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차량관리국(Department of Motor Vehicle/DMV)이 차량 등록 및 갱신 절차에서 더 엄격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제출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불법체류 신분의 주민 상당수가 합법적으로 차량을 소유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책에 따르면, 신규 차량 등록 또는 갱신 시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등 유효한 사진 신분증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DMV는 이 같은 요건을 11월 18일 카운티 세무국에 통보했으며, 곧바로 적용에 들어갔다. 이번 정책 변화는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뉴스가 처음 보도했다.
주내 차량 판매업체에도 11월 19일자로 고객의 승인된 사진 신분증 제출 의무가 있다는 안내가 전달됐다. DMV 대변인은 새 지침이 “주 차량 등록 절차에 요구되는 신분증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DMV가 딜러와 카운티에 전달한 승인 신분증 목록에는 텍사스 운전면허증, 만료되지 않은 미국 여권, 텍사스 총기소지 면허증, 미군·국토안보부·이민국·국무부 등이 발급한 신분증 등이 포함됐다.
이 조치로 많은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차량 등록이 불가능해질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를 사실상 기대한다고 공언한 인사도 있다. 미들로시언 지역구 공화당 브라이언 해리슨(Brian Harrison) 주하원의원은 최근 DMV의 등록 정책을 여러 차례 공개 비판하며 조치를 촉구해 왔다. 그는 새 정책 발표 전에도 DMV와 그레그 애벗(Greg Abbott) 주지사실에 관련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텍사스에는 약 170만명의 서류미비 이민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리슨 의원은 “처음 이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을 때 정말 분노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해 보니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이런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텍사스의 공화당 선출직 의원은 나 혼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자동차 보험료 상승과 도로 위험 증가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민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차량 중심 사회인 텍사스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이민자 개인과 가족들에게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역사회내에서는 혼란도 커지고 있다.
오스틴에서 차량 타이틀·보험 대행사를 운영하는 모니카 로드리게즈(Monica Rodriguez)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이 조치가 막는 것은 단순한 서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법적 지위가 없는 가족들은 등록이 만료되면 출근도, 장보기도 합법적으로 운전할 수 없으니 일상 자체가 불안하고 힘들어진다”고 전했다.
텍사스 A&M대 법대 교수이자 대학 이민 권리 클리닉 소장인 에밀리 헤거(Emily Heger) 교수도 이메일을 통해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미국에서 오래 거주했거나 연방정부의 취업 허가를 갖고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망명 신청자, DACA 자격 상실자 등 다양한 그룹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드리게즈와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Texas Civil Rights Project/TCRP)의 정책 부국장 앨리시아 카스티요(Alycia Castillo)는 이번 변화가 경제적 손실부터 공공안전 문제까지 텍사스 전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등록되지 않은 차량 수백대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되면 우리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이민자를 상처 입히기 위해 만들어진 잔혹한 정책으로, 모든 텍사스 주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