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C, 한국인 체포 주정부 대응 내부기록 입수·보도 급습 상당기간 준비...켐프·트럼프 서둘러 진화나서 급습 후 “조지아 망신” 한국 기업 비판 여론 쏟아져
지난 3월 26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차 메타플랜트 개소식에 참석한 켐프 주지사가 연설하고 있다. [켐프 엑스 캡처]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의 경제개발 프로젝트인 현대차 메타플랜트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지난달 4일 이민당국의 전례 없는 급습 단속이 벌어지자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참모진이 적지않게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정보공개법을 통해 확보한 100여 쪽의 주정부 내부 이메일 및 문서 기록을 바탕으로 이민당국의 급습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켐프 참모진이 성명 초안을 다듬고 언론 대응을 조율하는 과정을 1일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켐프 주지사는 대규모 이민 단속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에 직접 연락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ICE(이민세관단속국)와 여러 법집행 기관들의 합동 단속으로 공사 현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이 체포돼 한미간 외교적 긴장을 초래했다.
▶주지사 성명 수위 조절 고심= 주지사의 성명 초안에는 “우리는 이 시설이 지역사회에 가져올 일자리 창출에 대해 여전히 큰 기대를 하고 있다(exited)”는 문구가 있었지만, 앤드류 이즌하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exited’라는 단어를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는 현대차와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며 “한국인 근로자를 비자 없이 들여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커뮤니케이션 팀은 성명 발표 전 내용을 현대차에 사전 통보할지 여부도 논의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번 사안에 있어 좋은 파트너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조지아 경협 냉각 우려= 또 이번 급습으로 인해,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승인한 약 2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패키지와 126억 달러 규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투자 프로젝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됐다. 조지아-현대차 관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됐으나 다행히 현대차는 메타플랜트 2단계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조지아와의 파트너십 지속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는 급습 사건 이후 “비자 발급 절차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고, 배터리 공장 완공은 최소 2개월 지연될 것으로 알려졌다.
▶켐프·트럼프 진화 모드로= 켐프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의 투자 환경이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 며칠 뒤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때, 자국의 기술 전문가를 일정 기간 파견해 미국 노동자를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국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급습 다음 날 아침, 켐프 주지사실은 급하게 대응 성명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조지아 주 방위군 워싱턴 파병 결정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카터 채프먼 대변인은 초안에 “주정부 인센티브를 받는 기업은 주 및 연방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급습 상당기간 준비= 이어 7일, 켐프 주지사는 현대차로부터 “고용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으며, 더욱 철저한 이행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아 참모들과 공유했다. 같은 날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국토안보부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이 작전을 준비해왔다”고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자를 신속하게 조정해 공장 운영 차질을 줄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팻 윌슨 조지아 경제개발국장은 연방 정부가 “적법한 비자 재발급을 신속히 진행해 필수 인력을 조속히 복귀시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난 여론 폭주= 켐프 주지사는 “이번 사건이 40년간 쌓아온 관계를 흔들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현대차와 그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급습 직후 주지사 사무실에는 주민, 미 언론, 한국 언론 등으로부터 질문과 비난 여론이 폭주했다. 한 유권자는 켐프 주지사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조지아)주에 큰 망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현대의 비즈니스 관행에 대해 직접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는 강경한 비판도 쏟아져 들어왔다. 켐프 주지사의 측근인 홍수정 주 하원의원도 지역구의 여론이라며 켐프 참모진에 경종을 울렸다. “조지아가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중요시하지만 한국이 자기 나라에서 외국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진출한 기업들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