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검사로 교체하며 정적 기소 압박 대통령 비위 거슬리는 방송사 징벌 시사 FCC·국방부까지 언론 통제 강화 움직임 커크 언급했던 ‘지미 키멀 쇼’ 한때 중단 “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전례 없는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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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LA타임스 9월23일자 “Trump steps up attacks on foes, 1st Amendment‘” 기사입니다
찰리 커크 죽음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이유로 코미디언 지미 커멀의 방송 출연을 중단시킨 ABC의 조치에 9월18일 뉴욕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이 지목한 정적들에 대한 보복과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보호 조항에 대한 전례 없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주만 해도 트럼프는 두 명의 정치적 반대자를 수사하던 연방검사를 충성파로 교체했으며, 법무장관에게 직접 이들을 기소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대통령의 비위에 거슬리는 언론인과 코미디언을 방송에 내보내는 방송사에 대해 징벌적 조치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로스앤젤레스 연방검사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홍보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조사해달라고 비밀경호국에 요청했다.
국방부는 군 관련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극좌 성향의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단체”로 규정했는데, 이는 미국법상 근거가 없는 조치로,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카리브해에서 진행 중인 군사작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문제 삼는 의원들에게 “그냥 넘어가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국경정책 자문관을 대상으로 한 5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수사도 백악관 개입으로 중단됐다.
트럼프는 9월21일 친트럼프 보수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 연설에서 “커크는 적대 세력을 미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와 다르다. 나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증오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역사학자들과 법률학자들은 대통령이 공적 신뢰의 상징적 제도들을 보복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트럼프의 공세는 민주당, 진보 단체, 제도권 기관에 집중되고 있으며, 동시에 정치적 동맹들은 보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위를 거스리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겨냥한 전례 없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
9월19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기소하라는 압력을 받던 버지니아 연방검사 에릭 시버트는 사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내가 그를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악관 보좌관 린지 할리건을 후임으로 지명하며 “강인하고 충성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트럼프는 법무장관 팸 본디에게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와 민주당 하원의원 애덤 시프를 기소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정의는 지금 바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한 부패한 자들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며 옹호했다.
레빗은 이어 “법무부를 무기화한 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법무부를 무기화하는 것이 아니며, 그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한편, '국경 차르' 톰 호먼이 연방수사국(FBI)의 위장수사 과정에서 현금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해당 수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빗 대변인은 “호먼은 돈을 받지 않았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 법무부의 정치적 무기화 사례일 뿐”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백악관은 “호먼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지타운대 존 하스나스 교수는 “검찰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특정 인물이 아니라 범죄를 수사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노골적인 개입을 우려했다. 그는 “정치적 영향력은 늘 존재했지만 지금 상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것을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발 마약 밀매선을 대상으로 카리브해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며 표적 사살을 단행한 데 대해서도 법학자들은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시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작전이 ‘전쟁권한법’을 위반했다며 법안을 제출했다.
시프는 이를 “침묵시키고 위협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첫 탄핵 조사를 이끌었던 시프를 모기지 사기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지만, 시프는 이를 부인했다.
시프는 9월21일 인터뷰에서 “그가 하려는 것은 단지 나나 레티샤 제임스, 리사 쿡을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게 맞서는 모든 사람, 그의 부패를 감히 지적하는 모든 이가 표적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당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보수 세력의 자유로운 발언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으며, 일론 머스크, JD 밴스 부통령 등 지지자들도 그를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 칭송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오히려 비판 언론을 겨냥하며 언론의 자유를 위협해 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9월 10일 찰리 커크 피살 사건 이후 트럼프의 공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UC버클리 법대 학장 어윈 체머린스키는 “현 행정부는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무지와 무시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USA투데이 전 편집국장이자 테네시주립대 자유언론센터 소장인 켄 폴슨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다방면의 공격이 진행 중이며, 그 속도와 대담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FCC 위원장 브렌던 카는 지미 키멀 쇼에서 커크 피살 사건과 관련된 발언이 나왔다는 이유로 ABC와 모회사 디즈니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 ABC는 곧바로 프로그램을 중단했으나, 디즈니는 다시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으로 기자들에게 정부 승인 없는 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취재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자들과 언론 자유 단체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체머린스키 학장은 “연방 하급법원들이 지속적으로 행정부의 과잉행동을 제어해 왔으며, 앞으로도 수정헌법 제1조를 수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슨은 “이는 미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며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머린스키는 “권력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기에, 표현의 자유 수호는 모든 미국인이 공유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