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청소년과 청년층 10명 중 9명이 불안과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지원 경로를 몰라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주 블루쉴드와 비영리단체 칠드런나우(Children Now)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14세에서 25세 사이 청소년 및 청년 75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으며, 이 중 98%는 유색인종, 25%는 성소수자로 확인됐다.
가주 청년층이 호소한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생활비 부담(주거·식료품 등), 일자리 부족, 총기 폭력, 기후변화, 인종차별 등이 꼽혔다. 특히 LA 지역 청소년 및 청년층은 주거비 상승, 기후변화, 이민자 차별을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지적했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부끄럽다’는 이유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며, 5분의 1 이상은 치료비 부담이나 지원 경로를 몰라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청소년기는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을 취약하게 만드는 시기”라며 “우울증, 불안장애, 행동장애는 청소년의 질병과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방치될 경우 성인기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인 청소년과 청년층의 경우 학업 부담, 사회적 압박, 가정 내 갈등, 따돌림 등이 정신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청소년기와 청년기는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불안과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며 “특히 한인 청년들은 학업 경쟁과 조기 독립에 대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한인정신과의사협회 조만철 회장은 “학교 내 따돌림과 가정 내 갈등이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이 같은 문제는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청소년 및 청년층의 주요 사망 원인은 질환, 사고사, 그리고 자살”이라며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그레이스 박 임상관리자는 “한 달에 약 30건의 상담 요청이 접수되며, 대부분은 부모나 학교를 통해 의뢰된다”며 “정신건강 문제를 부끄럽게 여겨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신건강 치료는 신체 질환 치료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미술·놀이·대화 치료 등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으니, 문제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