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 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단테 신곡 지옥 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단테는 호메로스,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와 함께 유럽 문학사 최고의 위치에 있다. 신곡은 이탈리아 문학의 최고작이자 인류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단테가 35세 때 밤에 길을 걷다가 산짐승들에게 위협당할 때, 로마 최고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내려와 지옥과 연옥으로 안내하고, 젊은 시절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가 단테를 천국으로 인도한다.
소설에는 1000명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묘사가 강렬하고 생생하지만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가지각색의 인간들이 등장한다.
지옥에서의 형벌은 자신이 저질렀던 죄를 다시 되돌려받는 식으로 전개된다. 바람을 피우면 바람에 날아다니고, 과하게 탐식하면 괴물에게 먹히고, 인색하거나 낭비하면 돈주머니 같은 돌을 굴리는 형벌을 받는다.
지상에서의 저지른 악행과 똑같은 지옥의 형벌이라고 해서 ‘콘트라파소(Contrapasso)’라고 한다.
콘트라파소는 라틴어의 ‘정반대’란 의미의 ‘콘트라(Contra)’와 ‘고통을 당하다’라는 동사 ‘파티오르(Patire)’ 합성어로 ‘지상에서 행한 악한 행동은 지옥에선 자신이 당한다’라는 뜻이다.
한용운의 오언절구 ‘월욕락(月欲落)은 달이 차고 지는 것처럼 하염없은 인생을 아쉬워한다 ‘松下蒼煙歇 鶴邊淸夢遊 山橫鼓角罷 寒色盡情收’(소나무 아래 푸른 안개 스러져 가고/학이 잠든 언저리에 노닐었던 맑은 꿈이 여라/산이 비끼니 이제는 피리 소리마저 그치고/찬 달빛 서서히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 것을’
쇼펜하우어는 지옥 편의 묘사는 머리에 착착 들어오는데, 연옥 편과 천국 편의 묘사는 뭔가 두루뭉술하며 이해가 안 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데 그 이유는 ‘현실이 지옥과 같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천국과 지옥은 종이 한장 차이다. 악함과 선함은 변덕과 자기 방어 논리다. 아침에 마음 다스리고 오늘 하루 착하게 잘 살아보세를 다짐했지만 해 질 무렵에는 스스로 만든 족쇄가 발목을 잡는다.
신곡에 나오는 사람들은 조금만 실수와 악행에도 무지비한 지옥으로 떨어진다.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질 건지 천국으로 갈지 몰라 나는 천국을 믿기로 한다.
천국과 지옥은 스스로 만든다. 살아있는 동안 지옥 대신 천국의 노래 부르며 착하고 마음 따뜻하게 살면, 사람 때문에 울어도 사랑 때문에 웃는다. (Q7 Editions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