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듀오’ LAFC, RSL 4-1 대승 쏘니 활약에 플레이오프 확정 손흥민·김혜성 이날 처음 만나 한인타운 기반 서포터스 결성 한국에서 단체 관람객 오기도
지난 21일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LAFC대 레알 솔트레이크 경기 전반 추가시간 3분 손흥민 선수가 역전 골을 터뜨리자, LAFC 공식 서포터스 '3252' 구역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정윤재 기자
지난 21일 LAFC 홈구장 BMO 스타디움은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달궈졌다.
손흥민 선수가 마침내 홈경기 첫 골을 터뜨렸고, 손흥민과 함께 ‘흥부 듀오’로 불리는 드니 부앙가 선수는 해트트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은 LAFC는 이날 열린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에서 레알 솔트레이크(RSL)를 4-1로 제압했다.
오후 3시,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BMO 스타디움 앞은 팬들로 붐볐다. 지난달 31일 손흥민이 LAFC 유니폼을 입고 처음 홈 무대에 섰던 날과 마찬가지로 경기장은 일찌감치 응원 열기로 데워지고 있었다.
경기 전 BMO 스타디움 앞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테일게이트 파티는 LAFC의 뜨거운 응원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 자리에는 한옥 무늬의 텐트가 설치된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LA 한인타운 기반의 LAFC 서포터 그룹 ‘타이거 서포터스 그룹(TSG)’의 부스였다.
조쉬 이 TSG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LAFC 응원을 위해 TSG 회원 100명 정도가 경기장을 찾았는데, 지난 홈경기 때보다 30~40명이 더 왔다”며 그룹 회원들의 열정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17일 RSL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번에는 홈경기에서 첫 골을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홈경기 때와는 달리 이날 잔디마당에서는 ‘팬 페스트(Fan Fest)’가 열렸다. 난타 공연과 멕시코 전통 무용 무대가 펼쳐졌고, 골 넣기 게임 같은 체험 이벤트와 츄로스, 핫도그 등 다양한 먹거리도 마련돼 팬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는 LAFC 레전드라 불리는 카를로스 벨라 은퇴 기념행사의 일환이었다. 구단 측은 지난 5월 은퇴 후 클럽 초대 앰배서더가 된 벨라를 기리는 특별 행사를 이날 주최했다. 적지 않은 한인 팬들도 팬 페스트 현장을 찾아 즐겼다.
LA에 거주하는 고태주씨는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러 왔는데 단순히 관람뿐 아니라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이 지루하지 않게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는 게 놀랍다”며 “이런 문화는 다른 축구 경기장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 시작 전 LAFC 팀 스토어 역시 유니폼과 각종 굿즈를 사려는 한인 팬들로 북적였다. 그중에는 한국에서 단체로 날아온 36명의 팬도 있었다. 바로 한국의 축구 해설가 박문성 위원과 그의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 구독자들이었다.
박 위원은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축구를 보러 한국에서 유럽을 가는 경우는 흔하지만, 미국으로 오는 건 온전히 손흥민 파워”라며 “지금까지 MLS에서 보여준 활약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한 손흥민이 미국 무대에서 확실히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리그와 환경이 바뀌면 적응 기간이 필요할 텐데 그런 것 없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기에는 모두가 기다리던 한국인 스포츠 스타들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바로 LA 다저스의 김혜성과 손흥민이 처음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현장 팬들의 큰 환호를 이끌어내며 또 하나의 화제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정민씨는 “LA에 5년 살면서 BMO 스타디움에 처음 왔는데 손흥민 경기뿐 아니라 한국의 두 스포츠 스타가 만나는 걸 직접 목격하니 너무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시작되자, 경기장 북쪽에 자리한 서포터스 전용석 ‘3252’ 구역에는 지난 홈경기보다 더 많은 태극기 물결이 펼쳐졌다. 또한, 히스패닉 팬들이 중심을 이루는 이 구역에 ‘3252’만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한인 팬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눈길을 끌었다.
LAFC가 4-1로 대승을 거둔 이날 경기는 각종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홈경기서 첫 골을 넣은 손흥민은 경기에서 멀티 공격포인트(1골 1도움)를, 왼쪽 윙어로 나선 부앙가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여기에 더해 LAFC는 MLS 컵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아울러 LAFC는 MLS 역사상 최초로 선수들이 세 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달성한 팀이 되었고, 부앙가는 MLS 사상 처음으로 세 시즌 연속 최소 20골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왼쪽)과 드니 부앙가 선수가 팀워크에 대한 질문에 웃음을 보이고 있다. 정윤재 기자
경기 후 포스트 게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부앙가의 기록에 대해 “한 시즌 20골만 해도 대단한 기록인데, 세 시즌 연속은 업적이라고 할 만하다”며 “부앙가는 늘 노력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정규 시즌에서 집중하고 싶은 목표를 묻는 본지 질문에 손흥민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끝은 아니다”라며 “순위를 더 끌어올리고 좋은 경기력을 유지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