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ning Man을 공부하면서 Default World라는 단어와 조우하게 되었다. 이 단어 또한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원래 디폴트란 단어는 기본 설정값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채무 불이행으로 쓰이고 컴퓨터에서는 초기 설정값, 게임에서는 기본 설정을 의미한다. 원래의 뜻은 이렇지만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많은 신조어를 낳기도 한다. Burning Man의 주제는 탈 사회 문화예술 축제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Default World에서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을 재량껏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이벤트다.
난 요즘 버닝맨의 증후군을 앓고 있다. 조금만 일찍 이 행사를 알았더라면 주저 없이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열악한 환경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사막 지대에서 밤낮 기온이 낮에는 100도 이상의 불볕더위와 뜨거운 모래 폭풍이, 밤에는 서늘한 기온으로 극심한 일교차를 보이고 2023년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행사가 엉망이 되고 진흙 축제가 되기도 했다. 주거시설은 텐트나 캠핑카를 직접 마련하고 식수, 음식, 잠자리 등 기본 생필품을 준비하고 모래 폭풍에 대비해 고글과 마스크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화장실과 목욕시설이 불편한 환경에서 내가 과연 일주일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는 이미 디폴트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와 생년 월일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리고 부모님의 보호 아래 또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교육받고 양육되어 진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유독 인간만이 한 개체로 독립하기까지 제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의 학창 시절을 보낸다. 그 후 전문직을 위해 더 공부하거나 아니면 직장을 구한다. 마음 맞는 상대를 찾아 결혼하고 애 낳고 그렇게 Circle of Life는 계속된다. 우연히 좋은 부모 만나고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다면 그것은 당신의 운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족한 환경에서 태어나 더 노력해서 성공한 사례가 훨씬 많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은 우리가 디폴트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규격화(pre set world) 되어있는 디폴트 세계에서 끓어오르는 창작열을 주체하지 못해 분출구를 찾는 이들이 버닝맨이다. 버닝맨 축제에 참석했던 사람을 버너(Burner)라 부른다. 버너들은 디폴트 세계에서 불협화음이나 부조화를 경험하고 버닝맨 축제에 열광하고 기대한다. 버너들은 축제가 끝난 뒤 디폴트 세계에 돌아가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세계에서 현실 세계로의 복귀는 또 다른 후유증을 유발한다. 심할 때는 우울증(Post Playa Depression)에 빠지기도 한다. 갑자기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묻기도 한다. 그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감정에 갇혀 살기도 한다. 이들을 위한 모임이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새로운 세계, 흥미로운 세계를 알게 되어 이 축제를 알려준 그 친구에게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모르고 죽을 수도 있었으니 나는 행운아다. 정말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마련이다. 하루살이는 이 세상 모든 생물이 하루살이라 믿고 우물 안 개구리는 보이는 하늘이 전부라고 믿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코끼리 뒷다리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지 생각하니 두렵기도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이미 세상은 AI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인간의 두뇌 자원은 무궁무진해서 지금도 두뇌의 10%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하니 앞으로 어떤 세계가 열릴지 크게 기대된다. 우리는 이제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벅찬 나이가 되었지만 이미 탄 기차에서 하차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