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A씨는 10년 전에 배우자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귀국해 장례를 치렀는데, 형제들이 말하길 아버지가 많은 채무를 남긴 채 돌아가셨다고 한다. 형제들은 채무를 떠안지 않기 위해 모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겠다고 한다. A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인데도 아버지의 채무를 상속받게 되는 것일까? 만약 채무를 상속받는다면, 이를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답= 망인의 국적이 기준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자녀가 외국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대한민국법에 따라 상속인이 된다. 이는 「국제사법」 제49조 제1항에서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국법’이란 사망한 사람이 사망 당시 가지고 있던 국적의 국가의 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망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망한 경우, 자녀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든 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든 관계없이 망인의 본국법인 대한민국 민법에 따라 상속인이 된다.
즉, A씨가 미국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아버지가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면 A씨는 대한민국 민법상 상속인이 된다.
미국 시민권자라도 한국법상 상속인
대한민국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는 ‘직계비속’, 즉 망인의 자녀가 상속인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A씨는 국적과 상관없이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며, 아버지가 재산과 함께 채무를 남겼다면 그 채무 역시 상속의 대상이 된다.
다만, 대한민국법은 상속인이 채무를 그대로 떠안지 않도록 세 가지 선택 제도를 두고 있다. 첫째, 단순승인은 상속재산과 채무를 모두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다. 둘째,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갚는 제도이다. 셋째,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아 재산과 채무를 모두 승계하지 않는 제도이다.
채무가 많다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선택해야
예를 들어 상속받은 재산이 10만 원이고, 채무가 1억 원인 경우를 가정하면,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10만 원만 갚으면 모든 법적 책임이 끝난다. 반면,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자신의 재산으로도 1억 원 전부를 갚아야 한다.
상속포기를 하면 애초에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되어 채무를 전혀 부담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선택은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만약 3개월 안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법은 이를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상속채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
미국 시민권자도 한국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망인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속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법원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신청을 할 수 있다. 즉, 미국 시민권자인 A씨도 대한민국 법원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한 번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취소할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망인의 재산과 채무 내역을 조사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법원에 기간 연장 신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