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터처블(Untouchable)에는 알카포네가 배신한 부하의 머리를 야구 방망이로 때려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비슷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한다. 하루는 알카포네가 자신을 암살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부하 세 사람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부하들은 두목이 아직도 자신들을 신임하고 있다고 믿고, 배부르게 먹고 술도 거나하게 취했다. 하지만 술에서 깨어보니, 그들은 모두 의자에 꽁꽁 묶여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온통 알카포네의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나중에 발견된 세 사람의 시체는 모든 뼈가 마디마디 전부 부서져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잔인했던 알카포네는 이탈리아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의 뒷골목 건달로 출발했다. 스물한 살 무렵 시카고로 건너와 존 토리오가 이끄는 갱단에 들어간 그는, 토리오의 신임을 얻으며 세력을 넓혔다. 토리오가 습격을 받아 불구가 되면서 은퇴하자, 카포네는 자연스럽게 조직의 두목이 되었다. 때마침 미국 사회에는 금주령이 시행 중이었고, 그는 밀주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겉으로는 “중고 가구상”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술•도박•매춘을 아우르는 거대한 범죄 제국의 지배자였다.
당시 시카고 경찰의 절반은 카포네에게 매수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의 보복이 두려워 그를 손대지 못했다. 살인과 폭력으로는 그를 법정에 세우기 어려웠다. 결국 연방정부가 찾은 돌파구는 소득세였다. 카포네는 엄청난 돈을 벌었음에도 세금을 내기는커녕 세금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의 수입만 입증하면 됐고, 이를 위해서는 내부자의 도움과 장부 기록이 필요했다.
바로 이때 카포네 곁에 있던 에디 오헤어(Edward Joseph O’Hare)가 비밀리에 연방수사국에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직의 장부와 내부 정보를 FBI에 제공했다. 특히 장부에는 ‘A’ 또는 ‘AL’로 표시된 항목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는데, 오헤어의 증언과 내부 자료 덕분에 이 기호가 곧 알카포네 본인을 지칭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결정적 단서는 카포네가 실제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카포네가 배심원들을 돈과 협박으로 매수했다는 사실도 오헤어를 통해 알려졌다. 이를 알게 된 제임스 윌커슨 판사는 재판 당일 배심원단 전체를 다른 법정의 배심원들과 전격 교체하는 묘수를 부렸다. 결국 카포네는 1931년 유죄 판결을 받고 11년형에 처해졌다. 카포네는 처음에는 감옥에서도 편의를 누렸지만, 알카트래즈로 이감되면서 모든 특권을 잃었다. 매독이 뇌까지 침범해 치매 증세를 보였고, 결국 48세의 나이로 병마 속에 생을 마쳤다.
한편, 카포네 몰락의 숨은 주역이었던 에디 오헤어는 1939년 시카고 거리에서 암살당했다. 사람들은 모두 배신의 대가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이름도 같은 그의 아들, 에드워드 H. 오헤어(Edward Henry O’Hare)가 그 명성을 이어간다. 아들 오헤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해 수많은 동료의 목숨을 구하고, 해군 항공대 최초로 명예훈장을 수여받은 전쟁 영웅이 되었다. 오늘날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공항은 바로 이, 아들 오헤어의 희생과 용맹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