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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으로 아들 잃었지만…” 부모, ‘학폭 예방’ 페이스북 그룹 개설

Atlanta

2025.10.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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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학생, 학폭 시달린 끝에 세상 떠나..."괴롭힘 당하는 자녀 다신 없어야"
세상을 떠난 에이든 리 군의 가족사진.

세상을 떠난 에이든 리 군의 가족사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한인 학생의 부모가 괴롭힘 근절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밤 조지아주 컬럼비아 카운티 할렘중학교 6학년 이현경(11·영어 이름 에이든) 군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군은 심각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치료까지 받았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컬럼비아 카운티 교육구와 셰리프국은 현재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외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되는 1일, 이재석·정혜미 부부는 ‘컬럼비아 카운티 학교폭력 예방'(Columbia County NO Bullying)이란 이름의 공개 페이스북 그룹을 개설했다. 이곳은 누구나 괴롭힘을 증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씨는 “괴롭힘을 당하는 자녀가 다신 나오지 않도록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힘쓸 것”이라며 “조사를 통해 누군가를 괴롭히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아내는 어떤 아이도, 어떤 가족도 우리가 겪은 일을 두번다시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부부는 아들이 사망했을 때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며칠 후 8학년 상급생이 자녀를 괴롭혔다는 제보를 받고 뒤늦게 학폭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추가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학교 학부모와 재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지역사회는 유가족 돕기에 나섰다.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서 아버지가 모금한 장례비는 4일만에 목표 금액의 95%인 1만3000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인근 어거스타에서도 13세 여학생 파비아나 로사리오가 학교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사건이 있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할렘에서 의류업체 ‘서든 블래이즈 DTF’를 운영하는 엘리 오글스비 씨는 이 군의 사진과 그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개발한 게임 이름 ‘Spread The Love’의 문구를 인쇄한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 군을 추모하는 파란색 밴드를 착용한 할렘중학교 학생들

이 군을 추모하는 파란색 밴드를 착용한 할렘중학교 학생들

 
학교 측은 이군 사망 이튿날 학부모와 교직원들에게 이 군의 소식을 알리고 3명의 상담사를 통해 학생 심리상담을 지원했다. 또 지난 29일부터 3일까지를 애도주간으로 정해 이 군이 생전 좋아하던 색깔인 파란 색상의 옷과 손목밴드를 착용하는 추모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이 군의 장례는 조지아주 에반스 시에 위치한 플랫 장례식장에서 6일 오후5시에 엄수된다. 한국의 가족들이 장례식에 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녹화 중계할 계획이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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