늘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심리적 피로, 집안일, 불안정 등의 감정들을 표면에 떠올리고 누구나 공감하는 솔직함으로 재해석한다. [Searchlight Pictures]

부부의 일상에 늘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심리적 피로, 집안일, 불안정 등의 감정들을 표면에 떠올리고 누구나 공감하는 솔직함으로 재해석한다. [Searchlight Pictures]

대니 드비토 연출, 마이클 더글러스, 캐슬린 터너 주연의 다크 코미디로 골든글로브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1989년작 '장미의 전쟁(The War of the Roses)'의 리메이크작이다.  
 
작가 워런 애들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원작은 평단의 평가와 흥행 모두 성공했다.  
 
로즈(Rose)라는 성을 가진 부부의 싸움을 그린 내용이기 때문에 ‘장미의 전쟁’보다 ‘로즈 부부의 전쟁’이 더 적절한 제목일 듯. 이번 리메이크는 한국에서 '더 로즈: 완벽한 이혼(The Roses)'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성공적인 커리어, 행복한 결혼 생활, 그리고 훌륭한 자녀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완벽해 보이는 부부 테오(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아이비(올리비아 콜먼)의 삶은 일단 순탄해 보인다. 하지만 잘 나가던 건축가 테오의 커리어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부부 사이에 미묘한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테오와는 반대로 셰프인 아이비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며 야심에 찬 셀럽의 위치에 오른다.  
 
가정에 폭풍이 휘몰아쳐 온다. 테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제했던 분노의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부부 사이에 경쟁심이 들어선다. 더는 이상적인 부부가 아니다. 서로의 커리어와 욕망 속에서 점차 균열을 겪으면서 부부 관계가 극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혼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은 전작 '장미의 전쟁'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성 구분에 보다 적극적이다. 부부 관계를 '권력 구조'로 묘사한다. 부부의 일상에 담긴 현실 풍자가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다. 예를 들면 “사랑도 좋지만 난 너무 피곤해. 누군가 쓰레기 버리기 같은 집안일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식의 대사들이 서로의 미묘한 자존심을 건드린다. 사랑으로 가득 찬 이상적인 결혼이 쌓여가는 피로와 갈등 속에서 어떻게 균열하는지 로즈 부부는 이를 치열하게 실행에 옮긴다.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에서 후보로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영국의 연기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먼이 또 다시 그들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이 두 배우의 케미 연기는 많은 부분 즉흥으로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제이 로치 감독은 2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데뷔작 '오스틴 파워 제로', 로버트 드니로, 벤 스틸러 주연의 '미트 페어런츠', 니콜 키드먼, 샤를리즈 테론, 마고 로비 주연의 '밤쉘'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흥행 불패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 권력과 정치,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작품 세계로 알려져 있다.  
 
로치 감독은 이 영화에서 관계를 뒤집고 그 안에서 정서적 친밀감을 찾아내 블랙 유머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부부의 일상에 늘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인 심리적 피로, 집안일, 불안정 등의 감정들을 표면에 떠올리고 누구나 공감하는 솔직함으로 재해석한다.  
 
사랑은 현실이 아니다. 사랑은 일상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사랑은 이데아일 뿐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는다. 이제 로즈 부부에게 남아있는 선택은 이혼뿐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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