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열린광장] 언론의 자유없는 평화는 허상

자유민주주의 언론(Mass Communication: Mass Com.)과 공산주의 언론(일당독재 체제)은 태생부터 철학이 다르다.   자유민주주의 언론은 최소한의 통제와 최대한의 자유를 지향한다. 언론은 국가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자, 사회를 위한 공공 서비스로 존재한다. 반면 공산주의 언론은 당과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이며, 언론의 본질이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니라 ‘체제 유지와 선전’에 있다. 자유를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북한의 언론이 바로 그 전형이다. 김일성은 “언론은 혁명의 무기이며, 적과 싸우는 도구”라며 매스컴을 전쟁의 연장선으로 규정했다. 그의 손자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북한 언론은 ‘로동신문’과 ‘민주조선’을 앞세워 오직 수령을 찬양하고, 체제의 오류를 미화하는 선전용 기구로만 존재한다.   그곳에는 비판도, 진실도, 다양성도 없다. 모든 기사와 방송은 ‘최고존엄’을 신격화하는 도구로 쓰이며,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한 주민은 중범죄자로 처벌받는다. 북한의 매스컴은 언론이 아니라 세뇌의 수단이다.   역사는 언론의 개방이 곧 자유의 시작임을 증명해왔다. 냉전 시절 동서독이 갈라져 있을 때,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1931~2022) 대통령이 개방개혁(페레스트로이카)을 선언하자 동독의 주석 에리히 호네커(1912~1994)는 극심한 경제난으로 서독의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서독의 헬무트 콜(1930~2017) 수상은 단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동서 간 매스컴을 완전히 개방하라.”   호네커 동독 주석은 이를 수락했고, 1987년 9월 서독을 방문한 직후 동독 내에도 서독 방송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서독의 현실을 본 동독 주민들은 체제의 거짓을 깨달았고, 그로부터 3년 뒤인 1990년 10월 3일, 독일은 평화적 흡수통일을 이뤘다.   언론의 개방이 분단을 무너뜨리고, 자유를 회복시킨 것이다. 이와 같이 매스컴을 개방하느냐, 폐쇄하느냐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결임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확성기를 스스로 철거하며, ‘불편한 언론’을 압박하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정신과 배치된다. 언론은 정부의 시녀가 아니라 국민의 대리자다.   언론이 침묵하면 권력은 독주하고, 국민은 방향을 잃는다. 매스컴의 자유는 국가의 명예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선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이상국가의 마지막 단계로 ‘우민정치’, 즉 권력자가 국민을 무지하게 하여 통치하는 참주정치를 경고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언론이 정부의 비위를 살피며 스스로의 날개를 접는다면, 그 경고는 현실이 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닫히는 순간, 민주주의의 문도 함께 닫힌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소장열린광장 언론 자유 자유민주주의 언론 공산주의 언론 평화적 흡수통일

