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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연구 대신 심부름”…대학원생, 교수 갑질과 사적 부림에 짓눌린다

보도자료

2025.09.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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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은 학문을 깊이 탐구하고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대학원생들이 연구 대신 지도교수의 사적인 심부름에 동원되고, 무급 노동에 시달리며, 심지어는 교수의 가족 문제까지 떠맡고 있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도교수의 사적 부림에 짓눌린 대학원생 (출처 : 뉴스피알)]

[지도교수의 사적 부림에 짓눌린 대학원생 (출처 : 뉴스피알)]

■ 연구실이 아닌 ‘사적 심부름터’로 전락
대학원생들은 실험실 관리, 학술 활동 보조를 넘어 교수 개인의 운전기사, 아이 돌봄, 심지어 장보기까지 강요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자의 성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가로채는 일은 흔하고, 학생들의 연구비는 교수의 회식비나 개인 생활비로 유용된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 국가 연구비·장학금의 사적 유용
더 심각한 문제는 공적 재원의 사적 유용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와 장학금은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과 생활안정을 위해 지급되지만, 일부 교수들은 이를 개인 명의로 전용해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고 있다. 연구실 운영비를 빼돌려 개인 차량 유지비나 가족 행사 비용에 쓰는 사례도 보고됐다.
 
■ 제자들은 ‘교수의 집안일 해결사’
학문과 무관한 사적 지시도 난무한다. 일부 교수는 대학원생에게 자녀의 과제를 대신 시키거나, 아이의 등·하교를 맡기는 등 ‘가사도우미’와 다름없는 역할을 요구한다.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연구 몰입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다.
 
■ 대학과 사회의 방관이 만든 구조적 문제
더 큰 문제는 대학 당국의 태도다.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호소해도 “교수와 잘 지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현실 때문에 문제 제기는 곧 학위 박탈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대학은 교수의 권력 남용을 눈감아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 자율 조직 생겼지만 문제는 여전
이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대학원생들은 2017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을 설립했고, 2019년에는 ‘대학원생119’를 출범시켜 갑질 고발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원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활용하려는 교수 사회의 인식과 이를 묵인하는 대학 내부 문화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와 교육의 장이어야 할 대학원이 사실상 값싼 인력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원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연세대 의대에서도 교수의 갑질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겪었다는 제보가 나왔다. A교수는 학생들에게 근로계약서와 달리 풀타임 근무를 강요하고 주말에도 벤처 회사에서 무급 노동을 시켰으며, 대학원 입학을 미끼로 학업과 무관한 연구나 타인의 실험을 대리 수행하게 했다. 학생들은 “예의 없는 애는 처음 본다”와 같은 모욕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으며, 결국 일부는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다.
 
■ 구조적 문제, 제도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대학가에 만연된 이러한 문제들은 교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대학원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수의 권력은 대학원생의 학위와 진로를 좌우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렵다. 학교와 교육 당국이 방관한 결과 대학원 내 교수의 갑질은 개선되지 않고 아직까지도 이어져 온 것이다.
 
학문을 탐구해야 할 대학원이 권력형 착취의 현장으로 변질된 지금, 피해자 보호와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침묵이 이어진다면 또 다른 대학원생들이 같은 피해를 겪게 될 것이다.
  

정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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