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정든 고국의 소식에 마음이 간다. 최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은, 한국의 코스피가 무려 70% 가까이 급등하며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 역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대표 지수인 S&P 500의 상승률은 올해 들어 약 15%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주식에 투자해 볼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투자는 단기적인 ‘속도’보다 장기적인 ‘방향’을 읽는 안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잠시의 화려한 성과에 흔들리기보다,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바라보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큰 화제를 모은 콘텐츠 ‘K-pop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특히 미주 한인 2세들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만든 핵심 창작자들이 대부분 재외 동포 1.5세 혹은 2세라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 전통 소재인 도깨비, 저승사자, 갓, 까치호랑이를 기성세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했다. 그 낯선 시각이 바로 혁신의 출발점이었다.
투자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단기적인 성과나 국내 중심의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장기적인 성공의 길이 열린다.
10일 현재 환율(약 1457원)을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한국 주식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약 2.3조 달러 수준이다. 이를 미국의 개별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규모의 차이가 확연하다. 엔비디아는 약 5조 달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4조 달러에 이른다. 즉, 한국 전체 주식시장의 크기가 미국의 한 대형 기업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위치(Location)’라면, 주식 투자에서는 ‘분산(Diversification)’이 핵심이다. 2023년 기준 한국 증시는 전 세계 시장의 약 1.3%, 미국 증시는 58.4%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대부분을 한국 주식에 집중하는 것은 투자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몰빵 투자’에 가깝다. 한곳에 집중된 투자는 일시적으로 좋은 결과를 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성이 훨씬 높다.
한국 주식시장은 단순히 규모가 작다는 점을 넘어, 분산 효과 자체가 약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 지배 구조의 문제가 크다. 많은 대기업이 여전히 재벌 중심의 가족 소유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이익으로 곧바로 연결되기 어렵다. 소유주(재벌가)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다 보니, 주주 가치 제고보다는 내부 이익 보호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년간(2015년~2024년) 한국의 코스피와 미국 S&P 500의 연간 수익률을 비교하면 장기적인 성과 차이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10년 코스피와 S&P 500 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과거 10년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는 3.6% 그리고 S&P 500 는 14.2%로 무려 10.7% 차이가 난다. 복리로 연 10%의 수익을 올리면 약 7년마다 자산이 두 배로 불어난다. 이 차이는 결국, 한국 시장에만 머물렀던 투자자들이 놓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의미한다.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샘플 크기’다. 한국 주식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샘플이 많을수록 데이터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이는 통계의 기본이자, 장기적인 투자 판단의 핵심 원리다. 역사적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한 시장일수록 경제 위기와 회복, 기술 혁신과 경기 순환의 다양한 패턴이 축적돼 있다. 이런 데이터는 단기적 감정이 아닌 근거 있는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투자 결정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의 삶과 미래의 안정을 좌우한다. 그래서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균형 잡힌 시각, 분산된 포트폴리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 이 세 가지가 재정적 안정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