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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바람 앞에 등불 같은 목숨이라도

Chicago

2025.11.18 12:35 2025.11.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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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산다. 쓸 데 없는 것들에 흥분하지 않고,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다가올 내일도 알 수 없고 순간의 궤적도 비껴 나갈 수 없어도. 살아있는 순간에만 충실하면 인생은 견딜만하다. 장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속 빈 강정이거나 빈수레처럼 요란한 방정이라 해도 여린 손 마디 펴고 작은 돌 주워 탑을 세운다.  
 
인생살이에 절대는 없다. 꼭히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절대로 안 되는 것도 없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삶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 스러짐이니(死也一片浮雲滅) / 뜬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듯(浮雲自體本無實) (중략) 담담히 삶에도 죽음에도 매이지 않네(澹然不隨於生死)’-작자 불분명
 
뜬구름처럼 생과 사는 실체가 없고 인연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존재의 현실일 뿐이다. 집착을 버리고 타인을 차별하지 않으면 삶이 초연해진다.
 
돌을 던지면 명중하지 않더라도 그 쪽으로 날아간다. 바람부는 날, 사는 것이 부대끼고 힘들어도 연줄을 놓지 않으면 연은 허공에서 동그랗게 원을 그린다.  
 
생의 비극과 희극은 번갈아 가면서 온다. 운명의 수레바퀴에 화려한 꽃가마 타고 달리지만 언제 파멸의 언덕으로 내동댕이 칠 지 모른다. 자랑은 금기다.  
 
‘비극의 탄생(Die Geburl der Tragodie)’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고통 및 욕망에 대한 철학적 사색과 비판을 담고 있다. 니체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 예술과 진리에 대한 철학을 탐구하며 예술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살아있는 것만큼 장엄한 현실은 없다. 주인공이 살아있는 한 연극은 지속된다. 물구나무서기 하듯 비극과 희극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은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일지 모른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어도,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는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있다. 어릴 적 소꿉장난 하며 동무와 시냇물에 발을 담그면 강물은 은빛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뭉게구름으로 떠올랐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는 영문학사에서 명대사로 꼽힌다. ‘어느 쪽이 더 고상한가,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맞는 것과 밀려드는 역경에 대항하여 맞서 싸워 끝내는 것 중에. 죽는다는건 곧 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이 들면 마음의 고통과 몸을 괴롭히는 수천 가지의 걱정거리도 그친다고 하지. (햄릿 3막 1장 중에서)’
 
‘존재할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심오한 물음표다.
 
멜로드라마는 오로지 주인공만 정의롭고 정당화되지만 ‘비극은 모두가 정당화되며 누구도 온전히 정의롭지 않다’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어느 한계까지는 모든 사람이 옳지만 맹목적인 열정으로 한계를 무시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권리에 심취해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세계는 우리 존재와는 관심 없이 돌아간다. 인생은 극복하는 자와 넘어지는 자로 분류된다.  
 
바람 앞에 등불 같은 목숨이라 해도, 발목에 묶인 사슬 풀면, 부서진 날개 추스리며, 마음의 강 건너, 하늘 높이 비상의 날갯짓으로 떠오른다. (Q7editions대표)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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