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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내가 왜 슬픈지 아시나요

Los Angeles

2025.09.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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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지 않는 시냇물 같이  
 
울리지 않는 조용한 모습으로 늙고 싶었지
 
헌데, 달려드는 아픔에 휘청거려야 했어
 
 
 
동그라진 채 눈가 귀퉁이가 찢겨  
 
핏물로 앞이 캄캄했지
 
먹먹한 가슴으로 앰뷸런스에 실려갔던 날
 
걱정 한 움큼 집에 던져 놓고  
 
무서운 꿈속을 헤매었어
 
 
 
즐겨 치던 골프장 갈꽃 날리며 뛰던 날
 
푸른 초원 서성거리던  
 
언저리 조잘거리던 새들이 한없이 예뻤는데
 
신음소리 토하며 쓰러짐으로 새들도 놀랐겠지
 
 
 
푸름 안고 살길 원했는데  
 
흘린 핏물에 당혹했을 거야
 
두고 온 발자취 더듬으며  
 
내가 난 멋진 인생이었다 생각했던 자만
 
종횡무진 달려온 나의 역사가  
 
움츠릴 때도 있었지만 만조의강은 흘러도
 
잔주름 건져내려 했던 것을 애끊는 심정으로 반추해 본다
 
 
 
생 엄지 손톱이 빠져나갔던 고통
 
늙은 얼굴 열세 바늘 꿰매야 했던 슬픔
 
바닐라 커피 한잔 따라 놓고,  
 
검은 탄을 나르던 광부처럼
 
몇 주가 지나도 안부 전화 한번 안 하는  
 
염치없는 사람 떠올라 괴로워할 사람
 
 
 
쓸쓸한 가을 길목 바라보며 앉았을 친구 생각하며
 
내가 왜 슬픈지 아시나요
 
길을 걸으며
 
큰 한숨을 날린다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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