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부자로 살까, 부자로 죽을까

Chicago

2025.12.04 12:34 2025.12.04 13:3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손헌수

손헌수

미시간에 살던 로널드 리드(Ronald Read)는 늘 낡은 차를 타고 다니며 점심은 2달러짜리 샌드위치로 해결하던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소에서 평생을 일한 성실한 노동자였고, 시간이 나면 동네 도서관을 찾던 평범한 미국인이었다. 그의 모습에서 ‘부자’라는 이미지를 떠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공개된 그의 주식 계좌 잔액은 무려 8백만 달러가 넘었다. 그는 번 만큼 쓰지 않았고, 평생 미국의 우량주에 조용히 장기 투자를 했다. 아무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부를 키운 것이다. 생전에는 검소했지만, 2014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그는 부자로 죽었다. 그의 죽음 이후, 그는 브래틀버러 병원에 약 480만 달러, 자신이 늘 다니던 공공도서관에 120만 달러를 기부했다. 병원은 역사상 가장 큰 개인 기부를 받았고, 도서관은 그의 이름을 새긴 공간을 마련했다.
 
반면 리처드 퓨즈콘(Richard Fuscone)은 겉으로는 전형적인 ‘부자’였다. 노틀댐 대학을 졸업하고 하바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은 그는 대형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부회장까지 지냈다. 침실 12개에 욕실 12개, 실내 수영장에 극장까지 갖춘 호화 맨션에서 살았고, 이동할 때는 헬리콥터를 이용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그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과소비와 빚, 무리한 투자 탓에 그의 맨션은 압류되었고, 세금 문제와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파산을 거쳐 감옥까지 다녀왔다. 엄청난 부자로 살았지만, 그의 가난한 죽음에 대해서는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다.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에서 두사람의 사례를 소개한다. 하우절은 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부자는 ‘얼마나 많이 버는가’라는 ‘소득’이 아니라 ‘얼마나 절제하고, 꾸준히 오래 기다릴 수 있는가’라는 ‘습관’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은 로널드 리드의 검소함과 그가 남긴 재산, 그리고 그가 유언으로 행한 기부를 커다란 미덕으로 본다. 많은 사람이 로널드 리드의 검소함과 절약, 그리고 꾸준한 투자를 칭찬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절약이 항상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돈을 모으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을 누리고, 사는 동안 기쁨을 경험하는 것 역시 재산의 중요한 쓰임이기 때문이다. 저축을 아무리 잘해도, 정작 본인은 그 돈을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면 그것은 비록 ‘부자로는 죽겠지만, 가난한 삶을 산’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내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생일날 잘 먹으려고 이레를 굶는다더니 나중에 잘 살려고 아끼다가 굶어 죽는다더라.” 절약도 좋지만, 너무 아껴서 삶 자체를 즐기지도 못하고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하신 말씀이었다.  
 
퓨즈콘처럼 빚으로 만든 성 위에서 허황된 삶을 사는 것도 피할 일이겠지만, 리드와 같이 재산을 늘리기만 하고, 자신은 즐겨보지도 못하는 삶 또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늘 그렇지만, 지혜는 중용에 있다. 미래를 위해 늘 조용히 준비하면서도, 행복을 위해 오늘을 누려야, ‘부자로 살고, 부자로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