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가자 10명 중 9명이 '긍정적 전망' NYSE 마진 부채 '1조1300억불' 최고 경신 실적 기반 AI 종목만 선별하는 냉정함 필요 현 금리 인하, 위축 대응보다 '정상화 과정'
10월 말까지 이어진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겉보기엔 여전히 견고하다. S&P500과 다우지수는 연속된 갭 상승으로 고점을 높이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인공지능(AI) 성장 스토리를 재점화했다.
그러나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승의 기반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10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네 차례의 상승은 모두 거래 참여가 줄었고 소수의 초대형 기술주,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이 지수를 떠받치는 구조가 이어졌다.
지수는 상승하지만 참여 종목의 폭이 좁아지는 현상은 과거 2000년 닷컴 버블과 2021년 기술주 피크 때도 나타났던 신호다. 일부 기술분석가들은 이를 상승의 마무리 국면으로 해석한다. 물론 이 해석은 지나치게 사이클 중심적이며, 펀더멘털·정책 변수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는 비판이 늘 따라온다.
그러나 시장의 구조적 피로감, 과도한 낙관심리, 그리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쳐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랠리의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심은 그래서 반드시 특정 분석가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
▶낙관은 위험의 전조
최근 투자심리를 보면 시장 참가자 10명 중 9명이 낙관적이다. ‘베어(비관론자)’ 비율은 13.5%로 7년 만의 최저치다. 이는 지난 2018년 1월, 그리고 2021년 11월, 두 차례 주요 고점 직전의 상황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당시에도 시장은 경기가 양호하다며 기술 혁신이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서사 속에 과열을 이어갔다. 이후 12~24개월 동안 지수는 각각 20~30% 조정을 받았다. 이번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다. 다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연준의 정책적 개입이 훨씬 유연하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 내에 머물고, 고용 둔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면 하락 폭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즉, 2000년식 붕괴보다는 2015년형 ‘조정 후 회복’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시장은 과열이지만 경기 자체가 ‘붕괴’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AI 붐: 혁신과 투기의 경계
AI 산업은 2020년대의 상징이다. 자율주행, 생성형 인공지능, 로보틱스, 헬스케어 AI까지 거의 모든 산업이 AI와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은 AI 프로젝트를 이유로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 지출(CapEx)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반도체·클라우드·전력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AI 버블’이라 규정하기도 한다. 1999년의 닷컴 버블보다 크고, 수익은 더 적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수년간 급등했지만 대부분 아직 뚜렷한 이익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OpenAI·Anthropic·Cohere 같은 모델 기업조차 상업화보다 자금조달과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일면적이다. AI가 ‘즉각적인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1990년대 인터넷도 5년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그 기반 위에서 글로벌 경제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AI 역시 생산성 혁신과 산업 전환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속도다. 현재의 투자 속도가 기술의 실제 확산 속도를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따라서 향후 12~24개월은 기술주 전체가 아닌, 실적 기반 AI 종목만 선별하는 냉정한 구분의 시기가 될 것이다.
▶빚으로 만든 낙관
주식시장 랠리의 또 다른 축은 레버리지다. 2025년 9월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마진 부채는 1조 1,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1년 고점 대비 20% 이상 증가한 규모다. 더 놀라운 것은 ETF 시장의 변화다. 현재 거래되는 주식형 ETF 중 레버리지 상품 비중은 33%로, 2022년의 세 배 수준이다. 5배 수익을 추구하는 ‘초고위험 ETF’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금융공학적 상품은 투자자 심리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조금만 더 벌고 싶다’는 욕망이 ‘손실은 남의 일’이라는 착각과 결합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시장이 급락할 때 유동성을 순식간에 증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의 가치가 20% 하락만으로 청산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레버리지가 투기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금리 환경이 완화되고, 기업이익이 양호한 한 적절한 수준의 레버리지는 자산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핵심은 규모와 분산이다. 투자자는 ‘빚’이 아니라 ‘비율’을 관리해야 한다.
▶금리의 하락이 말하는 것
단기 국채(3개월, 6개월물) 금리가 2023년 10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는 자금 수요의 둔화, 그리고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다. 연준은 2024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정책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구조는 경기 둔화 초입에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경기하강의 시작으로 본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은 다르다. 이번 사이클의 금리 인하는 경기 위축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3%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임금 상승 압력도 완화되고 있는 만큼 연준의 완화 전환은 ‘침체 대응’이 아닌 ‘정책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즉,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가 시장을 지지할 여지가 있으며, 그 효과가 소멸되기 전까지는 주식·채권 모두 일정 수준의 밸런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둔화는 이미 반영되었다”는 반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불확실성의 시대, 균형이 답
2025년의 시장은 ‘과열된 낙관’과 ‘정책적 완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국면이다. 비관론은 이를 역사적 고점 직전의 마지막 랠리로 규정하지만, 실물경제의 회복력과 정책 대응 여지를 감안하면 그만큼 단선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투자자는 지금 극단적 비관도, 맹목적 낙관도 피해야 한다. 시장엔 여전히 수익 기회가 존재하지만, 그 기회는 ‘방어를 겸비한 선택’ 위에서만 유효하다. AI와 기술혁신은 장기적 성장의 방향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기대가 과도하다. 금과 달러는 헤지 자산으로, 채권은 금리 사이클 전환의 수혜 자산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리스크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지금은 ‘벌기 위한 시기’가 아니라 ‘잃지 않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시기’다. 낙관과 공포의 파도 사이에서 진정한 균형 감각이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