2025.10.28. 20:36

썸네일

'캔슬<논란 인물 사회적 매장>' 칼날 휘두른 진보, 공수 바뀌자 '표현의 자유'외쳐

개기일식 때 태양의 숨은 모습이 잘 드러나듯, 이념 지형이 평소보다 잘 보이는 때가 있다. 진영 간 자제하던 갈등, 비등점 아래에서 뭉근히 끓던 분노, 위선의 장막에 가려둔 속내가 또렷이 드러나는, 그런 순간 말이다.   청년 보수운동가 찰리 커크의 비극적 죽음 이후 미국정치가 그런 양상이다. 남편을 잃은 에리카 커크는 지난달 21일 추모식에서 살해범을 용서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보수 진영이 점잖게 넘어가진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는 스티븐 밀러 선임고문은 추모사에서 '우리의 적들'라는 표현을 썼다. 커크 암살을 보수 진영 전체에 대한 공격이자 정치투쟁의 신호탄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미 연방정부의 공세가 시작됐다. JD 밴스 부통령은 SNS에서 커크를 조롱한 이들을 겨냥해 "고용주에게 신고하라"고 했다. 커크를 모욕하거나, 그의 암살을 기뻐한 이들을 해고하라는 뜻이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증오 발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추적.처벌하겠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외국인도 표적에 넣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정치적 인물의 살해나 암살을 축하하는 사람들에게 비자를 줘선 안 된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도 "영사업무 담당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화 의원 "커크 모욕 SNS 계정 영구차단"   다수당인 공화당이 가만있을 리 없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커크 추모 결의안을 발의했다. 만장일치를 기대했지만 찬성 310, 반대 58로 채택됐다. 반대 의원은 전원 민주당 소속이다. 한국계 의원의 경우 영 김(공화)과 데이브 민(민주)이 찬성, 메릴린 스트릭랜드는 반대했다. SNS의 우파 인플루언서들은 58명의 리스트를 게시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추모를 위한 결의안이 편 가르기 딱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버렸다.   공화당 4선 의원 클레이 히긴스는 커크 암살을 축하한 SNS 계정의 영구 차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15일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6명의 빅테크 대표에게 그런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본디 법무장관 앞으로도 동시 발송했다. 호응이라도 하듯 커크를 조롱한 글과 그 게시자를 색출하는 추적 사이트가 생겨났다.   실제 커크의 죽음에 대해 부적절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 퇴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MSNBC의 해설자 매튜 다우드는 커크의 죽음을 두고 자업자득이라는 뉘앙스로 말하다 퇴출됐다. ABC의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도 암살범을 트럼프 지지자로 몰고, 우파가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고 하다가 방송 중단 조치를 당했다. 제재를 언급한 연방통신위원장 브랜던 카의 입김도 먹혔다. ABC는 지난달 23일 키멀의 토크쇼를 부활시켜 또다시 논란을 불렀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캐런 아티아는 커크와 관련한 부정확한 게시물을 SNS에 공유하다 해고됐다.   언론계만 그런 게 아니다. 출판사 DC코믹스는 커크 암살 직후 "총알이 무사하길"이라고 한 작가의 연재를 중단했다. 미식축구팀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홍보직원은 힙합 그룹의 노래 '네 목을 지켜'를 커크와 엮어 게시물을 올리다 쫓겨났다. 그 외에 각급 학교 교사와 교직원들도 여럿 당했다. 암살을 미화하는 비교육적인 말과 글 때문이다.   드러난 현상만으론 표현의 자유가 억눌리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주의의 훼손, 제2의 매카시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미국을 휩쓸던 좌파의 난폭한 캔슬 공세를 돌아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트럼프의 폭주를 비난하는 민주당과 좌파는 과연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나. 그렇지 않았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20년 10월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의 노트북에서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이 될 만한 자료가 나왔다. 뉴욕 포스트가 특종 보도했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기사 게시를 틀어막았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게 불리한 뉴스를 빅테크가 검열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바이러스 유출지를 중국 우한으로 지목한 기사나 동영상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심지어 트위터는 2021년 1월 8일 아직 대통령 임기가 채 끝나지 않은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트위터는 또 코로나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뉴욕타임스 출신의 작가 알렉스 베렌슨의 계정을 2021년 영구 정지시켰다. 그는 소송을 제기해 2022년 계정을 복구했고, 바이든 정부와 제약사가 계정 차단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왜 키멀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베렌슨은 입 다물어야 하나.   민간 부문의 해고와 퇴출도 부지기수였다. 리바이스의 사장 물망에 오르던 브랜드 총괄대표 제니퍼 세이가 그중 하나다. 그는 코로나 사태 때 민주당 주도의 공립학교 휴교 연장 방침에 반대하다 트럼프 지지자로 몰려 쫓겨났다. 이를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는 회사에게서 100만 달러를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   디즈니의 '만달로리안'에서 현상금 사냥꾼 카라 듄을 연기한 지나 카라노는 2021년 SNS에 올린 글 탓에 할리우드에서 지워졌다. 트럼프 지지층에 대한 좌파의 공격을 나치에 빗댄 게 화근이었다. 트럼프를 히틀러라고 공격하면 개념 연예인으로 대우해주는 분위기였다. 좌파의 퇴출 요구에 디즈니가 쉽게 화답했다. 디즈니는 이번에 키멀 토크쇼를 다시 내보낸 ABC의 모회사다. 좌파를 꼬집은 카라노는 퇴출시키고, 우파를 조롱한 키멀에겐 표현의 자유를 줬다. 이게 이중잣대 아니고 뭔가. 키멀 토크쇼의 중단에 대해선 할리우드 스타들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거 항의했다. 4년 전 동료가 트럼프 지지자로 몰려 캔슬됐을 땐 입 다물던 그들이다. 연기로 먹고사는 이들답게 피해 호소도 진짜처럼 한다.   그 외에 민주당의 다양성 정책이나 흑인 운동조직(BLM)을 비판하다 지워진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불과 수년 전 일인데도 이를 상기시키는 주류 언론은 찾을 수 없다. 커크 암살을 빌미로 한 우파의 캔슬 공세를 비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물론 과거 민주당 정부가 직접 입을 틀어막진 않았다. 분위기·공기·시스템·여론 등을 통해 이뤄졌다. 정부가 캔슬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으니, 법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우파는 거칠고, 좌파는 세련됐다고 할까.   다만, 커크 암살 이후 벌어진 공무원과 교직원의 퇴출엔 좌파의 캔슬과 동일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들에겐 공적 책임이라는 게 있다. 이들이 정치폭력을 정당화한다면 선을 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인 퇴출도 마찬가지다. 커크를 조롱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린 게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아티아의 경우 자신의 SNS에 커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끌어놓은 게 문제 됐다. 기자 신분으로 가짜 뉴스 퍼나르는 게 표현의 자유인가. 직업윤리 위반 아닌가.   게다가 그는 과거 캔슬 공세의 주역이었다. 2020년 6월 뉴욕타임스가 공화당 상원의원 톰 코튼의 '군을 투입하라'는 글을 게재했을 때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번진 폭력사태에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아티아는 남의 신문 글을 두고 "국가 폭력을 정당화한다"며 비난하면서 편집 책임을 추궁하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결국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에디터가 물러났다. 이젠 아티아의 차례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3개월 뒤 '홍콩은 중국이다, 좋건 싫건'이라는 제목으로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을 옹호하는 기고를 실었다. 주류언론이 신봉하는 표현의 자유는 이토록 정파적이다.       "빅테크, 대선 앞 민주당 불리한 뉴스 검열"   커크에 대한 비판 중에는 깃털처럼 가벼운 것도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16일 시카고대 학창 시절을 회고하며 이렇게 썼다. "시카고 교외에서 자란 커크가 시카고대에 다니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곳에서 더 똑똑한 동료들에게 토론으로 얻어맞는 경험을 했더라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커크가 자기처럼 명문대에서 교육받았다면 우익이 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엘리트의 오만과 속물근성이 훤하게 보이지 않나.   스티븐스가 잔뜩 뻐긴 명문대생의 의식이 명성에 걸맞은 수준인지도 의문이다. 커크 암살 하루 전 예일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서 깊은 예일대 정치토론연합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아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보복의 악순환을 끊자는 비폭력주의가 주제였다. 막판에 '폭력은 답이 아니다'는 명제를 놓고 찬반 투표를 했다. 결과는 반대 55, 찬성 28로 집계됐다. 혀를 찰 일인데도 명문대 출신 엘리트 눈엔 뉴스가 안 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폭력에 대한 수용성은 의외로 크다. 지난 4월 인터넷 극단주의 감시단체 NCRI의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스스로 좌파 성향이라고 밝힌 미국인의 56%가 "트럼프 암살은 일정 수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 매장 파괴 같은 물리력 행사에 대해선 59%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 이들이 부르짖는 표현의 자유란 과연 무엇인가.   극단은 극단을 부르는 법. 지난 10여 년간 좌파의 집요했던 캔슬 컬처가 이번엔 우파의 공격을 촉발시켰다. 공수가 바뀌면서 좌우 모두 자기모순을 드러냈다. 극단으로 극단을 다스리는 게 현명한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커크였다면, 이 역시 토론 주제로 삼았을 법하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정치현실을 지배하는 건 말보다 힘이다. 커크의 명복을 빈다.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인물 자유 커크 암살 계정 영구차단 도널드 트럼프

2025.10.12. 19:30

썸네일

[기자의 눈] 작은 폰이 주는 ‘덜 연결될 자유’

젊은 층 사이에서 작은 휴대폰이 조용히 인기다. ‘유니허츠(Unihertz)’가 만든 초소형 스마트폰 ‘젤리스타(Jelly Star)’는 화면이 3인치에 불과하지만, 최신 안드로이드 13 운영체제를 갖췄다.   손바닥 위에 쏙 들어오는 크기, 투명한 외관, 반짝이는 LED 조명은 과거 휴대폰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에 끌린 젊은 이용자들은 작고 귀여운 이 폰을 통해 ‘덜 연결된 삶’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하루 7시간 쓰던 스마트폰 사용이 젤리스타로 1시간으로 줄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래 사용하기엔 화면이 너무 작고, 긴 글을 쓰기도 불편하다. 결과적으로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줄고, 오프라인의 시간이 늘어난다. 이런 방식으로 일부 젊은 층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더 큰 화면, 더 강한 성능을 좇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히려 작고 불편한 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디지털 피로감이 있다. 무한한 정보, 끊이지 않는 알림, SNS 속 타인과 비교와 집중력 저하에 지친 젊은 세대가 ‘덜 연결된 일상’을 스스로 설계하려는 것이다. 삶에서 완전히 기술을 끊어내진 않지만, 필요한 만큼만 쓰도록 강제하는 식이다. 젤리스타 같은 제품은 그런 절제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작아서 덜 보게 되고, 덜 하게 만든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시대적 피로감과 연관돼 있다. 기술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나아가고 있다는 피로감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능이 쏟아지고, 인공지능(AI)이 대화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에, 많은 이들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숨이 벅찬 상태다.   젤리스타를 든 젊은 세대는 그 피로에 대한 항의처럼 보인다.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은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되는 계기다.   이와 연관된 또 다른 원인으로는 ‘구식에 대한 향수’가 있다. 젤리스타의 디자인은 2000년대 피처폰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 Z세대가 다시 찾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CD플레이어, 덤폰(dumbphone) 열풍과 유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레딧의 사용자들은 최신 기술이 주는 완벽함보다, 불완전하고 느린 과거의 감각에서 안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세대의 역주행’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는 기술 사회에서 파생된 일종의 트렌드다.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이들과 남들과는 달라야 하는 젊은 층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반짝 인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본능으로도 느껴진다. AI 기술의 확산은 이런 흐름을 더 자극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은 일정 관리, 문자 작성, 사진 보정까지 알아서 해준다. 하지만 편리함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기회를 잃는다.     젊은 세대가 작은 폰을 선택하는 건 이런 과잉 기능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 ‘모든 걸 대신해주는 기계’보다, 최소한의 기능만 가진 폰을 통해 스스로 통제감을 되찾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소리다.   모든 게 더 빨라질수록 느린 것에 더 시선이 가게 마련이다. 정말 필요한 건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연결 자유 스마트폰 사용 초소형 스마트폰 디지털 피로감

