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79돌 한국어 현주소는… 한국 기업 진출 비례해 채택 늘어 중학교는 둘루스 헐 학교가 처음 교육 명맥 이을 교사 양성이 관건
채터후치 초등학교 한국어 수업에서 박효은 양이 할아버지에게 한글 손편지를 쓰고 있다.
조지아주 둘루스의 헐(Hull) 중학교는 지난 8월부터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DLI) 일환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초등학교가 아닌 중학교가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것은 이 학교가 조지아주에서 처음이다. 헐 중학교는 지난달 본지에 “학생들에게 다른 언어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뿌듯하다”며 “학생들은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익숙한 문화 테두리 바깥의 시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애틀랜타 한국교육원에 따르면 올해 미 동남부 6개 주에서 한국어 과목을 채택한 학교는 총 22곳이다. 2023년 17개교, 2024년 20개교 등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조지아는 애틀랜타 1곳, 사바나 3곳, 귀넷 카운티 4곳 등 8개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앨라배마주는 몽고메리 8곳, 어번 5곳이 있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도 1곳이 늘었다. 최흥윤 교육원장은 8일 “한국어를 방과후 과정으로 편성한 5개교를 제외하고 16개교가 정규 과목으로 채택했다”며 “특히 헐 중학교는 인근 스와니 파슨스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이 중학교에서도 공부를 이어갈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했다.
한국어 채택 학교가 점차 느는 것은 한국어 경쟁력이 높다는 방증이다. 동남부 한국어 채택교 분포는 현대차, 기아 등 한국 기업이 진출한 곳과 지리적으로 일치한다. 최 원장은 “한류 열풍도 있지만, 한국어가 미국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공통된 인식이 과목 채택의 주된 배경”이라고 했다.
제한된 한국어 교원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아지자, 교육원은 2019년부터 조지아주립대(GSU)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비학위 과정 2년을 마치면 조지아 주정부가 발급한 교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 매년 2~3명씩 배출된다.
한국어 교육 명맥이 끊기지 않으려면 교사 양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어 교사는 대개 한인 2·3세가 맡는데, 학교당 단 1명씩만 배치되다 보니 이들이 호소하는 부담감과 외로움이 크다. 채터후치 초등학교의 유주연 교사는 K~5학년 48학급 1100여명에게 홀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직장 구성원 속 혼자라는 감각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일거수일투족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치명적”이라며 “조언을 구할 데가 마땅히 없다 보니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육원은 이같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지난 7월 애틀랜타 지역 24명을 비롯해 동북권 총 34명의 교사를 초청해 단체 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때 개설된 단체 채팅방은 지금도 교사간 활발한 소통 창구가 됐다.
올해 한국어 채택 학교 지원 예산은 11만달러다. 학생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 한 학교당 연5000달러 정도가 지원되는 셈이다. 최 원장은 “한국어 교사들이 현장에서 보여주는 열정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어 교육에 대한 현지 학교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교원 양성부터 교재·교구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