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아는 일 ㄴ.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 ㄷ.남의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림 ㄹ.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열매.
아마도 ㄴ.을 고른 사람이 꽤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는 ‘아람’이 아니라 ‘아름’이다. ㄱ.은 ‘앎’, ㄷ.은 ‘아첨(=아미)’을 뜻하는 말이다. 정답은 ㄹ.이다. ‘아람’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열매 또는 그러한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요즘 주변 어디를 가나 ‘아람’을 볼 수 있는 때다. 가까이에는 매혹적인 색깔의 모과나 감이 달려 있고 산에는 활짝 벌어진 밤이나 도토리 알맹이가 떨어질 듯 매달려 있다. 모두가 성숙과 완성, 그리고 저마다의 독특한 빛깔로 풍요와 여유, 아름다움을 주는 존재들이다.
‘아람’은 이 모두를 간직한 예쁜 우리말이다. 성숙한 열매뿐 아니라 완숙한 경지에 이른 사람 등을 가리키는 말로 다양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아람누리’(고양 전시·공연장)는 참 멋진 이름이다. ‘누리’가 ‘세상’을 뜻하니 ‘아람누리’는 가을(완숙한 열매의 세상)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무슨 건물을 지었다 하면 으레 외래어를 갖다 붙이는 요즘 세태에 비하면 돋보이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