2025.10.12. 19:10

썸네일

트럼프,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

  ━   원문은 LA타임스 9월23일자 “Trump steps up attacks on foes, 1st Amendment‘”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이 지목한 정적들에 대한 보복과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보호 조항에 대한 전례 없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주만 해도 트럼프는 두 명의 정치적 반대자를 수사하던 연방검사를 충성파로 교체했으며, 법무장관에게 직접 이들을 기소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대통령의 비위에 거슬리는 언론인과 코미디언을 방송에 내보내는 방송사에 대해 징벌적 조치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로스앤젤레스 연방검사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홍보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조사해달라고 비밀경호국에 요청했다.   국방부는 군 관련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극좌 성향의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단체”로 규정했는데, 이는 미국법상 근거가 없는 조치로,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카리브해에서 진행 중인 군사작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문제 삼는 의원들에게 “그냥 넘어가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국경정책 자문관을 대상으로 한 5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수사도 백악관 개입으로 중단됐다.   트럼프는 9월21일 친트럼프 보수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 연설에서 “커크는 적대 세력을 미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와 다르다. 나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증오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역사학자들과 법률학자들은 대통령이 공적 신뢰의 상징적 제도들을 보복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트럼프의 공세는 민주당, 진보 단체, 제도권 기관에 집중되고 있으며, 동시에 정치적 동맹들은 보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월19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기소하라는 압력을 받던 버지니아 연방검사 에릭 시버트는 사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내가 그를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악관 보좌관 린지 할리건을 후임으로 지명하며 “강인하고 충성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트럼프는 법무장관 팸 본디에게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와 민주당 하원의원 애덤 시프를 기소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정의는 지금 바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한 부패한 자들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며 옹호했다.   레빗은 이어 “법무부를 무기화한 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법무부를 무기화하는 것이 아니며, 그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한편, '국경 차르' 톰 호먼이 연방수사국(FBI)의 위장수사 과정에서 현금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해당 수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빗 대변인은 “호먼은 돈을 받지 않았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 법무부의 정치적 무기화 사례일 뿐”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백악관은 “호먼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지타운대 존 하스나스 교수는 “검찰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특정 인물이 아니라 범죄를 수사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노골적인 개입을 우려했다. 그는 “정치적 영향력은 늘 존재했지만 지금 상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것을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발 마약 밀매선을 대상으로 카리브해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며 표적 사살을 단행한 데 대해서도 법학자들은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시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작전이 ‘전쟁권한법’을 위반했다며 법안을 제출했다.   시프는 이를 “침묵시키고 위협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첫 탄핵 조사를 이끌었던 시프를 모기지 사기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지만, 시프는 이를 부인했다.   시프는 9월21일 인터뷰에서 “그가 하려는 것은 단지 나나 레티샤 제임스, 리사 쿡을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게 맞서는 모든 사람, 그의 부패를 감히 지적하는 모든 이가 표적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당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보수 세력의 자유로운 발언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으며, 일론 머스크, JD 밴스 부통령 등 지지자들도 그를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 칭송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오히려 비판 언론을 겨냥하며 언론의 자유를 위협해 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9월 10일 찰리 커크 피살 사건 이후 트럼프의 공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UC버클리 법대 학장 어윈 체머린스키는 “현 행정부는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무지와 무시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USA투데이 전 편집국장이자 테네시주립대 자유언론센터 소장인 켄 폴슨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다방면의 공격이 진행 중이며, 그 속도와 대담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FCC 위원장 브렌던 카는 지미 키멀 쇼에서 커크 피살 사건과 관련된 발언이 나왔다는 이유로 ABC와 모회사 디즈니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 ABC는 곧바로 프로그램을 중단했으나, 디즈니는 다시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으로 기자들에게 정부 승인 없는 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취재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자들과 언론 자유 단체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체머린스키 학장은 “연방 하급법원들이 지속적으로 행정부의 과잉행동을 제어해 왔으며, 앞으로도 수정헌법 제1조를 수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슨은 “이는 미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며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머린스키는 “권력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기에, 표현의 자유 수호는 모든 미국인이 공유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글=아나 세바요스, 마이클 윌너, 케빈 렉터트럼프 자유 친트럼프 보수 도널드 트럼프 정치적 반대자들

2025.09.24. 18:53

썸네일

[삶과 믿음] 진리연구: 자유의 길

다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일하게 된 어느 한국인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10대 후반에 위안부에 징집되어 몇 년간 성적 착취를 당했으며,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귀국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80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검은색 교복을 입은 10대 고등학생을 보게 되면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검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과거 당신을 성폭행한 일본군을 연상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 혹은 밤중에 깨어날 때, 아파트의 문에 잘 잠겨있나 몇 번이나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60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왜 이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현실 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일까요?   나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대개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경우, 기억이 오래도록 남는 것은 바로 그것이 내 ‘마음밭’에 심어져 뿌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떤 사건이 ‘내 마음’이라는 밭에 씨앗처럼 심어져, 주변의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반복적으로 다시 발아하는 것입니다.   불법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이유는, 우리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함입니다. 마음밭 자체가 없으면, 어떤 씨앗도 자라날 수 없습니다.   중국의 혜가는 젊은 시절, 많은 지식을 갖춘 학자였습니다. 박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승인 달마대사를 찾아갔습니다. 동굴에서 움직이지 않고 좌정한 달마 대사를 혜가는 동굴 밖에서 며칠간 기다렸다고 합니다. 마침내 달마대사가 동굴에서 나오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대사께서 제 마음을 평정케 하여 주시옵소서.”   달마대사는 “네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지고 오너라.” 말했습니다. 불안한 자기 마음을 어떻게 대사께 보여줄 수가 없어서 혜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대사께서는 “그러면 네 불안한 마음을 내가 이미 평정시켰느니라.”   이 말에 혜가는 첫 번째 깨달음을 얻습니다.   개가 돌에 맞으면 개는 돌을 쫓아가지만, 사자가 돌에 맞으면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쫓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가(禪家)에서 많이 알려진 이 달마대사와 혜가의 이야기는, 내 마음이 ‘왜’ 불안한가가 주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불안한가, 즉 내 마음의 실체를 알라는 법문입니다. ‘가지’를 묻는 말이 아니라, ‘뿌리’ 질문을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희로애락이 일어나는 바탕이 되는 소위 ‘마음’의 실체를 알게 되면 고통의 근원적 뿌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불교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마음의 실체를 안다는 것은 무아(無我)를 깨닫는 것, 공(空)도리를 확실히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많은 생각과 감정, 염려, 욕망, 근심 등은 근본적으로 자아 관념에서 비롯합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듯, 내 생각의 중심은 나의 ‘자아 관념’입니다.     공기가 사라지면 바람이 근원적으로 일어날 수 없듯, 수많은 생각과 감정과 의지 작용의 바탕이 되는 소위 ‘마음’을 깨달으면, 즉 마음이란 단지 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없어지는 수많은 상념에 대한 ‘이름’일 뿐, 실제로 고정된 본체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공(空) 도리를 깨닫게 되면 고통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의 첫 구절이 바로 이 불교의 핵심을 말합니다. “조견오온 개공도 일체고액(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즉 “나의 몸과 마음이 인연작용이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空)의 진리를 깨달은 후 모든 고통을 건너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가 과학 기술적인 진리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 불교에서 말하는 참 마음의 진리를 알게 되면 우리가 근원적으로 고통을 벗어날 수 있기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수행자는 경전 공부, 하나님 묵상, 화두 연구 등을 통해서 이 우주와 나의 실체가 되는 하나님 혹은 나의 참 마음을 모습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합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진리연구 자유 마음밭 자체 고승인 달마대사 자기 마음

