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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카카오톡 부고에 담긴 진리

Los Angeles

2025.09.21 19:00 2025.09.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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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고(訃告)는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빠르게 날아든다. 매일같이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마치 이웃처럼 지내던 친구의 부고 소식을 얼마 전 그의 딸에게서 받았다. "어머니가 보름 전에 소천하셨어요." 짧은 메시지에 담긴 소식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실감하게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멀지 않은 곳에 살았지만, 매일 아침 카톡으로 복된 소식을 전해주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보낸 내 카톡에도 답이 없었다. 불안한 예감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착잡한 마음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어머니께서 오늘 아침 심장마비로 소천하셨어요." 친구의 아들(의사)이 내 부재중 전화를 보고 곧바로 연락해준 것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나니, 그들의 정겨운 음성이 마음속에 맴돌 뿐이다. 부고는 늘 바쁘게 날아들지만, 카톡 친구 목록에서 사라지는 연락처들은 삶의 덧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성경은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베드로전서 1:24-25)라고 말한다. 다윗은 인생을 '그림자'로, 욥은 '베틀의 북'으로, 야고보는 '안개'로 비유하며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지를 강조했다. 우리는 잠시 왔다가 가는 존재다. 아무리 큰 권력과 부를 가졌다 한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최고의 업적과 부를 이뤘던 스티브 잡스 역시 결국 삶의 유한성을 피하지 못했다. 돈, 명예, 권력, 특별한 기술은 생명을 단 1초도 연장해주지 못하는 사막의 신기루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나 소망 없이 살 수는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확실하게 찾아온다. 사랑하는 가족도, 정들었던 형제도 언젠가는 떠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영순 / 샌타클라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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