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전문가들은 ‘은퇴 초기 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신규 은퇴자들이 주택을 소유한 상태에서 흔히 저지르는 다섯 가지 지출 실수를 경고했다.
부동산 중개인이자 투자자인 론 마이어스는 “대출을 다 갚았다고 해서 지출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유지·보수비는 꾸준히 발생하고, 고정수입자에게는 그 충격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간과하기 쉬운 주요 사항들을 점검해본다.
①주택 유지·보수비 과소평가
집도 노후를 맞이한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연 2~3%를 유지비로 따로 예산에 반영하라”고 조언한다. 지붕 누수, 배관 문제, 에어컨 고장 등은 예고 없이 발생하며 은퇴자의 생활비를 크게 흔든다.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인 채드 커밍스는 “유지비는 은퇴자의 예산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적’”이라며 “이 부분을 대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재정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②‘라이프스타일 업그레이드’
집 리모델링, 세컨드 하우스 구입, 장기 여행 등 ‘보상 소비’가 대표적 함정이다. 마이어스는 “은퇴 직후의 해방감에 리모델링이나 여행에 돈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계획 없는 지출은 노후자금을 빠르게 소진시킨다”고 지적했다.
커밍스는 “8만 달러짜리 주방 리모델링이나 해외여행이 ‘6개월의 즐거움’ 대신 ‘10년의 불안’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돈으로 월 300달러씩 평생 받을 수도 있었다”며 “은퇴 후 절제된 소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③의료비·건강보험 인플레이션
은퇴 후 충격을 주는 요인 중 하나는 ‘의료비 증가’다. 일반적으로는 ‘건강하면 괜찮겠지’라며 단순하게 생각하다 당황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커밍스는 “의료비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메디케어 보험료 외에도 치과·청력·처방약 비용의 상승은 이미 수치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 6~10%의 의료 인플레이션을 가정한 예산 편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노스웨스턴뮤추얼의 재정설계사 해리슨 헌터는 “건강저축계좌(HSA)를 활용하는 것도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④은퇴자금 과도한 인출
너무 빨리 자금을 인출하려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퇴직금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빨리 인출하면 자산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고갈된다”며 “연간 인출률을 3~4%로 제한해야 30년 은퇴 기간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4% 규칙’이라 불리는 고전적인 재정 원칙으로, 시장 변동에도 장기 유지가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⑤재산세·보험료·공공요금 상승
많은 은퇴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폭등하는 각종 고정비를 간과한다.
마이어스는 “플로리다처럼 재산세와 주택보험이 매년 오르는 지역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폭풍 피해 이후 보험료가 두 배로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55세 이상 커뮤니티의 단지 관리비(HOA)도 꾸준히 상승하며, 전기·수도·가스요금 역시 불안정하다. 커밍스는 “매년 5~7%의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며 “보험사는 주기적으로 비교 견적을 확인하고, 에너지 절약형 조명·스마트 온도조절기 설치로 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자금·세금·의료비·주택관리비 등 모든 고정지출을 현실적으로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을 설계해야 노후의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은퇴 전문가들 조언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