2025.09.18. 19:06

[열린광장] 광복 80년,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다

80년 전, 찬란한 새벽처럼 광복이 찾아왔다. 1945년 8월 15일, 민족의 운명을 짓누르던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날, 우리는 마침내 주권을 되찾았고, 이름조차 빼앗겼던 우리말과 문화, 그리고 자존의 불꽃을 되살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뿌리를 이어받아 건국의 기초를 다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남긴 피와 눈물, 신념 위에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였다.   돌이켜보면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의 기쁨은 잠깐, 이는 다시 끝이 아닌 고난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정부 수립의 고난, 가난과 폐허 위에 찌든 민생, 그래도 오뚝이처럼 재기의 역사를 일구어냈지만 또 다른 피의 시련이 닥쳐 올 줄 누가 알았으랴. 바로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북한 인민군은 육중한 탱크로 짓밟고 포화로 서울은 불타고, 전쟁이 발발해 한반도는 폐허로 변하여 나라의 운명은 다시 풍전등화와 같았다.   위기의 순간, 나라를 지킨 건 총칼을 든 용기 있는 젊은이들, 그리고 나보다 조국을 먼저 선택한 참전용사들이었다. 그들의 피로 나라가 지켜졌고, 그들의 희생 위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고지의 능선을 한 치씩 기어오르며 끝내 진지를 사수했던 병사들, 거센 포화 속에서도 전우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던 학도병들, 그들의 이름 없는 용기와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결코 사라진 용사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의 영웅들이 돌아오지 못한 그 고향 땅에서, 자녀는 배움의 꿈을 꾸었고, 부모는 잘살아보자는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 국가는 다시 산업을 일으켰으며, 지금 우리는 당당히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했다. 오늘의 대한민국, 그 눈부신 한강의 기적은 바로 국민의 희생 위에 지어진 역사다.   특히 우리 해외동포들은 언제나 조국의 외곽에서 조국을 지켜온 또 하나의 영웅들이다. 조국이 어려울 때마다 조국에 보내온 성금,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노력들, 그리고 2세, 3세 자녀들에게 한글과 문화를 전하며 민족의 뿌리를 지킨 해외 한인들의 수고는 결코 잊히지 않을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좁은 단칸 셋방에서 창업한 기업이 세계 시장을 누비고, 맨주먹으로 시작한 농촌이 IT강국의 뿌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양극화의 벽을 넘고,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자유민주주의, 너와 내가 잘 사는 번영, 꿈에도 소원인 통일, 그리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광복은 과거의 사건이 아닌, 지금도 살아 있는 우리의 영광스런 책임이다.   우리는 단지 과거를 기념하기보다는 우리가 지켜낸 자유, 우리가 세운 나라를 어떻게 미래로 이끌 것인가를 다짐해야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닌 것처럼 광복은 그냥 주어지지 않았고, 민주주의는 기다렸다고 오지 않았으며, 지금의 번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80년 전, 우리는 세계의 가장 아프고 슬픈 나라였지만 오늘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희망의 나라가 되었다.   광복의 정신은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이다. 자유 대한을 사랑하자. 대한민국이 하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소문난 나라, 고로  우리의 미래는 또 한 번의 5000년 역사가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열린광장 광복 자유 자유민주주의 너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정부

2025.08.18. 18:54

썸네일

[문화산책] 자유의 여신님께 아뢰옵나이다

어이쿠! 자유의 여신 마마, 그동안 기체후일양만강하옵신지요? 불초소생 엎드려 문안드리옵나이다.   이처럼 직접 만나 뵈옵다니 가문의 큰 영광이올시다. 소생, 이 나라에 산 지 그럭저럭 50년이 넘었는데도 문안 여쭙지 못하고 이제야 이렇게…. 황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워낙 멀리 떨어져 계신지라….   아이고, 실물을 뵈니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그런데, 많이 피곤해보이시네요. 그 팔 좀 내리고 쉬시면 안 되나요? 그렇게 줄곧 무거운 횃불을 들고 계시니 팔이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벌 서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안 보는 한밤중에는 좀 내리고 쉬세요. 포도주라도 한잔 하시면서 푹 쉬세요.   그나저나, 무척 바쁘시죠? 독립기념일 무렵이라 정신이 한 개도 없으시겠어요. 네? 그런 것보다 세상이 워낙 어지럽고 요란하게 돌아가는 통에 많이 피곤하시다고요? 정말 그러시겠어요.   그건 그렇고, 소생이 좀 조사를 해봤더니, 자유의 여신 마마께서는 1876년 미국 독립기념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오셨더군요. 그렇죠?   아니 뭐 대단한 뒷조사는 아니고요, 그냥 인공지능에 물어본 거예요. 요즘은 컴퓨터 몇 번 두드리거나 AI 시키면 좌르르 다 나옵니다. 그러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반상식입죠. 정보랄 것도 없어요.   에, 그러니까, 키가 93.5m, 무게는 204톤이고, 머리에는 7개의 대륙을 나타내는 뿔 달린 왕관을 쓰고 있고, 오른손은 횃불을 치켜들고, 왼손으로는 독립선언서를 안고 있고, 발로는 끊어진 사슬과 족쇄를 밟고 있으시죠?   그러니까, 우파는 횃불을 휘두르고, 좌파는 책을 들고 공부하고 뭐 그런 겁니까? 에이,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알겠습니다. 바쁘실 테니, 간단하게 3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딱 3가지만!   먼저 여신 마마께서는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오셨으니, 이민인 셈이죠? 그래요, 안 그래요? 그런데, 이민자들을 마구잡이로 쫓아내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법이민자 잡겠다고 총 든 군대를 동원하는 이 현실을? 이민의 나라가 이민을 내치다니, 이것이야말로 백인우월주의요 인종차별이라는 항변의 목소리가 높은데, 여신 마마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또, 이 나라는 신(神)의 나라지요? 그래서 지폐을 비롯해 사방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선명하고 크게 써놓았지요. 그런데 그것이 지금은 ‘우리는 돈을 믿는다(In Money We Trust)’로 바뀌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500만 달러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신청한 사람이 7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게 말하자면 돈 받고 방 빌려주는 여인숙 주인과 뭐가 다릅니까? 안 그래요? 돈이면 단가요, 뭐! 어찌 생각하시는지? 말 좀 해보세요.   끝으로, 여신 마마께서는 왕조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자기 생일날에 군대 동원해서 열병식 벌이고, 국민들이 아무리 항의해도 들은 척도 않고….   아, 물론 압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니라는 건 잘 알아요. 부를 미덕으로 여기고, 쇼를 진실로 아는 세상이 문제라는 거…. 그러니, 이런 세상을 바로잡을 지혜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빌며 사정하는 거 아닙니까!   아, 말씀 좀 해주세요! 뭐라고요? 좀 크게 말하세요, 크게!   뭐요? 저 강물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잠시만 견디라? 에이, 여보시오! 그런 소리 누가 못해! 알고 보니 이 양반 순 엉터리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제발 손 좀 써주세요, 이렇게 빌겠습니다. 여신 마마는 신이니까 왕보다 높으시잖아요. 그러니 한 말씀만 해주세요, 한 말씀만!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자유 여신 여신 마마 독립기념일 무렵 독립기념 100주년

