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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인종학 수업, 법만 만들어진 채 좌초될 판

Los Angeles

2025.10.2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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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 운용 예산 배정 전무
“교육구서 알아서 하라” 방치
과목 개설 요구 유일한 방법
캘리포니아주가 올해(2025~2026학년도)부터 공립 고등학교에서의 인종학(ethnic studies) 수업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주정부가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법만 만들고 책임은 미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인 교육자들은 “결국 지역 교육구와 학부모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여론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주한인사교육재단(KASEF)과 LA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2025~2026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한 학기 이상 인종학 수업 의무화법(AB 101)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주정부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시행 주체를 각 교육구 ‘자율’에 맡겨 학교별 적용률이 제각각이다.
 
비영리교육매체 ‘에드소스’는 지난 23일 “주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인종학 교육 의무화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는 인종학 과목을 독립적으로 개설하지 않고 영어·역사 수업의 일부 단원으로 대체하고 있다.
 
인종학은 다양한 소수계의 역사·문화·사회적 기여를 다루는 과목이다. 아시아계·흑인·히스패닉·원주민 등 여러 커뮤니티가 사회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배우며, 다양성과 포용, 사회 정의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인종학 수업이 부실하게 시행되면서 한인 이민사와 한국의 발전상을 조명하는 ‘한인 인종학 교육(Korean American Ethnic Study)’도 차질을 빚고 있다.
 
KASEF 김동조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압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는 한인 학부모회 등 한인 밀집지를 중심으로 교육구에 인종학 수업 개설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육구 자율에 맡긴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사실상 교육구에 책임을 미루는 것”이라고 비판도 제기됐다.  
 
LA통합교육구(LAUSD) 소속 등 남가주 일부 고등학교는 자체적으로 인종학 수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범이 될 만한 한인 인종학 수업은 애너하임 통합교육구다. 지난 2023년 8월 9일 제프 김 교사가 처음 시작한 한인 인종학 수업은 교육구 내 5개 고등학교 60명 이상이 듣고 있다.
 
한인 인종학 교재 발간에 앞장선 교육 인사들은 교육구별 민원 접수를 독려했다.
 
캘스테이트풀러턴 교육학과 그레이스 조 교수 “한인 이민 역사 등 미국 소수계가 사회 발전에 기여한 다양한 시야를 제공하는 교육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학부모 20명 이상이 청원서를 제출하면 교육구는 대안을 제시하게 돼 있다. 교과서를 통해 우리가 모두 미국의 시민이자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리자”고 강조했다.
 
한편, KASEF와 한국 정부는 웹사이트( www.kasef.org, kasonline.net)를 통해 한인 인종학 교재 및 다양한 자료를 무료 공개하고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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