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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개의 조각으로 완성된 자유의 얼굴

Los Angeles

2026.01.29 17:30 2026.01.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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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할리우드 메모리얼 파크 포레스트론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가 전하는 미국 탄생의 서사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완성된 나라의 시작
묘지 위 언덕에서 내려다 본 자유를 향한 출발선
도심 속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거대한 침묵
미국 최대 규모 중 하나로 알려진 할리우드 포레스트 론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 ″The Birth of Liberty″.

미국 최대 규모 중 하나로 알려진 할리우드 포레스트 론의 대형 모자이크 벽화, ″The Birth of Liberty″.

오는 7월이면 미국은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는다. 불과 두 세기를 조금 넘긴 역사지만, 그 시간 안에는 수많은 선택과 갈등, 그리고 희생이 켜켜이 쌓여 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당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영국의 불공정한 통치에 맞서 독립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지난 미국의 역사를 생각해 보고 싶을 때, 나는 "할리우드 메모리얼 파크, 포레스트 론"(Forest Lawn Memorial Park, 6300 Forest Lawn Dr, Los Angeles, CA)을 떠올린다. 지구여행을 끝낸 수많은 이들이 쉬고 있는 이 성스러운 장소는 단순한 묘지가 아니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할리우드와 인접해 있지만, 이 장소에 발을 디디는 순간 여행자는 뜻밖에도 미국의 가장 진지한 얼굴을 마주한다. 화려한 성공의 서사보다, 자유를 고민했던 사람들의 고요한 결단들이 모자이크의 큰 벽화로 다가오는 것이다.
 
포레스트 론 묘지의 언덕 위까지 드라이브 하면 Hall of Liberty 건물 옆 에 모자이크 벽화가 나타나는데 바로 미국 최대 규모의 모자이크 벽화로 알려진 '자유의 탄생(The Birth of Liberty)'이다.
 
공원 내 조지 워싱턴 동상과 1965년 건립된 올드 노스 처치(Old North Church).

공원 내 조지 워싱턴 동상과 1965년 건립된 올드 노스 처치(Old North Church).

공원 내 전경, 전설적인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등 수 많은 유명 인사들의 무덤이 있다.

공원 내 전경, 전설적인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등 수 많은 유명 인사들의 무덤이 있다.

길이 약 162피트, 높이 28피트 크기의 거대한 모자이크는 수백만 개의 베네치아 유리 조각으로 완성되었다. 벽화 앞에 서면 먼저 규모에 압도되지만, 곧 시선은 장면 하나하나로 이동한다. 1620년, 자유 신앙과 새로운 삶의 꿈을 품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이 땅에 도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작을 연다. 혹독한 추위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메이플라워 협약에 서명하던 순간, 그리고 영국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생명을 걸고 독립을 선언했던 사람들의 결단이 이어진다. 독립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대륙회의의 긴장된 공기, 새로운 나라의 방향을 두고 고뇌하던 지도자들의 표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독립전쟁의 혼란 속에서 자유를 선택했던 사람들, 처음 의회가 시작되기 전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들, 독립전쟁 마지막 영국이 항복하며 조지 워싱턴의 승리의 순간, 조지 워싱턴의 델라웨어를 건너던 장면, 그리고 워싱턴이 무릎 꿇고 기도하던 모습.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자유를 달라, 아니면 죽음을 달라) 외치는 패트릭 핸리의 모습. 그리곤 드디어 조지 워싱턴과 영국군의 전투에서 미군이 승리하고 항복을 받아내는 장면들이 하나의 모자이크 조각으로 전체 그림이 완성된 작품이다. 낯선 땅에서 생존과 신념 사이를 오가던 그들은, 이 나라의 출발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이 벽화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이 거대한 그림이 수백만 개의 작은 모자이크 조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벽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미국 역사의 '사건'을 나열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결단의 순간마다, 희망과 기도로 다가간 것이다.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의 선택과 희생 위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포레스트 론이라는 장소 또한 이 벽화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삶의 끝을 기념하는 공간 한가운데, 국가의 시작을 그려 넣었다는 점에서 이 모자이크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그 자유를 지켜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모자이크 벽화 옆에 위치한 아브라함 링컨 가든에 위치한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

모자이크 벽화 옆에 위치한 아브라함 링컨 가든에 위치한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

미국 최대 규모의 모자이크 벽화로 알려진 '자유의 탄생(The Birth of Liberty)' 옆에는 조용한 정원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아브라함 링컨 가든이다. 화려한 역사 서사 뒤편에 놓인 이 공간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장 깊은 혼란을 겪었던 시간을 다시 불러낸다.
 
나라가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던 남북전쟁의 시기, 아브라함 링컨은 전쟁이라는 결단을 통해 미국을 다시 하나의 국가로 묶어냈다. 그래서 그는 종종 '제2의 건국의 아버지'라 불린다. 이 정원에 있는 링컨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연설대 위의 대통령이 아니다. 성경을 펼쳐 놓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는 링컨, 그리고 노예해방이라는 역사적 선택 앞에 선 인간 링컨의 모습이 모자이크로 표현되어 있다.
 
'자유의 탄생'과 링컨 가든의 벽화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하다. 그들은 어려움 앞에서 먼저 무릎을 꿇었다. 총보다, 말보다 앞선 것은 힘이 아니라 기도와 성찰이었다는 메시지가, 수없이 작은 유리 조각들 사이에 조용히 스며 있다.
 
이 벽화들은 단지 과거의 위대한 인물을 기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삶의 끝자락에 다시 한 번 돌아 보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공과 속도, 성취 이전에 인간은 무엇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할리우드 포레스트 론에서 마주한 이 벽화들은 말한다. 미국의 역사는 위대한 몇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수많은 조각들이 함께 완성해 온 그림이라고. 그리고 그 그림은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고... 그 중심에 우리가 있다고.  
 
▶바로 옆에 로스엔젤레스에서 가장 큰 공원인 그리피스 파크와, 철도 박물관,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이 있어 하루 일정으로 추천한다.
 
▶미국 탄생 250주년인 독립기념일 연휴에는 사우스다코타 주의 마운트 러시모어 3박4일 일정을 버킷리스트에 올려 놓으시길 추천한다. 미 건국 역사150년 사이에 가장 영향력 있던 대통령 4명을 돌을 깨던 조각가 거츤 보글럼(Gutzon Borglum)이, 조지 워싱턴, 토마스제퍼슨, 아브라함 링컨, 티어도어 루즈벨트의 거대 화강암 산으로 또 한 번 미국역사를 들려 드릴 것이다.

정호영 삼호관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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