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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하필이면 올여름에

New York

2025.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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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im lee, togetherness 1, 2025, monoprint, 9x9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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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여름에 바람이 날까? 하염없이 떨어지는 낙엽 속 로맨틱한 가을에 날 것 같은데. 태양이 지글거리는 땡 여름에 몸이 뜨거워서 풀어헤치다가 바람피우는 걸까? 났다가도 땀이 흐르는 여름엔 짜증이 나서 헤어질 것 같은데. 가을이 오면 뜨겁게 달궈져 붙었던 바람기가 떨어질까?  
 
한 유부녀와 유부남이 운명적 만남이라며 올여름에 바람났다. 왜 같은 인종끼리 붙었을까? 한국 사람끼리는 살아봐서 지겨워서라도 다른 인종과 바람피울 것 같은데. 한국 음식 말고 다른 나라 음식 먹기가 불편해서일까? 영어도 연애할 만큼은 하던데.  
 
불륜은 호러 무비 보다 더 무섭다. 아무리 떼어 말려도 한동안은 떨어지지 않는다. 남녀가 붙으면 도덕, 신의, 의리와 양심도 칼로 베어 버린 듯 떨어질세라 딱 붙어있다.  
 
“많은 사람이 알아도 우리는 상관하지 않아요.”
 
와우! 바람나면 눈에 뵈는 것도 없는지 얌전하고 교양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무척 뻔뻔해진다. 불륜이 오히려 더 짜릿한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그 둘을 꽁꽁 감싼 듯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그들에게는 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동료도 둘의 애타는 사랑에 방해꾼일 뿐이다. 오로지 두 남녀만이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한 듯 행동한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 주변에는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이 암묵적으로 응원하며 지지한다. 동지애를 구축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서로의 불륜을 합리화한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있을까? 그리도 애타게 뜨겁던 불륜도 언젠가는 끝난다. 처음엔 서로의 몸을 탐하려고 애틋한 말과 행동으로 시작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한쪽의 집착으로 불화가 생긴다. 서로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 달구어졌던 몸도 식고 불 꺼진 칙칙한 검은 재를 보는 듯한 끝을 본다. 지루해져 새로운 흥미의 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불륜은 습관이고 생활 패턴이다. 두 가정이 깨지고 아이들에게 상처 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는다. 천생연분을 왜 이리 늦게 만났냐며 유부남 부인을 밀어내고 유부녀 남편을 내치고 둘이 영원히 살 것처럼 재혼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남의 것을 훔쳐서 잘 써먹을 수 있을까?
 
저만치 여름이 가는 뒷자락이 보인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불륜 남녀는 집착으로 괴로워서 아니면 다른 흥미진진한 파트너를 찾아 옷깃을 또 세운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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