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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사이의 힘-한국 방문기 3

Chicago

2025.11.17 12:44 2025.11.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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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신호철]

경기도 〈광주사랑의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오른손을 찍어 죄를 저주했지만, 왼손을 들어 죄를 짓는 것이 인간이다. 구원 받기 위해 율법을 지킬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율법은 지키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지킬 수 없음을 깨달으라고 주신 것이다. 죄인임을 알게 해 주신 것이다. 스스로 세운 율법을 파기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율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 죄인도 살리고 율법도 파기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방법. 죄 없으신 이가 우리 죗값을 대신 치르고 죽으셔야 한다.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길이다. 그 길이 너무 쉬워 사람들은 의심한다. 예수는 공의와 사랑을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다. 이제 죄를 속량 받았으니, 죄를 짓지 말아야 하는데 여전히 죄를 짓고 있는 우리는 무엇인가. 여전히 죄를 짓는 우리에게 화목제물로 예수를 보내신 것이다. 입의 용서는 가능하지만, 감정까지는 용서가 안 된다. 속죄 제물만이 아닌 화목 제물로 삼으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나님은 그러므로 뒤끝이 없으시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게 되었다.
 
버려야 할 것들은 돌돌 말아 쓰레기통에 넣고 / 남겨야 할 것들은 작게 접어 가방 속에 넣는다 / 나는 하루를 느리게 접으며 낯선 거리를 걷는다 / 낙화하는 꽃은 더 이상 뿌리에 미련을 두지 않는법 / 보이지 않치만 존재하는 사이의 온도가 있다 / 너무 가까우면 뜨겁고 / 너무 멀면 식어 버린다 / 어느 쪽으로 기울지 / 알 수 없는 힘이 그 사이를 맴 돈다 / 모든 사물은 서로의 사이에 / 서서 자신을 지탱 하기도 한다 / 24시간의 벽에 부딛히기도 / 뚫고 나가기도 한다
 
인사동 안국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충무로에서 환승해서 혜화역에서 내리면 바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있다. 그 뒷쪽에 물밑극장이 있다. 애를 써 찿아간 곳엔 벌써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극단 〈제3무대〉를 이어온 대표 송치곤님과 각본과 연출을 맡아 연극 〈돌아보지 마〉를 무대에 올린 라이언 김의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멀리 시카고에서 연극을 보러 오셨다는 소개에 낯이 붉어졌지만 사실 난 대학 때 연극을 종종 보러 다녔다. 무대 앞에서 열연하는 배우의 숨소리, 표정, 몸짓 하나 하나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오랜만에 눅직하게 연극을 감상했다. 뒷풀이 때 배우들과의 만남도 오랜 여운으로 남겨질 것 같다. 세계 도처에서 알게 모르게 예술의 혼을 깨우고 있는 연극인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를 마음을 다해 낭송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시 동인들과 함께 덕수궁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동교회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지나간 시간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히며 다가왔다. 시카고에서의 만남과 인연,우리는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만날까. 캐나다에서 소설을 쓰시며 활동하시는 K작가와 시인협회 시인들과 북촌, 종묘와 한옥마을을 걸었다. 늦은 시간까지 산책하는 사람들 위로 둥근 달아 떴다. 연못위로 정자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아름드리 은행나무도 연못에 거꾸로 심겨져 흔들리고 있다. 그곳엔 물결따라 흔들리는 한옥단청의 아름다움도 있고 한 그루 나무도 있다. 한옥마을과 시크릿 가든과 미시간호수의 사이가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미시간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다시 귓가에 들린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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