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단속 현장인 조지아주의 한국 기업들이지만, 그 여파는 남가주를 비롯해 미 전역의 한국 지상사로 확산하고 있다. 이민 당국이 앞으로 불시 단속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최대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E(투자), L(주재원) 비자 소지자와 영주권·시민권자를 제외한 출장 및 협력 업체 인원은 모두 철수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도 “B1(단기 상용비자)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소지 직원들은 모두 본국으로 귀국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인력 파견 하청업체 관계자 역시 “조지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단속에 걸릴까 봐 일부는 아예 직원들 출근을 시키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차와 LG는 미국 출장을 중단했으며, 다른 한국 기업들 역시 출장뿐 아니라 파견까지 보류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주부터 “필수 불가결한 경우가 아니면 미국 출장 보류를 검토하라”고 공지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경제인협회가 8일(한국시간) 공동 개최한 대미 투자기업 간담회에서도 비자 규정 준수가 강조됐다.
한국 업체들은 기계 설치, 수리, 유지보수 등 필수 작업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서부와 동부에 식품 생산공장 4곳을 운영하는 A업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만든 생산설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미국 내에 많지 않다”며 “그동안 한국 엔지니어들이 와 설치와 유지보수를 담당했는데, 앞으로 공장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 여파는 한인 상권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 식음료 B업체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동부지역 한인 상권이 크게 성장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지역 상권이 셧다운 상태라 납품업체들도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대안 마련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미주법인장은 “본사나 협력업체에서 파견한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무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 투자 진흥을 위해서라도 비자 문제가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업협회(KITA·회장 김한수)는 지난 5일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과 함께 회원사에 긴급 공지를 내고 본사 직원 미국 출장 시 합법 비자 취득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