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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운동선수들의 단명(短命)

Los Angeles

2025.09.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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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지난 여름, 7월 28일에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뉴욕주 맨해튼 고층 빌딩에서 생겼다. 세 명의 민간인과 한 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  
 
총격을 가한 젊은이가 자살함으로써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한 명은 심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4월 플로리다 주립대학과 5월 라스베이거스 공공 체육관에서 있었던 사건에 이어서, 30살 미만의 청년들이 저지른 세 번째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가해자가 미식축구대회(내셔널 풋볼 리그) 본부를 잘못 찾아가서, 옆의 빌딩을 침범했고, 본인이 계획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살해한 것 같다고 발표했다. 그는 ‘CTE 증후군’ 환자일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해서 살해를 저질렀을 것으로도 보았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 반쯤 된다. 당시에 희생된 경찰의 세 번째 아이가 사건 삼 주 후에 태어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경찰은 비번일 때, 생계에 보태려고 고층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참변을 당하였다. 36세인 경찰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민자이었다.
 
20대 젊은 남성 범인·총기 소지·대도시 집단살해·‘CTE 증후군’… 몹시 불편한 상황이 얽혀 있다. ‘CTE 증후군’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고, 타당하다고,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잃은 목숨들이 너무나 아깝고 또 억울하다.
 
미국은 일반 시민들이 총기 소유 등록을 하고 총기를 소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라가 크니까 총기 소유자도 많고, 총기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국민 15명 중 한 명이 총기 난사 광경을 목격한다는 이 미국에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5000여 건의 무차별 총격 사건이 있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매해 약 500건이 있었던 셈이다.
 
이 통계에서 보이는 숫자를 확인하려고 다른 집계를 보았더니, 상충되는 점들이 있었다. 그것은 총격 사건에 관한 정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미국 연방정부도 분석, 집계, 보고의 기준이 없는 것을 인지하고, ‘상원 연구 서비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를 통해서 연구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를 2024년 11월에 보고했다.  
 
왜 귀찮게 ‘무차별 총격’과 ‘대량 살해’의 차이점을 분석해야 하는지, 궁금할 수 있겠다. 차이점을 이해해야, 사건 예방에 도움이 되고, 사건이 터졌을 때 적절한 부서에서, 사건이 더 커지지 않도록 조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FBI(연방수사국)은 무차별 총격이 일어나고 있다는 실시간 정보가 경찰에 보고되고, 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무기를 써서, 3명 이상을 죽이는 경우를 ‘대량 살해’이라고 정의한다. 이미 살해 행위가 끝난 경우나, 자기방어, 갱이나 마약 관련, 가정불화 또는 인질 범죄 등의 이유로 생긴 사건들은 제외된다. 가해자인 범인은 이 숫자에 넣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기 공격은 있었지만 죽지 않고 다치기만 하였다면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서 통계를 내어야 할까. 상원 연구팀도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들은 같은 그룹을 놓고, 다른 정의에 따라서 분석한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엄청난 숫자적 차이가 있었다. 그와 달리, 일반 대중과 미디어는 살해된 사람 수를 따지지 않고도 공공장소에서 총기 난사가 있는 경우에 특별한 구별 없이 ‘대량 살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특이한 점은 용의자들이 30대 미만으로, 남성이었다. 그들이 만성 뇌 손상을 당한 ‘CTE 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였다. ‘CTE’란 ‘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라는 의학 용어의 준말로 ‘만성(慢性) 외상(外傷)으로 인한 뇌 손상(損傷)’ 이라 부른다. 우리가 자주 들어왔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는 다른 병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좋은 예는 월남전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전쟁 때 받았던 상처의 후유증을 앓는 경우인데, 정신적, 감성적 타격으로 환상이나 우울증에 시달리어 생긴다. 자살로 삶을 마감 하거나, 데자뷰 현상으로 상대편에 대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어서 상대편을 해치거나, 살해하는 경우이다. ‘CTE 증후군’ 환자들은 참전이나 큰 트라우마의 이력이 없고, 주로 20대 젊은이들로서, 어렸을 때 스포츠 팀에서 종합 선수 생활을 했던 젊은이들이었다.  
 
‘CTE’ 증후군은 의료계에서도 죽은 후에 부검을 통해서 배워, 알게 되었다. 그 젊은이들은 살아 있을 때, 자주 우울해 하고, 주의력이 부족하고, 과잉행동을 하거나, 행동장애가 있다. 사회는 단순한 사건으로 넘기기 쉽다. 일반 대중들은 젊은이들이, 그저 단명해서 일찍 죽었거니 하고 넘기기 쉽다.  
 
뒤돌아보았을 때, 유명 선수들이 오래 살지 못하고 단명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CTE’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고 추측한다. USA투데이의 잭 맥케씨(Jack McKessy) 기자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 질병 때문에 단명했던 세계적 젊은 운동선수들의 이름을 잡지에 올렸다. 파킨슨병으로 앓던 세계 헤비급 챔피언인 모하메드 알리 선수는 어쩌면 ‘만성 외상으로 인한 뇌 손상 증후군’을 오랫동안 앓다가 타계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접촉이나 충돌 운동에는 권투, 축구, 태권도, 럭비 등이 있다. 운동 시합 때,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크게, 작게, 반복해서 부딪친다. 크게 다친 경우는, 경기장에서 쓰러지고, 구급차가 오고, 응급실로 선수는 이동되겠지만,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을 때는 그저 툭툭 털고 일어나서 경기를 계속하고, 그냥 지나가기 십상이다.
 
라스베이거스 권투 중에 14라운드 때, 쓰러지어 목숨을 잃었던 한국의 김득구 선수는 심한 접촉 충돌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 비극적 사건은 그 후, 더 많은 비극으로 이어지었다. 김득구 선수와 챔피언십을 다툰 레이 만씨니 선수는 우울증에 걸렸고, 그의 모친은 3개월 후에, 심판은 7개월 후에 자살하였다고 한다.
 
권투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향해서 타격을 주는 스포츠이다. 김득구 선수 사망 후에 권투 경기 규칙이 바뀌었다. 라운드 후 휴식 시간을 60초에서 90초로 늘리고, 세계권투평의회는 챔피언 경기를 15라운드에서 12라운드로 단축했다. KO 때 선 시간은 8(여덟)을 도입하고, KO 승 이후에, 선수들의 안정을 위해서 최소한 45일 동안 경기에 나가는 것을 금한다는 법칙이 세워졌다.
 
작은 트라우마가 반복해서 뇌를 다친다면, 뇌는 퇴행 하게 될 것이다. 퇴행 부위에 따라서 증상이 다르겠지만, 접촉과 충돌 스포츠 경우에는 전두엽 손상이 제일 흔하다.  
 
뇌는 그 안에 무한한 교차로를 갖고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몸의 한 기관이다. 학교 스포츠에 활발한 학생들은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배우고, 학교나 가정은 이에 관심을 두고, 빠른 진단과 치료에 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우울해지고,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과잉행동이나 행동장애를 일으키기 전에, 그리고 그들이 자살하거나, 타살에 연루되기 전에 말이다.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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