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한국인 비이민비자 발급 건수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취업·유학 계획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다, 심사 강화로 인한 거절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인 사회와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국무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인 학생비자(F-1) 발급 건수는 201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2630건)보다 600건 이상 줄었다. 교환방문비자(J-1)는 1041건에서 778건으로, 소액투자자·직원 비자인 E-2도 579건에서 318건으로 감소했다.
주재원 비자(L-1) 역시 220건에서 209건으로 줄었고, 관광·방문(B1/B2) 비자는 1817건에서 958건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특히 전문직 취업비자(H-1B)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급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 수준에서 10만 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타격이 예상된다. 발표 전인 지난 5월 기준 H-1B 발급 건수는 173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250건) 대비 감소세가 이미 포착됐다. 비자 발급 축소 여파는 한인 기업들에 미치고 있다.
특히 LA 다운타운 의류·봉제업체 등 중소 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J-1 비자가 막히면서 의류·패턴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민 단속에다 인력난까지 겹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한국의 우수 인력을 인턴으로 채용해 인력난을 보완했는데 이제는 불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견기업은 물론 학교, 종교단체 등 인재가 절실한 기관에 더 큰 타격을 준다고 분석했다. 한 이민법 변호사는 “유학생들이 미국에 남을 수 있는 길이 매우 좁아진데다 해외에서 인력을 충원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특히 H-1B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올리면 대기업 외에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추진하던 한국 기업들 역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화장품 관련 업체 한 곳은 “관세 장벽에 이어 인재 채용까지 막히면서 미국 진출을 원점에서 다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은 “한국 본사에서 원격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