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을 걷던 시각 장애가 있는 70대 한인 시니어가 이른바 ‘주의 분산 절도(distraction theft)’ 피해자가 될 뻔한 일이 벌어져 주의가 요구된다.
양모(73)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쯤 5가와 사우스 킹슬리 드라이브 교차로 인근을 걷고 있는데 차량 한 대가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반지와 목걸이를 채워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양씨는 은목걸이와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목걸이를 걸어주는 척하며 양씨의 은목걸이를 빼내려 했지만 이를 알아차린 양씨가 손으로 저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차량 운전자가 “마켓이든 어디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또 다른 여성이 나타나 라틴계 억양의 한국어로 “도와주려는데 왜 차에 안 타냐”고 승차를 강요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양씨가 끝까지 거부하자 일당은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양씨는 이들 모두 라틴계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몇 달 전 타운 마켓에서도 70대 한인 시니어가 주의 분산 절도 피해를 본 바 있다. 마켓 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어깨에 뭐가 묻었다”며 다가와 먼지를 털어주는 척하며 피해자의 목걸이를 훔쳐갔다. 지난 7월에도 70대 한인 시니어 여성이 토런스의 집 앞마당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시계와 팔찌를 빼앗겼고〈본지 7월 24일 A-1면〉, 지난달 샌타모니카 불러바드 인근에서도 한인 시니어가 피해를 당했다.〈본지 8월 25일 A-3면〉
최근 ‘주의 분산 절도’가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경찰국(WPD)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의 분산 절도’로 피해자의 데빗카드에서 7000달러 이상을 인출한 사건의 용의자 사진을 공개하고 제보와 주의를 당부했다.
베벌리힐스 경찰국(BHPD)도 지난달 25일 시 보건·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주의 분산 절도를 주요 범죄로 지목했다. BHPD는 특히 대낮에 혼자 길을 걷는 70대 여성이 주의 분산 절도범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근 관련 사건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BHPD 측은 “절도범들은 길을 묻거나 ‘영적 축복’을 해준다며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는 등 신체 접촉을 시도한다”며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로 친절한 태도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게 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신체 접촉을 피하고 거리를 유지하라”며 “혼자 다니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