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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컵케이크 가게가 ‘다저스 핫플’…패서디나서 카페 운영 모녀

Los Angeles

2025.10.27 19:03 2025.10.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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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단 납품하며 인기
팬들 즐겨찾는 명소로 소문
‘다저스 엄마’ 권애자(오른쪽) 씨와 딸 권효종 씨. 모녀는 다저스 우승을 기원하며 운영하는 ‘닷츠카페앤베이커리’의 내부를 파란색과 흰색 풍선으로 꾸몄다. 김상진 기자

‘다저스 엄마’ 권애자(오른쪽) 씨와 딸 권효종 씨. 모녀는 다저스 우승을 기원하며 운영하는 ‘닷츠카페앤베이커리’의 내부를 파란색과 흰색 풍선으로 꾸몄다. 김상진 기자

 
패서디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권애자(75) 씨는 ‘다저스 엄마(Dodgers Um-ma)’로 불린다.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이 열린 27일, 권씨가 운영하는 패서디나 지역 컵케이크 가게인 ‘닷츠카페앤베이커리(Dots Cafe & Bakery)’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다저스 팀 컬러인 푸른색 풍선이 매장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날 권씨는 둘째 딸인 효종(47) 씨와 함께 다저스 구단에 400개의 컵케이크를 납품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2025년 월드시리즈 기념 컵케이크. 김상진 기자

2025년 월드시리즈 기념 컵케이크. 김상진 기자

 
이곳은 다저스 팬들 사이에서는 명소로 꼽힌다.  
 
권씨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마다 나를 어눌한 한국어로 ‘엄마’라고 부른다”며 “다저스 경기가 열릴때면 팬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가게가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연이 있다.
 
40년 전 미국으로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했던 권씨 부부는 밤낮없이 일하며 두 딸을 키웠다.  
 
“남편이 박찬호 선수의 오랜 팬이었어요. 그때 나는 야구를 잘 몰랐는데, 옆에서 남편 따라 다저스를 응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팬이 됐죠.”
 
남편을 떠나보낸건 지난 2005년의 일이다. 하루 13시간씩 세탁소에서 일하던 권씨는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가게를 남편에게 맡기고 급히 한국으로 향했지만 결국 그게 부친을 보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권씨는 또 한번 비보를 접했다. 잠시 한국에 머문 사이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 두명의 가족을 잃은 거잖아요. 그 뒤로는 화장도 하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고 슬퍼서 묵묵히 세탁소에서 일만하며 버텼죠.”
 
그런 권씨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딸 효종 씨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다저스 구단 이벤트팀에서 일하던 효종 씨가 동료들에게 컵케이크를 선물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효종씨는 “컵케이크는 생일이나 졸업 같은 특별한 날에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베이킹을 독학으로 배워 지난 2006년 가게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후 모녀는 다저스 팬이었던 남편을 떠올리며 경기 때마다 팀을 응원했다. 가게 인스타그램(@dotscafe)에 올린 응원 게시물들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구단에서 일하던 딸의 소개로 선수단 생일이나 구단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컵케이크와 간식 등을 주문받아 배달을 했죠. 지금은 때마다 구단에서 수백개씩 주문이 들어와요. 오늘도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선수 가족들을 위해 컵케이크를 배달하고 왔어요.“  
 
이날 권씨는 딸이 20년 전 핼러윈 의상으로 선물했던 반짝이 유니폼을 다시 꺼내 입었다. 다저스 경기를 갈때마다 입는 유니폼이다. 워낙 반짝이는 유니폼이다 보니 눈에 띄다보니 팬들도 권씨를 알아보게 됐다. 다저스 구단측에서도 권씨 모녀를 VIP로 초청한 적도 있다.
 
지난 9월 30일 다저스 경기장을 방문한 권애자 씨. [Dots Cafe & Dessert Bar 페이스북 캡처]

지난 9월 30일 다저스 경기장을 방문한 권애자 씨. [Dots Cafe & Dessert Bar 페이스북 캡처]

 
효종 씨는 “엄마는 경기장에만 가면 얼굴의 모든 주름이 사라지고 10대 소녀가 된다”며 “이길 땐 환호하고 질 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권씨 모녀의 다저스 사랑이 알려지면서 가게를 찾는 팬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권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사진을 찍는 팬들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권씨는 앞으로도 다저스를 응원하며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응원만 하는 팀이 아닌, 삶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열혈 야구팬이었던 남편은 세상을 떠났지만, 권씨는 다저스를 통해 그 빈자리를 다시 채웠다.
 
”살면서 아픈 일이나 힘든 일이 있지만 경기장만 가면 다 잊어요, 다저스가 없었다면 인생의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을지 모르겠어요. 월드 시리즈가 끝나더라도 다저스의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재미로 살거에요.“
 
송윤서 기자
 
27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권애자씨가 환하게 웃고있다. 김상진 기자

27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권애자씨가 환하게 웃고있다. 김상진 기자


송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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