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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사랑의 씨앗을 심으며 살자

Los Angeles

2025.09.07 19:00 2025.09.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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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얼마 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는 메리 스크랜턴 선교사를 기념하는 선교대회가 열렸다.  
 
140년 전, 한국 근대 여성 교육의 산실인 이화학당을 세운 메리 스크랜턴은 클리블랜드 지역의 감리교 ‘여성해외선교회’의 파송을 받아 조선 땅을 밟았다. 그녀의 아들이자 클리블랜드에서 의사로 있던 윌리엄 스크랜턴도 어머니와 함께 조선에 들어와 병원을 세우며 복음의 터전을 닦았다.
 
그들이 전한 것은 복음만이 아니었다. 배움의 길이 막힌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치료받을 길조차 없던 병자와 장애인들에게, 그리고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숨죽이면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 교육과 치료를 통해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기에 한국의 선교 역사는 단순한 복음 전도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존엄을 회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선교의 기초를 놓은 두 선교사를 배출한 도시에서 열린 선교대회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140년의 세월을 잇는 대화의 장이었고,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성장한 한국 교회가 복음의 빚을 갚는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선교대회 참석을 위해 LA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중간 기착지인 디트로이트에 순조롭게 도착했지만, 그곳에서 연결편이 연달아 지연되면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클리블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사람이었다. 여러 차례 지연 소식을 전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우버를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주최 측에서는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에 맞춰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은 부르스 목사였다. 푸근한 인상의 부르스 목사는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오랫동안 목회하다 올해 은퇴했다고 했다. 그의 차를 타고 가면서, 한국에 선교사를 보내준 클리블랜드에 와서 따뜻한 환대를 받으니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그는 지난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도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한국을 꼭 가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목숨 걸고 지킨 나라가 발전한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해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감사했다고 했다. 더구나 그가 메리 스크랜턴과 윌리엄 스크랜턴을 파송한 클리블랜드 출신이었기에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감사의 인사를 받았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이 한국인들에게 감사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이 끝난 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을 때, 죽음의 위기에서 그의 아버지를 구해 준 이들이 바로 한국에서 파병된 해병대였다는 것이다.  
 
140년 전, 클리블랜드에서 출발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한국에 전해졌고, 그 마음을 배운 이들이 베트남 전쟁 중에 죽음의 위기에 빠진 클리블랜드 출신 미군 병사의 생명을 구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베푼 사랑과 도움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진리를 떠올렸다. 오늘 우리가 심는 사랑의 작은 씨앗이 언젠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큰 나무가 되길 소망하며, 사랑의 씨앗을 심으며 살자.  
 
 

이창민 /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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