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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단속반 한인타운 업소 급습

Los Angeles

2025.09.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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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15명 신분 안 밝혀
올림픽길 세차장 들이닥쳐
수분만에 5명 체포해 떠나
배스 시장 "커뮤니티 타격"
이민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요원들이 3일 오전 LA한인타운에 있는 세차장을 급습했다? 작전에 나섰던 요원들이 타고온 SUV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리온 자동차 조동환 대표 제공]

이민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요원들이 3일 오전 LA한인타운에 있는 세차장을 급습했다? 작전에 나섰던 요원들이 타고온 SUV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리온 자동차 조동환 대표 제공]

LA 한인타운에서도 불법체류자 체포 작전이 벌어져 한인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3일 오전 10시께, 한인타운 중심가 올림픽 불러바드와 3가 애비뉴 인근의 ‘올림픽 카워시(Olympic Car Wash)’에 연방 이민 당국 요원들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쳤다.  
 
애리조나 번호판을 단 SUV 2대에서 내린 중무장 요원 15여 명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세차장으로 진입해 불과 5~10분 만에 직원 5명을 체포해 수갑을 채운 뒤 차량에 태우고 웨스턴 방향으로 떠났다. 현장에서는 일부 요원이 총기를 들고 화단 앞을 지키며 경계했고, 군복 차림의 요원이 카메라로 작전을 기록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체포된 이들은 모두 세차장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로 확인됐다. 평소 40여 명이 근무하는 이 세차장은 최근에도 단속 불안감으로 문을 닫는 일도 있었으며, 이날 역시 단속 직후 영업이 중단됐다.
 
체포 직후 세차장 주변에는 노동자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30여 분 만에 모인 가족 15~20명은 울며 항의했고, 일부는 전화를 붙들고 도움을 요청하며 오열했다. 한 주민은 “누구의 아버지이자 남편이 잡혀갔다며 울부짖는 가족들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인접 업소 오리온 자동차의 조동환 대표는 “마약이나 불법 무기 거래 같은 범죄자는 당연히 검거해야 한다”면서도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세차장 노동자들까지 잡아가는것은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인타운 식당과 세차장 등에서 일하는 인력의 대부분은 히스패닉 노동자들”이라며 “단속 공포가 퍼지면 노동자들이 출근을 꺼려 결국 한인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타운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민자 권익 단체도 강하게 반발했다. 한인타운노동연대(KIWA)의 윤대중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이민 당국이 영장도 없이 신분을 감춘 채 기습 단속을 벌였다”며 “특정 이민자를 표적 삼아 체포하고 구금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며 사실상 납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급습으로 히스패닉 노동자 가족들의 생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한인 커뮤니티 역시 이들과 연대해 무작위적·불공정한 단속에 맞서고, 구금된 이민자와 가족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캐런 배스 LA시장도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배스 시장은 “오늘 오전 한인타운 내 대표적 세차장에서 벌어진 단속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런 사업장이 표적이 되면 커뮤니티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체포되면 가족은 물론 이웃과 소상공인들도 충격을 받는다”며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를 이유로 표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민 커뮤니티는 우리 도시의 기반이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세차장이 속한 10지구의 헤더 허트 시의원실 측은 본지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ICE 단속은 지구 내 성실히 일하는 주민들과 다양한 커뮤니티에 계속해서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주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잘 알고 있으며, 가족 분리에 맞서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강한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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