2025.07.03. 18:42

썸네일

[문예마당] 자유의 어머니

그대여, 묻노니   무명의 별 아래 잠든 그 소년의 이름을 아는가       그는 먼 땅,   지도에도 낯선 나라   그 이름 ‘코리아’를 듣고서   조용히 부츠 끈을 당겼다       “어머니, 기도는 나를 위해 하지 마세요.   제 옆에 선 참전 용사들   그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지미, 너는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지….   전장의 흙을 안은 편지 한 장   눈물로 번진 글씨 속   그대의 사랑이, 피 흘린 자유가   이 땅에 뿌리 내려   민주의 꽃으로 피어났다       아이젠하워의 아들   워커 장군의 아들   그 많은 참전 용사들이   하늘로 난 길 위에서   그들은 더 이상 ‘누구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의 형제’였다       한 송이 십자가 아래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아들의 군복을 끌어안는다   그 입술이 속삭이는 건 한 마디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그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우리가 오늘   이 봄 햇살 아래 웃을 수 있었겠느냐   그들의 참전, 자유의 승리를 부정하는 자   그 피를 잊는 사람이여!   너는 결코 평화를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울린다   태평양을 넘어   자유를 위해 울던 어머니의 기도   그 기도는 들판을 적시고   산천을 감싸안아   이 나라를 지켜낸다       오, 자유여   그대는 피로 쓰인 시   그대는 어머니의 눈물과 기도로 피어난 꽃   우리 후세는 맹세하노니   그대를 영원히 잊지 않으리 조성우 / 시인문예마당 어머니 자유 어머니 기도 참전 자유 참전 용사들

2025.06.26. 20:59

“자유.평화 지켜준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와 버지니아 한인회(회장 김덕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5년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가 13일 워싱턴DC 인근 르네상스 알링턴 캐피탈 뷰 호텔 메인룸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 전사자와 실종자의 가족, 새에덴교회 박형욱 목사와 김종대 장로, 버지니아 한인회 김덕만회장과 정종웅 사무총장,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 김인철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동부지회장, 6.25참전 유공자회 회원, 최태은 미주한미동맹 회장, 그리고 한.류사회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보은행사에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건강상 이유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인사를 통해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모시고 보은행사를 매년 할 수 있게 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당시 참혹한 전쟁의 비극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대한민국을 지켜주셨고, 참전용사들은 동방의 작은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주셨다”며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으로는 유일한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도 영상 축사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기중 총영사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보낸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다. 기념식에 이어진 문화행사에서는 JUB한국문화예술원(원장 변재은)의 대북 난파연주와 사물놀이, 그리고 한국에서 특별 초청된 박지원 무용수의 소고춤 공연이 있었는데, 참석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새에덴교회는 올해로 열하홉번 째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이어가며 한미동맹을 돈독하게 다지고 있다. 한편, 김덕만 버지니아 한인회장은 “이번 행사에 관심과 참여를 해주신 한인들께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가 한미 간의 우호가 증진되고, 한반도 진정한 평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한 기자 [email protected]참전용사 자유 25전쟁 참전용사 참전용사 초청 한인회 김덕만회장

2025.06.15. 11:40

썸네일

[발언대] 표현의 자유 탄압, 맞서 싸워야

지난 3월5일 컬럼비아대 21살 정윤서 학생이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미국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가 되는 일은 흔하다. 경찰과 미리 약속하고 이른바 ‘시민불복종’ 행동을 하며 자리를 지키다 체포된다. 그리고 경찰서로 가면 바로 풀려난다. 체포 기록은 남지만 전과는 아니다. 시민 의사 표현의 한 방법으로 간주해 검찰 기소도 없고 법원에 가서 판결을 받지도 않는다. 그리고 유학생, 영주권자, 시민권자 등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없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9일과 13일 이민단속국 요원들이 정윤서 학생의 컬럼비아대 기숙사와 버지니아주 부모의 집에 들이닥쳐 수색하며 체포에 나섰다. 정 씨가 시민권자가 아니라 영주권자인 까닭이다. 다행히 정 씨는 잡히지 않았다. 이민단속국은 그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추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 씨의 변호를 맡은 법률팀은 3월24일 이민단속국의 불법 구금 시도를 막기 위해 법원에 인신보호영장 청구를 제기했다. 인신보호영장은 불법 구금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인데 현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서는 이 제도를 없애려고 시도하다가 최근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민자를 추방할 때는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다.   3월 25일 뉴욕 남부 연방지법은 더이상 이민단속국이 정 씨를 추적하지 말고, 체포도 하지 말라고 임시 억류 금지 명령을 내렸다.     4월4일 정 씨의 법률팀은 이민단속국의 수색 영장에 허위 사실이 적혔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정오 맨해튼 법원에서 2차 심리가 열렸다. 법원은 이날 소송 심리에서 추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씨에 대한 구금금지 임시 명령을 연장했다.   정 씨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지지하는 정치적 표현과 자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대상이 됐다. 정 씨는 7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며, 영주권을 가진 합법 거주자다.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인권, 외교 정책에 대한 의견은 갈라진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나 이민자, 영주권자의 권리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법으로 정해진 권리이기 때문이며 법을 차별적으로 어이없게 바꾸지 않는 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단속은 서류미비자를 넘어 합법 신분자에게도 위협이다.   정부는 지난 4월 9일 영주권 신청자와 유학생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뒤져 기준이 모호한 이른바 ‘테러 활동’을 조장한다고 판단하면 이민 신청과 입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인권 활동은 이미 테러 조장 활동으로 낙인 찍었다.   많은 한인 2세들이 심리 당일인 지난 29일 정오 법정을 채우고, 법원 앞 공원 ‘포일리 스퀘어(Foley Square)’에서 정 씨 구명 집회에 참여했다. 일부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또 이민자 권리를, 또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 서로 조금은 다른 뜻을 가졌지만 정 씨 구명을 위해서만은 한목소리로 뭉쳤다.     요즘 어떻게 미국이 갑자기 이런 나라가 되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나라가 되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 김갑송 /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 국장발언대 표현 자유 유학생 영주권자 이민자 추방과 이민단속국 요원들

