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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만’ 가구 급증세…양육비 부담 커 둘째 포기

Los Angeles

2025.10.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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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양육비 전국서 5번째
전문가들 ‘외동 혁명’ 진단
전국적으로 ‘외동 자녀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각종 양육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양육비 부담으로 둘째 출산을 포기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데이비드 조(39)씨는 올해 1월 첫 아이를 얻은 뒤 “둘째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맞벌이인 조씨 부부는 최근 한 달에 1700달러를 내고 데이케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앞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다 보니 방이 세 개 정도 있는 집을 구해야 해 렌트비는 물론 각종 부대비용이 많이 든다”며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케어, 의류, 식비 등을 합치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만 월 3000달러가 든다”고 덧붙였다.
 
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임신·출산·산후조리 기간에는 일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기회비용이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현실적으로 육아 부담이 커질수록 둘째를 계획하거나 낳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USA투데이는 볼링그린 주립대 가족·결혼연구소(NCFMR) 자료를 인용해 40~44세 여성 중 외동 자녀만 둔 비율이 1980년 10%에서 2022년 19%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구소는 인종이나 학력 수준에 관계없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급등하는 양육비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토니 팔보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육심리학 교수는 “보육비, 사교육, 여름 캠프, 스포츠 활동 등 모든 영역에서 비용이 치솟고 있다”며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데 필요한 투자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대출 플랫폼 렌딩트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아이를 키우는 연간 평균 비용은 3만59달러로, 지난 2023년(2만5680달러)보다 17%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출생부터 성인까지 18년간의 총 양육비는 28만6951달러로 전국 여덟 번째였다.
 
출산 시기 지연도 외동 가구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여성들은 경제력을 우선시하다보니 커리어를 위해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강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990년과 대비해 40세 이상의 출산율은 무려 193%(9만6809명·2023년 기준) 늘었다.
 
외동 자녀를 선택한 부모들은 정신적 여유와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클린 스타인(40) 씨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여행 등 문화 경험을 아들에게 주고 싶은데, 둘째를 낳으면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외동 혁명(Only Child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사회 구조와 경제적 현실 속에서 부모들이 다자녀보다 외동을 더 나은 선택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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