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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엄마 상어

New York

2025.10.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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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떠난 상어
 
밀리고 밀려 닿은 곳이 중환자실
 
80년 동안 무섭게 흔들며 헤엄쳐온 그녀
 
호흡이 가쁘다
 
폐에 물이 가득 찼단다
 
폐의 물을 뽑기 위해 환자를  
 
거꾸로 눕힌다 (prone position)
 
회복 가망 없는 생명유지 장치는 거부한다는
 
환자의 유언장에  
 
두 아들은 머뭇대고 주춤하다가
 
인공호흡기를 떼기로 한다
 
제발 제발 그녀가 더 이상의 고통은  
 
받지 않게 해달라고 빈다
 
평생을 치이고 받치고
 
참아내고 이겨내온 그녀
 
피부는 바짝 말라 소나무 껍질보다 거칠고  
 
세상의 등짐에 눌려
 
새우등보다 더 굽은  
 
그녀의 실루엣
 
한 방의 진통제에  
 
죽음과 격투를 벌이던 그녀의 시선이
 
풀어진다
 
굽은 등이 펴진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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