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로부터 ’2010 최고의 흥미로운 자동차‘에 선정된 쏘울 햄스터 광고. [기아 제공]
2025년형으로 단종되는 기아 쏘울. [기아 제공]
기아 미국법인은 도심형 소형차 ‘쏘울(Soul)’을 2025년형을 끝으로 단종한다고 밝혔다. 2009년 첫 출시 이후 16년간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앞세워 전 세계 150만 대 이상 판매된 쏘울은 기아 디자인 혁신의 상징이자 브랜드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한 모델로 평가된다.
기아 미국법인 영업 담당 에릭 왓슨 부사장은 “쏘울은 미국시장에서 기아의 입지를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독창적인 디자인과 감성적 마케팅이 오늘의 기아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쏘울 출시 이후 국내에서 기아 판매는 3배 이상 증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 모두 크게 상승했다.
쏘울의 개발은 2000년대 중반 기아 미국 디자인센터에서 시작됐다. 당시 SUV가 급성장하던 시장에서 기아는 SUV의 실용성과 소형차의 민첩함을 결합한 새로운 콘셉트를 모색했다. 디자이너들은 다큐멘터리 ‘배낭 멘 멧돼지(Boar with a Backpack)’에서 영감을 받아 튼튼하면서도 유쾌한 캐릭터의 차를 구상했다.
“A New Way to Roll(새로운 방식으로 질주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출시된 쏘울은 음악에 맞춰 빛나는 조명 오디오 시스템 등 감각적인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귀여운 햄스터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광고계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 쏘울을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기아는 쏘울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2009년 쏘울스터(Soul’ster)는 픽업 스타일의 개념 차로 주목받았고, 2012년 트랙스터(Track’ster)는 250마력 터보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핫 해치’ 장르를 새롭게 정의했다. 2015년에는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트레일스터(Trail’ster)가 등장했다.
2017년 출시된 쏘울 터보(Soul Turbo)는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였던 사륜구동은 끝내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기아는 이를 계기로 콤팩트 SUV 셀토스(Seltos)를 개발, 넓은 실내공간과 높은 주행성능으로 쏘울의 후속 이미지를 이어갔다.
2019년 등장한 3세대 쏘울은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능으로 진화하면서도 기존의 ‘펑키’한 감성을 유지했다. 초기엔 젊은층을 타깃으로 했지만 이후 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중장년층으로까지 팬층이 퍼졌다.
쏘울은 올해 10월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전역 딜러에는 수천 대 규모의 재고만 남아 있다. 기아는 “쏘울은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브랜드 정신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며, “마지막 모델 역시 그 유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