2025.06.04. 19:46

썸네일

[기자의 눈] 해석은 자유지만, 강요는 폭력이다

LA 다저스가 백악관을 방문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 현직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유만으로, 이 전통적인 행사는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일부 팬은 “라틴계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분노했고, 지난달 25일 백악관 청원홈페이지 Change.org에는 “방문을 철회하라”는 청원이 개설됐다.   내용은 “우리 연고팀이 포용과 다양성을 버리고 정치적 세력과 손잡았다”는 주장이다. 또 “다저스는 단순한 야구팀이 아니다. 이 도시에 뿌리내린 역사와 커뮤니티의 상징”이라는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청원에는 8일 기준 2000명이 넘게 서명했고, 서명자는 실명으로 “(다저스가)부끄럽다”, “이것은 LA의 가치가 아니다”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다저스가 가진 상징성, 지역성과 관련이 깊다. LA 대표 스포츠팀인 다저스의 팬층 상당수는 라틴계와 유색인종이다. 이들은 다저스를 ‘우리 팀’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이번 백악관 방문이 ‘단순한 일정’이 아닌 ‘정치적 행위’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스포츠팀은 연고지의 팬심을 외면할 순 없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나 보면, 고개가 갸웃 거려진다. 백악관 방문이 언제부터 특정 정권에 대한 ‘지지 선언’이 됐는가.   백악관 초청은 우승 팀의 상징적 순간으로 여겨졌다. 오바마 시절에도, 바이든 시절에도, 대부분의 챔피언 팀은 초청을 수락했고, 선수들은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번에는 달랐다. ‘트럼프’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맥락이 삭제되고 정치적 선과 악의 프레임이 씌워진다. 팀이 한 명의 선수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발표하자, “모두가 공모자”라는 식의 낙인이 등장했다. 무키 베츠 선수는 “정치적 이유가 아닌, 팀에 대한 연대”라며 해명했지만, 그조차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떤 선택이든 정치적 의미로만 해석하고, 다른 해석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건강하지 않다. 모든 행동에 정치적 상징성을 덧씌우는 건, 표현의 자유라기보다 정치적 해석의 독점에 가깝다.   특히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비난의 주체들이 평소 ‘다양성’과 ‘포용’을 가장 강하게 외치는 진영이라는 사실이다. 다양성을 말하면서도, 자신이 정의한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난 선택은 인정하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다.     이런 흐름은 스포츠를 넘어 기업과 개인 소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다.   전기차의 상징으로 불리던 테슬라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는 일론 머스크 CEO의 발언 이후, 일부 극좌 진영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 여파로 지난달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테슬라 매장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     17일 샌디에이고의 한 매장 외벽에는 나치 문양의 낙서가 그려지고 유리창이 파손됐으며 18일 라스베이거스 서비스 센터에서는 차량 5대가 방화로 전소됐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테슬라 자체가 정치적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정치적 해석이, 폭력의 정당화 논리로 작용한다.   불매운동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단지 테슬라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차량에 불을 지르고 총을 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자 위협이다. 이 때문에 FBI는 “정치적 테러의 초기 단계”라며 특별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 모두 자문해야 할 질문이 있다. 모든 행동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그 해석이 언제나 정당한가. 우리가 말하는 ‘다양성’이란 과연, 서로 다른 선택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를 말하는가.   다저스가 백악관을 방문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승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사랑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성능과 기술력 때문이다.   누구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해석의 자유가 누군가의 선택을 억압하고, 비난하며, 공격까지 정당화한다면 그건 더 이상 다양성이 아니다.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다양성은 말뿐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자유 강요 정치적 상징성 백악관 청원홈페이지 백악관 방문

2025.04.10. 18:42

썸네일

[발언대] 자유를 위한 투쟁과 역사의 교훈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1775년 3월 23일,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 의사당에서 이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그는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유를 위한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역설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동료들은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헨리는 이렇게 묻는다.   “Is life so dear, or peace so sweet, as to be purchased at the price of chains and slavery?(속박과 노예의 대가로 얻은 생명과 평화가 중요한가?)”   이 연설은 미국 독립운동의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헨리의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 논란도 적지 않았다. 자유를 향한 투쟁이 반드시 무력 충돌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그 시대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도전과 대응을 기록해 왔다. 2023년 12월 3일,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이는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공수처에 체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표현은 노자의 철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노자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이 실제로 실행되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판단은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계엄이란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국가적 비상사태 시 군이 행정권과 사법권을 행사하며 치안을 유지하는 조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은 기존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그 법적 정당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수처의 대응이 과했으며, 법적 절차와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역사는 늘 도전과 논쟁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싸움은 승리로, 어떤 싸움은 좌절로 끝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패트릭 헨리의 말처럼,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무너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는 교훈은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결정은 국민의 신뢰와 민주적 절차 속에서 이루어질 때 더욱 의미를 가질 것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발언대 자유 투쟁 패트릭 헨리 윤석열 대통령 정치적 위기

2025.03.17. 18:47

썸네일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까요? 무슨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냐고 나무랄 수도 있겠습니다. 자유가 좋은 것이고, 구속은 나쁜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이미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는 표현이 흉기의 시대에 삽니다. 표현의 가치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섭기까지 합니다.   압제의 시대에 표현의 자유는 소리 높여 외치는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는 갇힌 마음을 대변하였습니다.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민주주의라고 말하지 못하고, 자유를 말하지 못하고, 독재 타도를 말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찾아야 할 고귀한 인권이었습니다. 그 시절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는 노래로도 만들어져 곳곳에서 불렀습니다. 물론 조심해서 말입니다.   금지곡과 금서가 속출하던 시대, 제멋대로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김민기의 주옥같은 노래가 줄줄이 금지되고, 신중현의 도전적인 음악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되었습니다. 머리가 길다고 걸리고, 치마가 짧다고 벌을 주었습니다. 통행마저 금지되어 밤 12시가 되면 거리를 다닐 수조차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묶여있는 시대에는 마음도, 생각도, 몸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간절하고 귀했습니다. 그만큼 소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나 억압의 세월을 지나고, 표현의 자유가 확대된 지금은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냅니다. 도대체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요?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지극히 폭력적입니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거칠음이 필요하기도 했겠으나 지금은 그저 분노의 배설입니다.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믿으라고 하고, 이를 온갖 더러운 말로 뱉어냅니다. 말이 오염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 검게 물들어 갑니다.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이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게 설령 사실이어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사실인지조차 확신이 없으면서도 일단 내뱉고 봅니다. 자극적인 과장을 덧붙여서 말입니다. 이유는 ‘돈이 되니까’입니다. 자본주의에 표현의 자유가 거칠게 들러붙은 형국입니다. 상처를 파헤치면 돈이 되는 세상에서는 그런 표현을 실어 나르는 매체도 특별히 단속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역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일 기분 나쁜 선언이 바로 표현의 자유인 겁니다. 사실은 표현의 자유가 목적인 아니라 돈이 목적이면서 알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마치 본인만이 정의인 듯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는 사이 혐오의 돈은 차곡차곡, 아니 급속도로 쌓여갑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혐오 비즈니스의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엉뚱한 피해자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됩니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사상의 자유는 여전히 두려운 영역입니다. 아직도 이 세상에서는 함부로 글 쓰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글을 쓰면서 자기검열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구속되었던 과거의 관성일 수도 있습니다만, 법적인 처벌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표현 자유 혐오 비즈니스 김지하 시인 독재 타도

