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사이에서 작은 휴대폰이 조용히 인기다. ‘유니허츠(Unihertz)’가 만든 초소형 스마트폰 ‘젤리스타(Jelly Star)’는 화면이 3인치에 불과하지만, 최신 안드로이드 13 운영체제를 갖췄다.
손바닥 위에 쏙 들어오는 크기, 투명한 외관, 반짝이는 LED 조명은 과거 휴대폰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에 끌린 젊은 이용자들은 작고 귀여운 이 폰을 통해 ‘덜 연결된 삶’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하루 7시간 쓰던 스마트폰 사용이 젤리스타로 1시간으로 줄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래 사용하기엔 화면이 너무 작고, 긴 글을 쓰기도 불편하다. 결과적으로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줄고, 오프라인의 시간이 늘어난다. 이런 방식으로 일부 젊은 층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더 큰 화면, 더 강한 성능을 좇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히려 작고 불편한 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디지털 피로감이 있다. 무한한 정보, 끊이지 않는 알림, SNS 속 타인과 비교와 집중력 저하에 지친 젊은 세대가 ‘덜 연결된 일상’을 스스로 설계하려는 것이다. 삶에서 완전히 기술을 끊어내진 않지만, 필요한 만큼만 쓰도록 강제하는 식이다. 젤리스타 같은 제품은 그런 절제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작아서 덜 보게 되고, 덜 하게 만든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시대적 피로감과 연관돼 있다. 기술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나아가고 있다는 피로감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능이 쏟아지고, 인공지능(AI)이 대화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에, 많은 이들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숨이 벅찬 상태다.
젤리스타를 든 젊은 세대는 그 피로에 대한 항의처럼 보인다.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은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되는 계기다.
이와 연관된 또 다른 원인으로는 ‘구식에 대한 향수’가 있다. 젤리스타의 디자인은 2000년대 피처폰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 Z세대가 다시 찾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CD플레이어, 덤폰(dumbphone) 열풍과 유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레딧의 사용자들은 최신 기술이 주는 완벽함보다, 불완전하고 느린 과거의 감각에서 안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세대의 역주행’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는 기술 사회에서 파생된 일종의 트렌드다.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이들과 남들과는 달라야 하는 젊은 층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반짝 인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본능으로도 느껴진다. AI 기술의 확산은 이런 흐름을 더 자극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은 일정 관리, 문자 작성, 사진 보정까지 알아서 해준다. 하지만 편리함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기회를 잃는다.
젊은 세대가 작은 폰을 선택하는 건 이런 과잉 기능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 ‘모든 걸 대신해주는 기계’보다, 최소한의 기능만 가진 폰을 통해 스스로 통제감을 되찾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소리다.
모든 게 더 빨라질수록 느린 것에 더 시선이 가게 마련이다. 정말 필요한 건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