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판매권 탈취”…동부 총판 대표, 2000만불 손배소 2008년부터 이어진 계약, 오뚜기 아메리카서 돌연 해지 NJ 프랜차이즈 보호법 위반 여부 초미의 관심사로
‘갓뚜기’라는 별명으로 한국에서 ‘착한 기업’ 이미지로 소문난 식품기업 오뚜기가 미국에서 판매권 분쟁에 휘말렸다.
뉴저지주 연방지방법원에 접수된 소송에서 원고 OTG New York, Inc.는 17년간 쌓아온 영업망을 본사 측이 일방적으로 빼앗았다며 2000만 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고는 오뚜기 본사의 미국 법인 OTTOGI America, Inc.로 최근 OTG 뉴욕과 약 10분 거리의 뉴욕주 오렌지버그 인근 산업부지를 2200만 달러에 매입한 회사이다.
발단은 오뚜기 오너 일가의 사돈인 전 LG전자 부사장이 글로벌 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소장에 따르면 오뚜기 아메리카는 작년초, OTG 뉴욕에 대금 지급 조건을 위반했다는 등의 명목으로 사전통보 없이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대형 마트등 모든 거래처에 미수금 지급을 오뚜기 아메리카로 요청한다는 공문을 돌려 사실상 영업권을 빼앗았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OTG 뉴욕 대표는 1987년 오뚜기에 공채 입사해 2005년 오뚜기 아메리카 초대 영업 책임자로 임명돼 LA로 건너온 후, 2008년 오뚜기 본사의 요청으로 일종의 프랜차이즈인 OTG 뉴욕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후 OTG 뉴욕은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미 동부(뉴욕, 뉴저지, 시카고, 조지아 등)와 캐나다 동부까지 판매망을 넓혔고 2023년엔 직원 18명, 연 매출 1500만 달러, 누적 매출 1억32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OTG 뉴욕 대표는 물류·영업·유통을 직접 뛰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주요 거래처를 넘겨달라는 본사의 요청까지 “오뚜기를 위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며 협조했다고 한다.
그렇게 ‘가족’처럼 지내던 오뚜기 본사가 계약 해지를 앞두고 ‘남’처럼 돌변했다는 것이 OTG 뉴욕 측의 주장이다.
소장에 의하면 오뚜기 아메리카는 아마존 플랫폼에서 OTG 뉴욕의 판매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도록 지시하면서 자사 제품의 가격만 사전협의 없이 낮춰 OTG 뉴욕의 고객을 빼앗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약 해지 이후에는 OTG 뉴욕의 전직 직원들을 채용해 내부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고객들을 조직적으로 유인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OTG 뉴욕은 급격한 공급가 인상과 최대 8개월의 물류 지연으로 압박을 받으며 미수금 회수도 막혀 존립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소장에는 뉴저지 프랜차이즈 보호법(NJFPA) 위반, 계약 불이행, 불법적 사업 방해 행위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오뚜기 아메리카는 소송 초반, 관할을 캘리포니아로 이전하기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소송 기각 요청 또한 올해 3월 31일 거부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갓뚜기라는 호평이 무색하게, 수십 년간 교포 상인이 일군 시장을 대기업이 일시에 빼앗은 것"이라며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번 소송의 향방은 오뚜기 브랜드의 명성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 대기업과 교포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