2025.03.09. 17:21

[삶과 믿음]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해

  필자는 중학교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1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 영화 주제곡을 듣고 어떤 무상함이 강하게 일어났고, 내가 누구이며 과연 마음의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답답함과 강한 의심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무상한 경계를 대할 때마다 그런 의심과 답답함이 일어났는데, 당시 필자의 심경은 마치 좁은 통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의심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 좁은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외적 구속이건, 내적 구속이건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해도 결코 내 ‘마음’으로 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필자가 원불교로 출가하고 난 후에야 그 좁은 통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음의 실체를 깨달아야만 그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고요해지고 번뇌가 사라지면 이런저런 의심이 생깁니다. 이는 마치 호수의 물결이 잠잠해지면 호수 밑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의심은 진리가 우리를 참 고향으로 오라는 부름이자 손짓입니다.   다음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입니다.   “수도하는 이가 큰 발심이 나 가지고 공부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자연 큰 의심 하나가 생겨나서 일체 의심이 그 의심 아래 잠을 자고, 자나 깨나 보나 들으나 어묵동정이 다 의심으로 화하여 온 천지가 그 의심 안에 들어 있다가 홀연히 한 생각을 얻어 그 의심을 부수고 나면 일체의 의심이 다 풀어지고 그로 좇아 참 지혜가 발하나니, 지금 그대들 가운데 보고 듣고 생각해서 아는 지혜는 참 지혜를 얻어 들어가는 첫 문에 첫걸음이 되나니 그것으로써 만족하지 말라.”   수도인에게이런저런 의심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그 의심들이 하나의 큰 의심으로 귀결된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모든 강물이 결국 하나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불교 수행인들에게 궁극의 의심은 주로 ‘이뭣고’가 됩니다. 내가 말하고 보고 생각하는 그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심입니다. 우리는 이를 마음, 의식, 성품 등이라 말하지만 이는 단지 하나의 개념일 뿐 우리는 그 실체를 정확히 모릅니다. 큰 의심이 걸리면 그 의심을 통해 큰 입정에 드는 것입니다. 큰 의심이 있고 난 뒤에 큰 깨달음이 있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큰 의심이 있는 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으며, 깨달아 아는 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통 만통이 있나니라.”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선진포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다 저절로 입정에 들어 온종일 그대로 서 계신 적이 있습니다. 큰 의심이 걸려 대정(大定)에 든 것입니다. 만공 스님께서도 스승님으로부터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받고 처음에는 이를 그냥 개념적으로 되뇌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가 참으로 깊은 의심이 되었고, 그 의심 속에 먹고 자고 걸어가는 것을 거의 잊을 정도의 동정 간 입정이 몇 달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밥을 하다가 불붙은 나무가 ‘딱’ 하며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일체의 의심이 해결되고 깨달음을 얻었다 합니다.   큰 의심을 통해 큰 정(定)에 들고 이가 깨달음의 경로입니다.     그러나 보통 수도인에게는 이런 의심이 깊게 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 불교 선종(禪宗)에서는 많은 선지식은 제자들에게 어떤 진리적인 의심거리를 주었는데 이를 ‘화두(話頭)’라고 합니다. 화두를 때때로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공안은 글자 그대로 ‘관공서의 공식문서’라는 뜻입니다. 관공서의 법적 문서처럼 공안이 공부의 기준, 깨달음의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선가의 대표적 화두 혹은 공안입니다. 한 수행자가 중국 조주 선사에게 “인도의 달마대사가 서쪽 즉 중국으로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물었습니다. 마침 뜰앞에서 있었던 조주 선사는 “뜰앞의 잣나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한 학인이 조주 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살아있다고 하셨는데 개에게도 과연 불성이 있을까 그 학인은 의심이 되었나 봅니다. 조주 선사는 “무(無), 즉 없다.”고 답했습니다.   학인들의 어떤 물음에 대해 선지식들이 진리를 직관적으로 바로 학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해 왔습니다. 선지식들의 이러한 답은 엉뚱한 답, 비논리적인 답변으로 보이는데, 이는 생각 논리로서 알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많은 화두가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화두는 근본적으로 수수께끼와 다릅니다. 수수께끼의 답은 생각으로서 논리적 사고로서 얻을 수 있지만, 화두의 해결은 생각이 끊이진 자리에 들어가야 그 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화두(話頭)라는 말이 화(話), 즉 말과 글과 생각 이전의 자리(머리 頭)라는 뜻입니다. 말과 생각 등 모든 관념 이전의 세계로 들어가야 성품을 본다는 것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 자유 의심 하나 의심 아래 마음 의식

2024.12.19. 17:35

썸네일

“오늘날의 자유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맥클린 한국학교(교장 이은애)는 지난 2일, 3.1절 105주년을 맞아 3.1운동 정신을 되살리고 기리기 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당시 생생한 현장 사진들과 동영상을 시청하며 선조들의 옛모습과 일제강점기 동안의 생활상, 독립정신과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우리말과 글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지닌 것에 대한 소중함을 나누었다.   이날 특별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린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조선의 독립운동을 기념했다.     이은애 교장은 "우리는 자유로운 땅에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선조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떠한 피와 땀을 흘렸는지를 차세대가 깨닫고 이 정신을 본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오늘날 자유 생활상 독립정신 맥클린 한국학교 이은애 교장

2024.03.13. 8:04

썸네일

“오늘날의 자유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맥클린 한국학교(교장 이은애)는 지난 2일, 3.1절 105주년을 맞아 3.1운동 정신을 되살리고 기리기 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당시 생생한 현장 사진들과 동영상을 시청하며 선조들의 옛모습과 일제강점기 동안의 생활상, 독립정신과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우리말과 글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지닌 것에 대한 소중함을 나누었다.     이날 특별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린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조선의 독립운동을 기념했다.     이은애 교장은 "우리는 자유로운 땅에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선조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떠한 피와 땀을 흘렸는지를 차세대가 깨닫고 이 정신을 본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오늘날 자유 생활상 독립정신 맥클린 한국학교 이은애 교장

