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든그로브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에서 뜻깊은 모임이 있었다. 이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문학 동호회인 ‘오렌지 글사랑’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고,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책 ‘오렌지 문학’의 발간을 축하하기 위해 회원들과 LA 지역의 문인 대표들이 모인 것이다.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 모여 2시간씩 시와 수필을 공부한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기 위해 작품을 썼는지를 읽으며, 생각하고, 설명을 듣고, 느낌을 말한다. 자신이 직접 시나 수필을 써 와서 회원들과의 워크숍(workshop)을 통해 다른 회원들의 진솔한 피드백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운다. 이런 과정은 영어를 말하기 위해 input과 output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이후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자신이 좋아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공부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보는 것은 자신의 삶을 계속 성장하게 하고 충실해질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유하고,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 왔을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생각의 세계를 작가의 세계까지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은퇴 후를 보람 있게 보내는 일이 글을 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음악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하고 이웃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들을 본다. 글을 쓰는 일도 그중의 하나이고, 책을 읽는 일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AI의 의존도를 줄이고 어린이들에게 다시 독서를 장려한다고 한다. AI가 빠르게 정리된 기술과 정보를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생각하는 힘,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사고의 깊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아직도 독서가 유일한 방법이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 덤으로 여러 가지 선물도 따라온다.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면 뇌가 다시 활성화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스노든 박사는 미국의 수녀 295명을 연구했다. 85세 이상에서도 계속 공부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매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밝혀내어 발표했다.
80세에 호주 멜버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로나 프렌더가스트도 “공부를 못 할 정도로 늙은 사람은 없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꿈을 꾸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새로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