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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대학의 선택

Chicago

2025.09.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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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박춘호

최근 시카고 대학이 재정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원 해고와 일부 프로그램 축소를 발표했다. 지난달에 나온 이번 조치로 총 400명의 시카고 대학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20개의 박사 학위 프로그램이 신입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대학측은 이번 조치로 1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에 이미 등록한 학생들의 경우 학위를 마칠 때까지 학업을 이어갈 수는 있다. 신입 학생들을 더 이상 받지 않는 동결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카고 대학의 이번 조치는 학계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유수 사립 대학 중에서도 시카고 대학은 각종 기부금과 찬조금으로 탄탄한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학사 프로그램 동결을 해야 할 정도로 위기인 상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카고 대학은 작년에만 2억8800만달러의 예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대학의 이번 조치는 연방 정부가 각종 연구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대학 행정에도 큰 영향을 끼친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시카고 대학은 반이스라엘 항의 시위에 대한 미온적인 조치로 인해 연방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기도 했다. 이래 저래 대학 운영이 어려운 시기에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속칭 돈이 안되는 프로그램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카고 대학이 아이비리그 대학 못지 않은 높은 평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인문학, 그 중에서도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세부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축소한다면 자칫 어렵게 확보했던 대학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프로그램 축소 대상인 사회 복지, 예술 역사, 영문학을 포함한 어문학 등이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은 다른 대학에서 제공하기 힘든 분야일 뿐만 아니라 운영에 더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보면 시카고 대학은 이런 틈새 학문을 통해 타 대학이라면 불가능한 경쟁력을 키웠다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특성상 외부에서 기금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대학측은 이를 통해 현재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면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그램 동결이라는 수단을 취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급변하는 구직 시장과 급등하는 박사 학위 프로그램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시카고 대학의 이런 학위 프로그램 축소 움직임이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 교육으로의 대체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입장은 인공지능 교육이 정보의 습득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을 급속도로 대체할 수는 있어도 대학 교육의 본질까지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본 바탕이 깔려 있다. 교수와 학생간의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지혜와 창의력, 윤리적인 합리성은 인공지능이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믿음이다. 또한 인문학 프로그램은 과학이나 기술 연구소와 같은 수준으로 재정적인 부담을 지게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문의 특성상 대학측의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고 이런 특징이 현재의 시카고 대학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대학은 설립 이후 줄곧 인문학과 기초 과학 중심으로 뚜렷한 연구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100명 이상의 노벨상 배출 학자를 기록하면서 이 부분 전세계 최고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시카고 대학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는 주로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등과 같은 기초 학문에 집중돼 있다. 갑자기 불어닥친 예산 감축으로 인해 시카고 대학이 다른 대학이 갖추지 못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노스웨스턴 대학과 같은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순수학문, 기초학문이 중심인 시카고 대학이 더 심한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입장이다. 시카고 대학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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