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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죽창을 든 명품 좌파

Chicago

2025.11.13 12:09 2025.11.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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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손헌수

미국 하원의 첫 여성 의장이자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가 40년 정치인생을 마치고 2027년 1월, 현 임기 종료와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진보적 가치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외쳐왔지만, 동시에 막대한 부와 특권층의 삶을 누려왔다는 이유로 “리무진 좌파(Limousine Liberal)”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리무진 좌파는 비싼 리무진을 타고 다니면서 대중들에게는 “환경을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외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을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라떼 좌파(Latte Liberal)’라고도 부르고, 한국에서는 ‘강남좌파’라 부른다. 낸시 펠로시는 2024년 기준으로 2억 3천만 달러 가량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NVIDIA와 Apple 주 등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리무진 좌파와 같은 표현을 Oxymoron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모순어법이다. 앞뒤가 서로 안 맞는 표현이라는 뜻이다. Oxy는 '똑똑한' 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다. Moron은 '바보'라는 말이다. '똑똑한 바보'다. 이렇게 반대되는 표현이 함께 붙어 있는 단어를 Oxymoron이라고 한다. '점보 새우'나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표현이다.
 
‘강남 좌파'는 20년쯤 전에 고국의 강준만 교수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알려져 있다. 강남 좌파는 잘 산다. 자식들은 미국 유학중이거나, 성적표를 위조해 의대에 진학시킨다. 하지만 자신들은 약자의 편이고 의식은 깨어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고급식당에서 1인분에 10만원에 육박하는 고기를 먹지만, 소셜미디어에는 후식으로 나오는 된장찌개 사진만 올린다.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강남 좌파는 학생시절에 운동권이었다. 정반합의 변증법도 배우고, 마르크스를 학습했다. 그래서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외치지만, 재산은 몇백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죽창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외친다. 권력자든 민중이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다는 극단적인 평등을 주장한다. 하지만 저 깊은 곳에 자신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이 깔려 있다.    
 
강준만 교수는 강남 좌파를 비판한다. 이유는 첫째, 권력에 재력까지 누리면 됐지, 거기에다가 좋은 양심을 가지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도덕적인 우월감까지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진보’라는 가치를 자신들이 더 많은 권력이나 재물,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는 실천 없는 주장으로 진정한 진보의 실천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강남좌파에게도 긍정적인 면은 있다고 말한다. 엘리트가 진보적인 가치를 역설하면 하층민에게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힘과 영향력 때문이다. 또한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상류층이면서도 하위층을 생각하는 ‘강남좌파’들의 천성은 그래도 착하긴하다는 것이다.
 
보수는 자유를 외친다. 자본주의를 믿으니 개인이 잘사는 것을 죄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에 억지로 착한 척하는 것 같지도 않다. 반면에 진보는 평등을 외친다. 평등의 실현을 위해 때로는 혁명도 옹호한다. 이 틈에 끼어있는 리무진 좌파는 정의와 평등을 외치면서도 자신의 주식계좌를 들여다 본다. 주택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개인들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강남에 똘똘한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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