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LA 한인타운 후버와 윌셔가 교차하는 거리. 한인 곽동천 씨가 홈리스 셸터 인근 자신의 텐트 앞에 앉아 있다. 이곳에는 LA시가 컨테이너를 개조한 임시 셸터가 운영 중이다. 곽 씨는 “밤에는 셸터에서 잠을 자지만 조리시설이 없어 한식을 직접 해먹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텐트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홈리스를 위한 영구주택 예산의 대폭 삭감을 예고하면서 LA카운티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의 홈리스 정책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비영리 언론재단 캘매터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홈리스 등 저소득층 주거 지원 예산 삭감을 강행할 경우, 캘리포니아가 ‘재앙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홈리스 인구가 집중된 LA시와 카운티 등 지방정부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주택과 임시 셸터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지난달 29일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 등 지방정부에 지급되는 저소득층 영구주택 건립 지원금을 현재 33억 달러에서 약 11억 달러로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HUD의 홈리스 지원금 중 영구주택에 사용되는 비율이 현행 87%에서 3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티코는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17만 명 이상이 주거시설에서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예산 삭감의 여파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샌타크루즈 카운티의 경우, 정부 지원금 770만 달러 중 82%를 영구주택 290유닛 운영에 사용하고 있으나, 프로그램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HUD 예산 삭감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홈리스가 거주하는 LA시(2월 기준 4만3669명)와 LA카운티(7만2308명) 역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LA카운티는 연방정부 지원금 약 2억1700만 달러를 홈리스 지원에 사용 중인데, 이 기금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카운티 측은 지원금의 80% 이상이 홈리스를 위한 영구주택 운영에 쓰이고 있다며, 예산이 삭감되면 8000유닛 이상의 영구주택 운영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원이 끊길 경우, 수년간 추진해 온 LA시와 카운티의 홈리스 정책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LA홈리스서비스관리국(LAHSA)의 기타 오닐 CEO 대행은 “연방정부가 영구주택을 통해 홈리스 문제를 해결한다는 오래된 믿음을 버리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조정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재앙적인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AHSA에 따르면 영구주택 수혜자 대부분은 만성 질환이나 장애를 앓고 있는 취약계층이다. 정부 지원이 줄거나 중단되면, 이들은 급등한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한편 캘매터스는 캘리포니아 전역의 홈리스 지원 단체와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긴급 회의를 열고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며, 일부 단체는 이미 홈리스 지원을 축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