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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현장에서] 추수감사절, 지구를 위한 나눔은

Los Angeles

2025.11.13 18:10 2025.11.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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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김재학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가을의 공기가 한층 차가워졌다. 한가위 보름달이 저물고, 이제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 다가오고 있다. 두 명절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시작되었지만, 모두 감사와 나눔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품고 있다.
 
추석은 풍요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명절이었다.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한가위를 맞아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이웃에게 음식을 건네며 정(情)을 나눴다. 이 마음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교회와 한인단체,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이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의 따뜻한 밥상을 채워가는 일은 우리 민족이 가진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또한 ‘함께 나눔으로 감사한다’는 정신에서 시작되었다. 인디언과 청교도들이 첫 수확을 나누었던 이야기처럼, 오늘날에도 전국 곳곳에서 지역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인과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 급식과 식품 나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남가주에서는 1월의 대형 산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최근까지 폭우와 산사태 위험은 이어지고 있다. 산불로 훼손된 산비탈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여러 지역이 침수되고, 100가구 이상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가정들의 심리적 후유증과 주거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지역 단체들은 긴급 구호 물품과 상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재난이 단지 ‘불이 꺼졌다고 끝나는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처럼 현장의 복구와 치유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정부보다 시민단체와 지역 공동체의 손길이다.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인도주의 단체들은 미국 내에서는 재난 피해 가정 지원과 쉼터 운영을, 해외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 구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 세계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약 2억 900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분쟁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200만 명 이상이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수단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이미 130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동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며 수천만 명이 식량 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5000만 명 이상이 기후 충격으로 인한 식량 부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말라위·잠비아·모잠비크 등에서는 작물 수확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위기다. 국제사회와 시민단체의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나눔의 실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책임이다.
 
한가위의 달빛 아래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이 이제 곧 다가올 생스기빙의 식탁 위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 감사와 나눔은 국경을 초월한 보편의 언어이며, 우리가 진정으로 풍요로워지는 길이다. 명절의 의미가 가족의 식탁을 넘어, 지구촌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연대로 확장되길 바란다.
 
올해 생스기빙에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는 작은 나눔이 또 다른 희망을 만들 것이다.

김재학 /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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