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환자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영적 질문이 무엇인지 규명한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교와 영성이 방사선 치료를 받는 부인암 환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방사선종양학회가 발행하는 전문 학술지 '실용 방사선종양학 저널' 9·10월호에 게재된 연구는 환자 본인이 우선순위를 두고 의미 있다고 여기는 영적 질문이 무엇인지 최초로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마운트사이나이 아이칸 의대와 NYU 랭곤 헬스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주요 참여자는 마운트사이나이 방사선종양학 레지던트 로렌 제이컵스 박사와 마운트사이나이 방사선종양학 캐런 굿맨 연구·품질 부의장, NYU 랭곤 방사선종양학 스텔라 림베리스 부인암 관리 공동책임자다.
연구팀은 영성과 건강 분야 개척자인 크리스티나 푸칼스키 조지 워싱턴대 의과대학 교수 등이 1999년 개발한 'FICA 영적 이력 도구'를 활용해 외부 방사선치료와 근접치료를 받은 부인암 환자 1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환자들의 종교적 배경은 기독교와 불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다양했다. 'FICA'는 의료진이 환자와 영적, 종교적 측면을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치료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된 표준화된 면담 도구다. 미국에서는 종양학과 완화의료에서 특히 많이 활용한다.
제이컵스 박사는 "환자들은 영성과 관련한 대화를 원하며 영성은 치료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절한 질문을 통해 의료진은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시간 제약이 있는 진료에서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응답자의 82%는 자신의 신앙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하며 최고 점수를 줬다. 신앙이 정체성을 넘어 치료 과정에서 삶과 고통을 해석하는 중심축임을 보여주는 평가다. 부인암 환자들에게 신앙은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정서적, 존재적 위기를 견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 치료 과정은 고통과 불안, 불확실성의 연속이어서 신앙을 통해 고통의 의미에 대해 묻고 삶의 방향을 재정립한다. 기독교에서는 이를 고난 속에서 십자가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불교에서는 고(괴로움)의 자각으로, 이슬람에서는 시험을 인내로 극복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종교는 고통을 영적 서사 안에 놓는 틀이 되어주는 것이다.
환자들은 FICA의 질문 대부분이 유용하다고 응답했다. 그중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적 신념이 있습니까 ▶영적 신념이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줬습니까 ▶삶에서 신앙이나 영적 신념이 어떤 역할을 하나요 ▶신앙이나 영성이 치료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신앙 공동체나 영적 지지 모임이 있습니까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영적·신앙적 요소를 어떻게 다뤄주길 바랍니까 이 여섯 가지 질문이 특히 가치 있는 것으로 꼽혔다.
이 가운데서도 스트레스와 신앙의 관계를 묻는 처음 두 질문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질문은 단순히 대처 전략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실제적 기능을 보여줬다.
기독교 신자의 경우, 기도나 성경 말씀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며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확신으로 치료 과정을 감당한다. 불교 신자는 명상이나 법문을 통해 무상과 집착을 통찰하며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유대교 신자는 공동체적 기도와 율법 전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이슬람 신자는 인샬라(알라의 뜻대로)라는 신념으로 결과를 신에게 맡기며 내적 평화를 얻고 힌두교 신자는 카르마(업)와 다르마(의무)의 틀 안에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종교는 신앙 체계 안에서 환자의 스트레스 대처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고 FICA의 질문은 이 신앙적 기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통로가 된 것이다.
FICA는 특히 심리적, 정서적 부담이 큰 부인암 방사선치료, 특히 방사선원을 암 조직 안이나 근처에 삽입하는 근접치료 과정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환자의 3분의 1은 치료 후 급성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하고, 40% 이상은 몇 달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한다.
캐런 굿맨 박사는 "이번 조사는 환자들이 신체 건강만큼이나 영적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이 문제를 함께 다룸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고 고통을 줄이며 환자를 전인적으로 돌보는 진정한 암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암 진단과 치료 이전 단계에서도 종교적 접근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른 암 유형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의료진과 수련의를 위한 표준화된 교육·훈련 프로토콜을 개발해 영적 대화가 일상적 진료에 통합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