2024.03.05. 15:10

썸네일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으로 자유를 꿈꾸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앤디라는 주인공이 교도소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을 트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의 길이는 3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전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편지의 이중창’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음악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죄수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앤디의 감방 동료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여기서 모차르트 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앤디의 육체는 가둘 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감옥에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머리 속으로 되뇌며 앤디는 탈출을 꿈꾸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앤디의 자유로운 영혼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저 먼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자유 모차르트 음악 쇼생크 탈출 교도소 전역

2024.02.12. 19:36

[중국읽기] ‘자유·국제주의’ 사조의 사망

중국 국무원(정부) 산하 발전연구중심(DRC)은 대표적인 정부 싱크탱크다. 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제시한다. DRC가 세계은행과 함께 ‘차이나 2030’ 보고서를 낸 건 2012년 2월이었다. 중국 경제의 장기 발전 방향을 담았다. 보고서 작성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27일 고인(故人)이 된 당시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李克强)이었다.   핵심 키워드는 두 개, ‘시장’과 ‘글로벌’이었다. 보고서는 모든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장을 중심에 두고, 세계 경제와의 동반 성장 체제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권력층의 주류 사조였던 자유주의, 국제주의가 반영됐다. 리커창이 꿈꾸던 2030년 중국의 미래 모습이기도 했다.   리커창은 보고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려 애썼다. ‘대중창업 시대를 열자, 모든 사람을 혁신에 뛰어들게 하라!’ 그는 총리 2년 차였던 2014년 9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외쳤다. IT분야 청년들이 환호했다.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은 금방 경제 현장으로 퍼져나갔다.   창업, 혁신 붐이 일었다. 중국은 어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인터넷 쇼핑을 정착시켰고, ‘인터넷 택시’를 도입했다. ‘베이징에서는 거지도 위챗으로 구걸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 마윈(馬云)이 당시 세계 최고가로 알리바바를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도 2014년 9월의 일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시장은 활력이 돋고, 기업은 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리커창 경제’는 바로 그 시간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도전받고 있었다. 그해 6월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 관련 최고 협의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가 열렸다. 소식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에 뭔가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다. 관행적으로 총리가 맡아오던 소조 조장에 ‘시진핑(習近平)’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경제 권력은 빠르게 시진핑 일인(一人)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세상’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리커창의 ‘대중 혁신’ 대신 국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동원하는 신형 거국체제가 강조된다. 민영기업보다 국유기업에 돈이 몰리고, 글로벌 협력보다 자력갱생이 중시된다. 당(黨)을 앞세운 시진핑의 10년 통치에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 정계에 자리 잡았던 자유, 국제주의 사조는 명맥이 끊길 처지다. 대신 ‘중화 권위주의’가 그 자리를 채운다. 리커창의 죽음은 그렇게 자유, 국제주의의 사망과 맥을 같이한다. 명복을 빈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국제주의 자유 자유주의 국제주의 리커창 경제 경제 정책

2023.10.30. 21:55

LA에서 "팔레스타인 자유" 외쳤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지구 내 본격적인 지상전을 선언한 가운데 LA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팔레스타인 청소년 운동(Palestinian Youth Movement) 등 민간 시민단체가 LA다운타운 퍼싱 스퀘어에서 개최한 집회에 1만여 명이 모여 반이스라엘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유혈 사태가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한 것에 항의했다.     이날 집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중단을 촉구하는 연설에 이어 참가자들이 다운타운에서 6가를 따라 목소리를 높이며 행진을 이어갔다.     행사에 참여한 풋볼 선수 살라 오데는 “가자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은 군사적 지원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LA 거주하는 네가르 미자니는 남편과 3살짜리 딸과 시위에 나섰다. 미자니는 “전쟁이 종식되고 당장 휴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현재 양측의 시위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일주일 전에는 수천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LA 퍼싱 스퀘어에 모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범으로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힐 거리를 행진했다. 2주 전에는 수천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LA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 모여 가자지구 폭격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선언 한 후 가자 지구 북부 터널 입구에서 하마스와 본격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관계기사 본국지〉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하면서 확전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가운데 지난 28일 팔레스타인은 이번 전쟁으로 숨진 674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하마스도 현재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 인질 등 230명을 억류하고 있다.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향해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27일 채택했다.   한편, 지난 29일 네팔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해 인도주의적 목적의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이은영 기자팔레스타인 자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팔레스타인 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2023.10.29. 19:22

썸네일

[수필] 자유의 소리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인신매매로 악당들에게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Operation Underground Railroad)의 작전’을 다룬  ‘자유의 소리’ 라는 영화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말은 원래 미국 남북전쟁 (1861-1865)을 전후해서 남부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헤리엇 터브맨 이 갖은 학대를 받는 노예들을 남부에서 탈출시키는 작전 이름인데 실제 땅을 파서 지하철로를 만들어서 피신시킨 것이 아니고 미국의 비밀통로와 은신처의 네트워크를 일컬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 불렀다.   헤리엇 터브맨은 남북전쟁 전부터 노예들을 탈출시켜 거의 700여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자유의 소리’ 에서도 성노예로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라고 부르게 된다.   이 영화는 전 국토안보부 요원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처음부터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언약서와 같다. 감독 알렉한드로 몬테버드는 스크린에서 가슴을 휘어잡는 엄청난 연기력과 세심한 주의력을 집중시켜 관람객의 심금을 사로잡는다. 인신매매의 쇠사슬에 얽매 함정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는 팀 발라드가 카비젤의 역활을 하면서 구출 작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정의와 깊은 연민의 정으로 역활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그가 맡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조연 배우로 활약하는 미라 소비노는 리타라는 인물로 활약하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감성의 중심부에 예외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영화의 깊이와 진정성을 고조시킨다.   이 영화는 죄 없는 아이들의 생명을 단순히 구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신매매의 어두운 비밀 조직을 탐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구 위의 무서운 현실을 파헤치고 용감한 팀 발라드가 주동이 되어 오퍼레이션 언드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앞장서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촬영과 제작 디자인은 흠 잡을 데가 없고 한 세팅에서 다른 세팅으로 옮길 때도 완벽한 경험을 창조해 낸다.   ‘자유의 소리’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것은 가장 암흑의 세계에서 희망감을 주입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개인이 비범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찬사를 받을 만한 이 영화 ‘자유의 소리’ 는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함께 하게 만드는 불꽃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 어린 자녀들을 정말 잘 보호해야 하고 인신매매와 싸우고 있는 단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매매로 악당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약 2,700만 명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600 만 명이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영화 처음 장면에 허술한 집에서 어린 소녀가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먼저 큰 집이 나오고 차차 클로즈업 되어 어린 소녀가 손으로 북 치는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북 치는 아이가 먼저 나오고 집 전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구출 받은 어린 여자아이가 ‘자유의 소리’를 손으로 북을 치며 부르는 장면은 노랫소리와 함께 깊은 감명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근 글자자막이 나온다. “God's Children are not for sale”  이라고 나온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구호이다.   성경에도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존귀한 존재란 것이다. 이 지구 위에서 어린이 인신매매의 악덕을 뿌리 뽑기 위해 우리도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자유 소리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어린이 인신매매 구출 작전

2023.08.24. 19:3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