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이나 아파트의 1층 상가 공간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택난 해소의 방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LA 등 가주 도시에서 장기간 빈 채로 남아있는 1층 상가가 주택난 해소의 작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부터 가주에서는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의 1층은 카페나 레스토랑, 가게 등 상업 시설이 의무화됐다. 보행자 유입과 지역 소상공인 보호, 도시 활성화가 목표였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확산과 소매경기 침체로 비어 있는 1층 상가가 늘자 이를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호응해 상가 의무조항을 완화하거나 1층 상업 공간을 주거용 유닛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하는 시정부가 늘고 있다.
글렌데일의 경우 이미 2015년에 287세대 아파트 건물 1층 상가를 주거와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리브워크' 유닛 16세대로 바꾸었다. 이곳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애초에 1만6000스퀘어피트 크기의 상가 공간에 커피숍이나 음식점이 쉽게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렌트가 나가지 않자 건물주는 이곳을 리브워크 공간 7세대로 전환했고 모든 유닛이 오래지 않아 렌트됐다. 이 아파트는 10년간 주거 공간 전환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모두 16유닛으로 전환했다.
샌호세시는 주거공간으로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대표적 도시다. 도심 내 상가 공간이 12개월 이상 공실일 경우, 개발업자가 주거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실제로 1만4000스퀘어피트 규모 상가를 11세대 유닛으로 바꾸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도심과 디리돈 웨스트 지역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맷 마한 샌호세 시장은 이 방법이 주택을 조금이라고 늘릴 수 있다며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샌디에이고시는 2020년 관련 조례를 개정해 지정된 구역에서는 1층 상가를 주택이나 리브워크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샌디에이고시의 피터 켈리 도시계획국 대변인은 "샌디에이고는 주택이 더 많이 필요하다. 비어 있는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는 것은 효율적인 토지 활용"이라고 밝혔다.
도시상권전략자문회사 스트리트센스의 라리사 오티즈 컨설턴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도시는 상가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며 "1층은 반드시 상가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오티즈 컨설턴트는 "무조건 상가가 거리를 활기차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도시의 활력은 거리와 사람 사이의 활력이며 주거공간이 상가보다 더 나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A 우드랜드힐스에서는 올해 지상층 상가 공간 5곳을 아파트 5세대로 전환하는 계획이 제출됐다. 샌타모니카에서도 2020년 완공된 356세대 복합건물 중 2만5000스퀘어피트 상가 공간이 5년간 공실로 남아있자 이중 2만385스퀘어피트를 18세대 주택으로 바꾸는 재개발안을 심의하고 있다.
1층 상가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주택 부족이 겹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가주 차원에서 2023년 7월 AB 2011과 SB6이 주택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기초를 깔았다. 두 법은 상업과 소매, 오피스 용도 지역에서 다세대 주택을 허용하는 길을 열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신속한 사무처리형 승인이나 주택책임법상 보호장치를 두어 로컬정부가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제한했다. 밀도나 입지 요건 등 조건은 엄격했지만 주거 전환의 불확실성과 기간을 크게 줄였다.
주법 위에서 도시별로 제도 정비가 뒤따랐다. LA는 2024년부터 조례를 정비해 15년 이상 노후한 상업건물의 주택 전환을 간소화했다. 혼합용도 건물의 1층 상업공간 의무도 완화해 주택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
짓기만 하면 렌트가 된다는 개념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상권이 과밀하거나 거의 없는 곳에서 특히 그렇다. 코로나19 이후 소매업 침체가 심화하며 공실이 더욱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코어사이트리서치는 올해 소매점 폐업률이 지난해 대비 334% 급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상업공간 렌트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렌트비를 낮추면 재융자를 할 때 건물 가치가 하락하는 문제도 있다. 주거 공간으로 전환은 건물 구조와 출입구 변경, 프라이버시 확보 등 설계 변경 문제가 있지만 건물주에게는 공실과 건물 가치 하락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거주자에게도 지상층은 장점이 있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이동이 적어 노년층에 적합하고 바닥이 상업 등급이라 층간 소음도 적다. 또 상가 공간은 주거용보다 안쪽 공간이 깊고 넓어 더 큰 평형의 유닛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